제7차 유엔특별위원회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현재까지는 예정된 일정대로 순조롭게 의장안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회의 8일째가 되는 지난 1월 25일에는 제25조 건강과 제26조 선천적 장애의 재활(habilitation)과 후천적 장애의 재활(rehabilitation)이 논의되었다.

제25조 건강, 특별한 논란은 없어

권리조약 의장안 제25조 건강의 주요내용은, 첫째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의료 및 재활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반을 각 국이 마련하고, 둘째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전문인력에 대해 장애인의 존엄과 인식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며, 셋째 건강보험과 생명보험의 혜택에서 장애인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담고 있는 권리조약 의장안 제25조에 대해 많은 국가들은 매우 필요한 조항임을 강조하고 각국의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 제안을 피력했다.

처음으로 발언에 나선 미국대표는 “최고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본 조항은 장애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임을 전재하고 크게 세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첫째, 의장안 제2항에 건강/보건과 관련한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실시하도록 하고 이러한 연구에는 유전학에 관한 연구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전제하며 이들은 모두 장애인의 의료적 기록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기록들은 정책의 수립 등에 활용될 수는 있으나 철저히 보호받아야 하는 것이라고 하며 이러한 내용들이 보다 명확하게 조약문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덧붙여 이와 관련하여 이미 유네스코는 이상의 내용을 윤리적 문제와 관련하여 언급되고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 미국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동등한(equality)라는 말을 삽입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여기에는 여성장애인의 모성호보를 목적으로 하는 임신·출산 관련 의료서비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미국은 본 조항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Service)라는 말 대신 ‘보호하다’ 혹은 ‘돌보다’라는 의미를 가진 ‘care’라는 용어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여기에 대해 뉴질랜드, 이란, 자메이카 등이 세 가지 모두에 찬성을 표했다. 반면 유럽은 서비스라는 말이 케어라는 말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밝히고 그대로 둘 것을 제안했다. 반면 니카라과는 보건/의료에 있어 서비스와 케어는 약간의 의미차이가 있으므로 헬스케어서비스라고 수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적절한 용어 선정에 관한 논의뿐

이외에 제25조의 논의에 있어 쟁점이 된 사항은 조항서문에 포함된 “신체적·정신적(physical and mental)”이라는 표현이었다. EU를 대표하는 오스트리아는 지난 6차 회의에서 제안했던 “신체적·정신적”이라는 표현의 사용을 철회한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 수단은 정신적이라는 표현이 모호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냥 건강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고, 에티오피아는 건강이라는 말 속에는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측면을 모두 담고 있는 표현이므로 굳이 앞에 이러한 말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제25조에 대한 마지막 쟁점은 “성적·생식적(sexual and reproductive)”이라는 표현의 사용이었다. 일본, 미국, 오스트리아 등은 여성의 모성보호와 성적이고 생식적 기능의 보장을 목적으로 의료서비스에서 이러한 서비스의 제공이 분명히 명시되어야 함을 주장했다. 카타르, 예멘, 이란 등의 이슬람국가들은 강제불임에 대한 내용은 조약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성적· 생식적이라는 용어의 삭제를 주장하면서 이러한 표현보다는 영양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음식의 보장을 제안했다. 의장을 비롯한 여러 NGO들은 성적 생식적 이라는 용어의 사용과 영양이 충분히 제공될 수 있는 음식의 보장은 모두 중요한 내용이라고 하며, 성적 생식적 이라는 표현은 그대로 두고 영양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는 음식에 관한 내용을 추가할 것을 밝혔다;.

이번 25조와 관련한 논의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생명보험에 대한 제2항의 내용을 삭제하자는 이슬람국가들의 제안이 줄을 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생명보험이라는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국가들이 실제 존재하고 있으며 존재하지도 않는 제도를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로 생명보험과 관련한 사항의 삭제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장은 생명보험이라는 제도가 없는 국가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고 하며, 생명보험을 운영하지 않는 국가들에게 이러한 제도를 강제화하기 위해서 본 내용을 담고 있다기보다는 제도를 운영하면서 장애인을 차별하는 많은 국가들이 없어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본 조항을 이해해야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25조는 성적인 문제에 보수적인 이슬람국가들의 ‘성적·생식적’이라는 표현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외에는 크게 논란이 된 내용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제26조 선천적 장애에 대한 재활 및 후천적 장애에 대한 재활

rehabilitation과 habilitation의 차이는?

장애인권리조약 제26조에는 흥미로운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재활'이라는 표현, 우리는 지금까지 재활이라는 용어를 영어로 ‘rehabilitation’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러나 본 장애인권리조약문에는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의 재활을 ‘habilitation’으로 표현하고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지게 된 사람의 재활을 ‘rehabilitation’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재활(rehabilitation)은 손상과 장애를 입기 이전의 신체적 상태나 활동상태로 되돌린다는 의미이므로, 선천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은 되돌아갈 원래의 모습이 없다는 측면에서 'rehabilitation'에서 ‘회복한다·되돌린다’라는 의미를 가진 접두사인 're'를 뺀 ‘habilitation'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의 필요성과 중요성 각국 인식

제26조에서 주목되는 두 가지 제안이 있었다. 첫째로 제1항에 '동료간 지원(peer support)'을 명시하자는 제안을 캐나다가 했고, 이에 대해 한국과 보스니아가 적극적인 지지를 표했다. 한국의 이익섭 대표(한국DPI 회장)는 본조에 동료지원을 명시하는 것은 동료간의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는 의미 외에도 장애인이 다른 장애인의 재활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주는 중요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1항에서 사용되고 있는 달성하기(to attain)과 함께 유지하기(to maintain)을 삽입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는 EU를 대표하는 오스트리아의 제안으로 최대한의 자립을 달성한다는 것은 달성 만큼이나 이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덧붙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수단은 반대의견을 제시했는데, 아랍어에서 달성이라는 말은 유지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중국은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며 오스트리아의 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IDC의 대표는 ‘최대한 자립(maximum independence)'이라고 부분에 ’개인적(individuals)‘이라는 표현을 넣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대해 의장은 적극적인 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제26조에 대한 토의는 토의 시작 약 1시간 20분 정도 만에 모든 토론을 마쳐 장애인에게 있어 재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각국 대표와 국제 NGO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추진연대, 재활관련 조항 전면 삭제 주장

그러나 ‘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이하 추진연대)’는 제26조를 전면 삭제하는 제안을 해 주목을 끌었다. 추진연대는 우선 의장안 26조에서 언급되고 있는 ‘재활’의 의미가 장애인을 위한 교육, 노동 등에서 얘기하고 있는 관련 서비스와 다르게 비교될 수 있는 특징적 내용이 없어 그 정의와 해당되는 범주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을 했다. 다시 말해, 제26조 조항서문에 있는 재활의 의미는 그 내용과 실천범주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재활의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추진연대는, 재활의 의미가 불분명한데 별도조항을 둔다는 것은 다른 조항과 중복적이므로, 2004년의 실무그룹 초안대로 재활이라는 용어는 의료적 범주로 제한에서 사용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추진연대는 또한 비장애인에게도 교육과 직업훈련이 있듯이 장애인에게도 그것이 필요하다면 굳이 재활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장애인의 주류화를 추구하는 이번 조약안이 장애인만을 위한 특수한 용어를 가능한 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추진연대 주장의 또 다른 측면은, 재활이 사회적 변화와 거리감이 있는 장애인의 개인적 요소의 변화에 초점을 둔 접근방식과 실천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모델을 추구하고 패러다임의 전환을 반영하는 이번 조약안에서 사용될 용어로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RI, 개명작업 추진 중임을 상기시켜

최근에 재활의 의미를 의료적이거나 개인적인 범주에서 확장시켜 재정의 하고 있지만, 재활은 전통적인 제한된 의미를 여전히 상징하게 되는 용어로서 남아 있다는 것이 추진연대의 입장이다. 추진연대는 그러한 이유 때문에 '국제재활협회(Rehabilitation International; RI)'가 ‘권리와 통합(Rights and Inclusion)'으로 개명(改名)하는 작업을 추진 중임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추진연대의 제안은 지난 15일 IDC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IDC는 의장안 26조를 지지하는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RI관계자와 26조의 IDC 코디네이터인 키키 노보스트롬(전 세계시각장애인연맹 회장)이 추진연대측과 이에 대해 토의를 했으나 양측의 입장이 접근되지 못했다. 당초 추진연대는 1월 25일 특별위원회에서 한국NGO의 자격으로 26조에 대한 발언을 할 계획을 가졌었다. 그러나 IDC는 자신들의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을 IDC 소속 단체는 특별위원회에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추진연대는 IDC와의 협력유지를 감안해 특별위원회에서의 발언을 포기했다.

다만, 추진연대는 IDC 회원단체에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문건을 배포했으며, 유엔특별위원회 홈페이지에도 해당 문건을 게재해 놓은 상태이다. 추진연대의 한 관계자는 “IDC가 한국추진연대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RI 입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며 “좀 더 일찍 IDC와 충분한 토의를 했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의장안(Chairman's text)

제 25조 건강

당사국들은 장애인이 장애를 근거로 한 차별이 없이 최고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각국은 의료관련 재활서비스를 포함한 장애인들의 의료서비스에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모든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별히 각 당사국들은 다음을 이행한다.

(a) 성적·생식적 의료서비스를 포함하여 장애인들에게 비장애인과 동등한 범위와 수준의 지불 가능한(affordable)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b) 조기 발견과 적절한 예방을 포함하여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특히 장애로 인해 생기는-의료 서비스와 아동 및 노인에게 발생하는 장애를 포함한 이차적인 장애를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c) 농촌 지역을 포함하여, 장애인이 속한 지역사회에 가장 인접한 곳에서 이러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d) 자유로운 사전 동의를 바탕으로 의료전문가로 하여금 비장애인들과 같은 질의 보살핌을 장애인에게 제공하도록 하며, 필요하다면 공공과 민간부문 보건의 윤리적 기준에 관한 훈련과 홍보를 통해 장애인의 인권, 존엄성, 자립 및 욕구에 관한 인식 증진을 제공하도록 한다.

(e) 국내법에 의해 허용된 곳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지급되어야 하는 생명보험과 의료보험 제공에 있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

제26조 선천적 장애에 대한 재활(habilitation) 및 후천적 장애에 대한 재활(rehabilitation)

1. 당사국들은 장애인이 최대한의 자립을 달성하고, 완전한 신체적·정신적·사회적·직업적 능력을 가지고, 삶의 전 분야에서 완전한 참여와 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효과적이고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것을 이루기 위해 당사국들은 특히 의료, 고용, 교육,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종합적인 선천적 및 후천적 장애에 대한 재활(habilitation and rehabilitation) 서비스를 구성, 강화, 확장해야 한다.

(a) 선천적 및 후천적 장애에 대한 재활 서비스와 프로그램은 가능한 초기 단계에서 시작하고 개인의 욕구에 대한 여러 전문분야별 평가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b) 선천적 및 후천적 장애에 대한 재활 서비스 와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와 사회 전반에 있어 참여와 통합을 지원하며, 농촌지역을 포함하여 장애인이 자신들의 지역사회에서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당사국들은 선천적 및 후천적 장애에 대한 재활 서비스에 있어 전문가 및 실무자를 위한 초기 및 지속적인 훈련의 개발을 촉진해야 한다.

*이 글은 지난 1월 16일부터 시작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7차 특별위원회에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하고 있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 김동호(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초안위원과 엔지오대표단으로 참석하고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고용지원센터 하성준 소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오는 2월 3일 회의가 끝날 때까지 우리나라 대표단의 생생한 현장 소식 브리핑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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