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은 최근에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상기온을 아침부터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을 바라보며 유엔센터로 향하는 우리 한국대표단과 NGO들은 권리조약의 완성 이후 누리게 될 전 세계 장애인당사자의 인권신장을 생각했다.
가정·가족 존중 조항 폭넓은 지지
7차 회의 7일째에는 권리조약 의장안 제24조에 대한 논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정각 10시부터 시작한 이날 회의는 의장의 전날 회의 결과에 대한 요약으로 시작했다. 의장은 자신의 발언을 통해 엘살바도르, 멕시코, 자메이카, 브라질 등의 남미국가와 유럽 등 여러 나라가 제안하고 찬성한 의장안 제23조 제1항 제b호에 규정된 장애를 가진 모든 남성과 여성(all [men and women] [persons] with disabilities) 대신 모든 장애를 가진 사람(all [persons] with disabilities)로 수정하자는 의견에 대해서 기존 다른 조약문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내용이므로 그대로 두도록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날 첨예한 대립을 보인 제23조 제1항 제a호의 대괄호 속의 내용, 동조 제1항 제c호에 대해 내용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그 의미를 살리는 것으로 한다고 밝혔다. 제23조 제1항 제a호 대괄호 속과 제c호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국내법, 관례 및 전통에 근거하여”라는 내용으로 주로 이슬람국가들이 자국의 독특한 문화적 사회적 특성을 인정하는 차원에서 존속시킬 것을 주장한 내용이고, 우루과이로 대표되는 일부국가에서 이 부분을 이유로 여성장애인의 성정체성이나 모성보호 등의 규정을 지키지 않으려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할 것을 주장한 부분이다.
한편, 제1항 제a호에 또 다른 대괄호인 “그들의 성정체성을 경험하고”에 대해서는 성에 대해 보수적인 교황청, 요르단, 예멘 등이 반대한 의견을 받아들여 삭제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대괄호 밖에 있는 내용 중, “성경험”이라는 표현도 삭제한다고 밝혔다.
또 제1항 제c호에 규정된 양성평등조항은 반드시 장애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므로 그대로 존속한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강제불임의 금지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기로 한다고 했다. 끝으로 의장은 전반적으로 본 조항에 대한 참가국들의 동의가 많았음을 전제하고 가정과 가족의 존중을 중요하게 여기는 국제사회의 성숙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었다.
제24조 교육
의장은 논의에 앞서 캐나다, 캐냐, 유럽 등이 사전에 의견을 제출했다고 전제하고, 이전에 이미 많은 논의가 있었던 만큼 회의진행의 원활을 위해 너무 세부적인 내용의 제안보다는 원칙적인 수준에서의 발언을 당부했다. 또한 너무 완벽한 것은 좋은 것의 적이라고 밝히면서 교육이라는 주제가 정치적이기 보다는 기술적이며 지역적인 주제라고 밝혔다.
일본 제외한 모든 나라가 통합교육 지지
제24조에 대한 논의에서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발언국들이 통합교육을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날 발언에 나선 약 40여개 국가가 모두 통합교육의 기본적인 원칙하에 조항의 수정 및 삭제를 주장했으며 유일하게 일본만이 통합교육이 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의 길이 아님을 주장했고 이스라엘의 경우 분리교육의 가능성에 대해서만 언급했다. 제24조와 관련한 논의에서 주로 쟁점이 된 사항들은 점자에 대한 개념정의의 문제, 교육과 훈련의 범위에 대한 문제, ‘시각/청각장애(deaf/blind)’를 ‘시청각장애(deafblind)’로 용어변경 등이 있었다.
우선 점자에 대한 개념 정의에서 멕시코와 아르헨티나는 수화나 점자라는 표현대신 다른 적절한 표현을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예멘은 점자가 하나의 문화라고 이해하기는 어렵고 문자를 표현하는 하나의 체계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대해 IDC에서 발언한 키키(전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장)도 유사한 의견을 밝혔고, 칠레 또한 수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세네갈은 의장안을 유지하자는 견해를 밝혔으며 파나마는 점자 외에 시각장애인의 교육을 목적으로 ‘촉각적 수단(tactile method)'의 강구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교육과 훈련에 관한 문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되었는데, 하나는 장애아동을 포함한 교육의 대상을 성인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교육과 훈련을 장애인에게 국한할 것이 아니라 교사 및 장애인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로 확대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었다. 교육대상의 문제에서 장애아동을 포함한 장애성인까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국가들은 콜롬비아, 코스타리카가 눈에 띄게 많은 시간을 활용하여 주장했다. 이들은 제2항 제a호 등에 규정된 장애인의 교육문제는 비단 장애아동의 문제가 아니라고 전제하고 수많은 장애성인이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익섭 회장 “공교육에서 개별화 교육 부족”
교육의 대상과 관련한 또 다른 논의는 제2항 제e호의 규정으로 단순히 장애인을 교육하는 수준을 넘어서 특수교사 및 관련 종사자에 대한 전문적 교육과 훈련, 장애인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인식개선교육을 포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한국대표로 나선 이익섭 회장(한국DPI)도 발언했는데, 이 회장은 자신의 발언을 통해 공교육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교육체계 내에서 장애인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들은 개별화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 및 교육관련 종사자들에게 장애인의 인식개선 및 전문적 교육방법에 대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콜롬비아는 교사 및 종사자의 채용과정이 이러한 전문적 교육과 훈련의 결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자메이카, 세네갈, 코스타리카, 모로코, 요르단 등도 전문인력에 대한 교육과 훈련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용어의 수정과 관련하여 제2항의 들어 있는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to the extent possible)”의 표현을 삭제할 것이 제안되었다. 이 제안은 캐나다가 주장한 것으로 캐나다는 당연한 원칙이므로 불필요한 표현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여기에 대해 호주, 토바고, 몬테네그로, 케냐, 뉴질랜드, 칠레, 세네갈, 자메이카, 태국 등이 동의를 표했고 파나마와 이란, IDC도 당사국의 조약불이행의 핑계거리를 만들어줄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캐나다의 의견에 동의했다.
통합교육에 대한 각국의 입장
한편, 제24조 교육에 대한 토론에서 대부분의 각국 대표들은 통합교육에 대해 지지를 나타내면서 통합교육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피력했는데, 통합교육에 대한 지지를 떠나 각국 대표들의 통합교육에 대한 생각을 엿보기로 한다.
-이스라엘 : 진정한 통합교육은 장애인이 분리교육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칠레 : 차별금지라는 차원에서 통합교육이 논의되어야 하며 통합교육이란 통합적인 방식을 활용하여 장애인에게 양질의 교육이 제공되는 것이다.
-러시아 : 통합교육이라는 표현에는 모호성이 내포되어 있고 그 모호성은 장애영역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발생할 수 있는 비개별적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합교육이라는 표현은 독립교육이라는 말로 구체화할 수 있다.
-뉴질랜드 : 통합교육이란 장애인이 일반적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제공을 보장하는 것이다.
-호주 : 통합교육은 권리이지 선택이 아니다.
-일본 : 교육에 있어 통합과 분리는 장애인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제 23조 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
1. 당사국들은 본 협약에 따라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결혼, 가족 및 인간관계에 관련되는 전 영역에서 장애인 차별이 근절되도록 하며, 특히 비장애인과 동등한 입장에서 다음의 내용을 보장해야 한다.
(a) 장애인은 [그들의 성정체성을 경험하고], 성관계 또는 기타 친밀한 관계를 영위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국내법, 관례 및 전통에 근거하여] 부모의 역할을 경험하는 평등한 기회가 거부되지 않음.
(b) 결혼 적령기의 장애인 [남성과 여성]이 원하는 배우자의 자유롭고 완전한 동의 아래 결혼하여 가정을 이룰 수 있고 [그 배우자는 평등한 동반자라는] 권리 ;
(c) 장애인이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자녀수와 나이 터울을 선택할 권리, [정보, 생식 및 가족계획을 위한 교육에의 권리와,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국내법의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장애인이 이러한 권리와 평등한 기회를 행사하는데 필요한 수단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
2. 당사국들은 본 협약에 따라 후견인, 피후견인, 피신탁인, 아동 입양 또는 국가 법률에 이러한 개념이 존재하는 유사한 제도와 관련하여 장애인의 권리와 책임을 보장하고, 이러한 모든 상황에서 아동의 이익이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되어야 한다. 당사국은 장애인 부모가 양육책임을 수행하는데 적절한 지원을 해야 한다.
3. 당사국들은, 관계당국의 결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아동이 그들의 부모와 분리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분리는 법에 근거한 사법적인 조사와 다른 형태의 행정상의 심의의 준수 및 일반적인 적용절차에 의해 해당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있는 경우에만 필요하다. 그 어느 상황에서도 아동은 아동의 장애 또는 부모의 장애로 인하여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제 24조 교육
1. 당사국들은 교육에 관한 장애인의 권리를 인정한다. 평등한 기회를 바탕으로 차별 없이 이러한 교육권을 성취하려는 관점에서 당사국은 모든 수준에서의 통합교육과 평생교육을 보장하며,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a) 인간의 잠재력 개발, 존엄에 대한 감수성, 자아 존중감의 개발 극대화와 인권 존중, 기본적인 자유 그리고 인류의 다양성 강화
(b) 장애인의 정신 및 신체적 능력뿐만 아닌 인성, 재능 및 창의성의 개발 극대화
(c) 자유 사회 속에서 장애인의 효과적인 참여 유도
2. 당사국들은 본 권리를 실행하며 다음의 사항을 보장해야 한다.
(a) 장애인은 장애로 인해 공교육 시스템에서 제외될 수 없으며, 장애 아동이 장애 때문에 무상 의무 초등 및 중등 교육에서 제외되지 않는다.
(b) 장애인이 속한 지역사회에서 가능한 한 통합적 그리고 양질의 무상 초등 및 중등 교육에 접근할 수 있다.
(c) 개인의 요구사항에 대한 합리적인 편의제공
(d) 교육효과를 촉진하기 위해서 장애인이 일반 교육시스템 내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아야 한다. 일반교육 시스템이 장애인의 필요를 적절하게 충족시키지 못할 예외적인 경우에는, 당사국이 이러한 통합적인 교육의 목표에 부합하는 효과적인 대체 지원 수단을 제공한다.
(e) 교육 전반에 아울러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와 실무자를 위한, 장애 인식, 적절한 의사소통 수단의 사용, 장애인용 교육적 기술 및 자료를 통합하는 초기 및 지속훈련 개발.
3. 당사국들은 장애인이 생활 및 사회적 개발 능력을 학습하여 교육에 있어 그리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완전하고 평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당사국들은 다음을 이행한다.
(a) 점자, 대체 문자, 적응지도 및 이동능력의 학습을 증진하고 동료집단 지원 및 멘터링(Mentoring)을 촉진한다.
(b) 수화 학습 및 청각장애인 공동체의 언어적 정체성 증진을 도모한다.
(c) 시각, 청각, 및 시각/청각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이 가장 적절한 언어와 의사소통 수단으로 전달되고 있는지, 학업적 그리고 사회적 발달을 최대화하는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4. 당사국들은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여 장애인 교사를 포함한 수화 혹은 점자 언어에 능통한 교사 채용을 통해 시청각 장애를 지닌 학생들을 위한 교육의 질을 보장한다.
5. 당사국들은 고등교육(general tertiary education), 직업교육, 성인교육 및 평생교육을 차별 없는 기회평등에 의거하여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사국들은 장애인을 위한 적절한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
*이 글은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7차 특별위원회에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하고 있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 김동호(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초안위원과 엔지오대표단으로 참석하고 있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고용지원센터 하성준 소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오는 2월 3일 회의가 끝날 때까지 우리나라 대표단의 생생한 현장 소식 브리핑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