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특별위원회 4일차인 19일에는 가장 많은 조항이 검토되었다. ‘14조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시작으로 ‘15조 고문 또는 잔혹·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및 처벌로부터의 자유’, ‘16조 착취·폭력과 학대로부터의 자유’, ‘17조 개인의 본연성 보호’, ‘18조 이주의 자유’를 다루었다.
14조 개인의 자유와 안전
‘14조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서는, 중복적이고 구체적인 절차가 명시되어 있는 2항을 간결하게 표현하자는 의견이 IDC와 EU에서 제기되었고, 한국과 미국 등이 지지하였다. IDC와 EU는 조항을 간결하게 하되, 자유을 박탈당했을 경우 관련 정보, 의사소통, 서비스 및 절차와 시설, 설비 측면에서 ‘적절한 편의제공’(reasonable accommodation)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부분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여기에 한국은 편의가 신속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며, '신속한(prompt)'을 편의제공 앞에 삽입할 것을 제안하였다. 한국의 제안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가 지지하였다. 14조에서는 2항을 보다 간결하게 다시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의장안대로 갈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대개는 IDC와 EU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였다.
15조 고문 또는 잔혹,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및 처벌로부터의 자유
‘15조 고문 또는 잔혹,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및 처벌로부터의 자유’에서는, IDC가 15조 1항에서 ‘사전 동의 없는 의료 또는 과학실험을 금지하고 그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의료, 과학실험 외에 ‘손상의 교정, 개선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한 개입’을 추가할 것을 제안하였다. 또한 IDC는 17조와 중복적인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두 조항을 결합시킬 것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코스타리카, 아르헨티나 등이 여기에 지지하였으나, EU, 러시아 등은 의장안의 유지를 주장하였다. 의장은 다른 조항과의 관련성이나 조항 내의 용어의 문제 등을 추후에 검토하기로 하였다.
16조 착취, 폭력과 학대로부터의 자유
‘16조 착취·폭력과 학대로부터의 자유’에서는, 1항에서 ‘착취, 폭력, 학대’에 추가하여 ‘성적학대’(캐나다), ‘유기’(멕시코)를 추가로 포함시키자는 제안이 있었다. 제3항에서는 ‘가족과 보호자’라는 표현을 삭제하자는 일부국가들의 주장이 있었던 반면, 일부 국가들은 가족과 포호자로부터의 폭력 예방을 위해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제3항과 관련 '독립기관(independent authority)'이 무엇을 지칭하는지 모호하므로 '국가기관(national authorities)'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는 견해(베네수엘라)가 제기 되었다. 케냐와 IDC는 폭력, 착취 등에 특히 취약한 장애여성 및 아동에 대한 특별한 조문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였는데, 이는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에 관련한 별도조항이 어떻게 구성되게 되는지에 따라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17조 개인의 본연성 보호
‘17조 개인의 본연성 보호’조항에 대한 논의에서는 조항내용이 다른 조항과 중복되는 것이나 관련성에 대한 언급이 우선 많았다. 코스타리카, IDC 등은 제17조가 제15조와 차별성이 분명치 않고 내용이 중복되어 있고, 특히 제3항 및 제4항을 타 조항으로 이동하거나 삭제하는 경우 별도조항으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두 조항을 합쳐서 이슈가 분명한 조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르웨이, 칠레 등 많은 국가들은 17조가 개인의 본연성(本然性) 보장을 위한 필수적인 조항으로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 제시했다. 제2항 ‘강제 시설수용 금지’ 와 관련 장애인의 인권 및 선택권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자유로운 동의가 없는 한’(노르웨이)이나 ‘국제인권법의 절차에 따라 강제수용이 이루어 져야 한다’(호주 NGO)는 등의 의견이 제시되었다.
IDC는 이 조항을 15조로 이동시킬 것을 주장하였다. 제3항 ‘의료적 응급상황’의 개념이 모호하고 ‘공중보건에 위험을 끼치는 상황’이 장애인에게 통제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삭제하자는 의견(멕시코)도 제시되었으나, 코스타리카,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 조항을 제24조 건강 관련 조항으로 이동시킬 것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서는 의장도 긍정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특히 제4항이 정신장애인을 보호하는 듯이 보이지만 오히려 강제 입원과 치료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IDC, 브라질, 코스타리카 등에서는 삭제 할 것을 주장하였으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호주, 멕시코, 수단, 인도 등 많은 국가들은 의장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의장은 17조 3항을 제외한 나머지 조항의 존치에 무게를 실어줬다.
18조 이주의 자유
‘18조 이주의 자유’는 이번 의장안에 새롭게 제시가 된 조항이다. 의장의 의도는 제목과 같이 일반적으로 주거지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내용보다는 국적의 자유로운 변경과 취득에 대한 권리를 장애인이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담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제목이나 내용상 국적취득의 권리와 이주의 권리가 이 조항 상 불분명하여 각국 대표들에게 혼란을 초래케한 면이 지적되었다. 이 점을 의장은 인정하고 추후 내용을 보완하여 제시하기로 하고 이 조항에 관해서는 짧은 토의로 마쳤다.
장애여성조항 논의, 8월까지 지속될 분위기
한편, 19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조항의 퍼실리테이터(조정촉진자) 미팅이 있었다. 맥케이 의장은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조항이 조약 내에서 같은 구조와 위상으로 다루어지기를 바라는 입장으로, 두 조항 관련 퍼실리테이터(장애여성-독일, 장애아동-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공동 미팅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고, 그에 따라 19일의 퍼실리테이터 미팅이 개최되었다. 두 퍼실리테이터는 공동제안서를 제시하며, 제6조(여성), 제7조(아동) 조항을 간결하게 두고, 관련 조항에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관련 조문을 넣는 것을 기본안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장애여성 퍼실리테이터는 6조의 별도조항을 두는 것 대신 제4조(일반의무)에 장애여성에 관련한 포괄적인 조문을 두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하여 별도조항이 없는 메인스트리밍(mainstreaming, 관련 조항에 장애여성의 이슈를 명시하는 것)도 비중 있게 고려하고 있음을 내 비쳤다. 한국은 이익섭 대표와 김일범 서기관(유엔 대표부)이 참석하여, 우선 장애여성조항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한국의 기본입장에는 변화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다만 별도조항이 포함되는 ‘이중구조방안’이 제시된다면 그에 대해 유연성 있는 검토를 할 수 있다고 발언하였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러시아가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특히 그동안 EU, 호주와 함께 장애여성 별도조항을 강력히 반대해왔던, 캐나다가 ‘이중구조방식’을 지지한다고 하여, 한국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상황이 되었다. 여전히 EU, 코스타리카 등은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지만, 이번 특별위원회에 무시하기 어려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IDC가 ‘이중구조방식’을 제안하고 있어, 이 방안의 지지세가 확산된다면 EU에게는 적지 않은 압력이 될 것이고, 한국으로서는 상당한 힘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30일에 전체회의에서 장애여성조항을 논의하게 되는데, 그 전에 의장의 중재 하에 양측의 조정이 시도될 것으로 보인다. 맥케이 의장은 이번 회기에 장애여성조항이 결론나지 못하면, 오는 8월의 8차 회의까지 가서 결론을 내겠다는 의사를 비치고 있어, 한국도 이번 회기에 합의하기 위해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가 대체적인 대표단의 분위기다. 한국정부대표단은 30일 전까지 최대한 지지세를 확산하는 로비활동을 벌이고,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는 김광이, 김미연 여성위원들을 중심으로 별도조항이나 ‘이중구조방식’이 힘을 받을 수 있게 조문을 좀 더 가다듬기 위한 작업을 IDC 여성위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제 14조 개인의 자유와 안전
1. 당사국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함을 다음의 사항에서 보장해야 한다.
(a) 개인의 자유와 안전에 관한 권리를 누린다.
(b) 장애인의 자유는 불법 또는 임의적으로 침해되지 않고, 자유 침해는 어떤 법에도 근거하지 않으며, 장애여부로 인한 자유 침해는 그 어떤 경우도 정당화될 수 없다.
2. 당사국들은 장애인이 민사, 범죄, 행정 및 기타 절차를 통해 이들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며, 다음의 기본적인 사항을 보장 받는다.
(a)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고유 존엄성 및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들의 인권을 인정하고 본 협약의 취지와 원칙들을 준수하며, 이들의 장애를 적절히 수용한다.
(b) 장애인의 법적권리와 그들의 자유 침해사유에 관한 적절하고 유용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한다.
(c) 다음의 사항이 실행되는 법적 및 기타 적절한 지원에 신속한 접근을 제공한다.
(i) 장애인에 대한 자유 침해의 적법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법원 또는 기타 적합하고 공정하며 객관적인 기관에서의 발언권(right to be heard)을 포함하는 투명한 공청회를 열도록 한다(어떠한 상황에서든 장애인은 이러한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결정을 제공받아야 한다).
(ii) 적절한 정규 심의를 포함하여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평등한 입장에서 장애인의 자유침해에 대한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강구한다.
(d) 불법적으로 자유를 박탈당했을 경우에는 배상청구권(an enforceable right to compensation)을 갖는다.
제 15조 고문 또는 잔혹,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및 처벌로부터의 자유
1. 어느 장애인도 고문 또는 잔혹,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 및 형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특별히, 당사국은 장애 당사자의 자유 및 사전 동의 없는 의료 또는 과학실험을 금지하고 그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해야 한다.
2. 당사국은 제반의 효과적인 법률, 행정, 사법 또는 기타 수단을 취하여 장애인이 고문 또는 잔혹,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혹은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 16조 착취, 폭력과 학대로부터의 자유
1. 당사국들은 모든 적절한 입법, 행정, 사회, 교육 및 기타 조치를 취하여 집 안팎에서 장애인을 모든 형태의 착취, 폭력과 학대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2. 또한 당사국들은 적절한 수단을 통해 착취, 폭력과 학대를 방지하며, 그 중에서도 특히 폭력과 학대를 피하고 인지하며 신고하는 방법에 관한 정보 및 교육을 통해, 장애인과 이들의 가족 및 보호자들을 위한 모든 적절한 형태의 보조 및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
3. 착취, 폭력과 학대 발생을 막기 위하여, 당사국들은 장애인을 위해 고안된 모든 시설과 프로그램들을 독립기관을 통해 효과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4. 당사국들은 보호 서비스 제공을 포함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그 어떤 형태의 착취, 폭력 및 학대의 희생자가 된 장애인들의 신체, 인지 및 심리적 회복, 재활과 사회재통합을 증진하는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회복과 재통합은 건강, 복지, 자아존중, 존엄 그리고 자율성을 증진시키는 환경에서 이루어지도록 한다.
5. 당사국들은 효율적인 법률과 정책을 적재적소에 마련하여 장애인에 대한 착취, 폭력 및 학대관련 사례를 확인, 조사하고 때에 따라 기소해야 한다.
제 17조 개인의 존엄성 보호
1. 당사국들은 만민평등에 기초를 두고 장애인의 존엄성을 보호해야 한다.
2. 당사국들은 실질적 또는 인지되는 손상을 교정, 개선 또는 완화하는 목적으로 장애인이 강제적으로 개입 당하거나 설수용 되는 것으로부터 보호해야만 한다.
3. 원치 않는 개입을 포함하여 의료적 응급상황이나 공중보건에 위험을 끼치는 상황의 경우,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4. 당사국들은 장애인이 강제적 치료를 받는 경우 다음을 보장한다.
(a) 대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함으로써 강제적 치료를 최소화 한다.
(b) 법에 의해 만들어진 절차와 적합한 법적 보호 장치 적용에 의해서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시행되어야 한다.
(c)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제한적인 상황에서 시행되어야 하며, 관련된 개인의 입장이 가장 잘 반영되도록 완전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
(d) 개인에게 적절하여야 하고, 치료는 받는 당사자 또는 그 가족에게 재정적인 비용 없이 제공되어야 한다.]
제 18조 이주의 자유
[본 협약의 당사국들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장애인의 이주 자유권을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한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장애인들이 아래와 같은 사항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다.
(a) 국적을 취득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장애를 이유로 임의적으로 국적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b) 장애를 근거로 하여 국적에 관련된 문서 또는 기타 신분증명 문서를 소유하고 사용하는 것, 혹은 이주의 자유권 행사를 촉진하는데 필요할 수도 있는 이민 절차와 같은 관련된 절차를 이용하는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는다.
(c) 자국을 포함하여 모든 국가에서 떠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
*이 글은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7차 특별위원회에 정부대표단으로 참석하고 있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한국추진연대 김동호(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초안위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오는 2월 3일 회의가 끝날 때까지 김동호 위원은 생생한 현장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해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