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 자립생활체험을 거쳐 부산시 북구 금곡동에 자신 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귀연씨. ⓒ이귀연

에이블뉴스는 장애인시설의 비리 운영과 인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고발된 이후에 주목한다. 비리 시설에서 살아왔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또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설에서 나오거나, 집에서 독립하려면 가장 먼저 살 곳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 노동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에게 거액의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현실성 있는 장애인 주택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에이블뉴스는 제2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는 특집을 진행한다.

[내집 마련 수난기]⑪부산시 북구 금곡동 이귀연(여·48)씨

평범한 가정에 나는 장애인으로 태어났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었고 우리의 집이 있었다. 나는 장애인이었지만 행복했다. 그러나 나의 14살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고 어린 나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너무 슬프고 힘들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충격이고 아픔이었다. 그러나 그 아픔을 아버지와 함께 치유해 갔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아버지이자 어머니였다. 그런 아버지에게 많은 것을 의지했었지만 6년 이후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그때 내 나이는 20살이었다.

어쩔 수 없는 난 시설로 들어가게 되었고 아무도 곁에 없다는 사실과 답답함이 계속 날 힘들게 했지만 감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그 곳 시설에서 25년을 살면서 친구들이랑 나가서 살자고 이야기도 많이 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누군가 도와주어야만 살 수가 있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교회도 가고 캠프도 가고 그러다가 목사님 사모님을 만나게 됐다.

교회 그룹홈에서 살게 되면서 돈도 모으고 임대주택 신청을 한 후 2년 동안 기다리다 동사무소에 가서 이름을 찾아보니 이름조차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같이 사는 동생이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근무하는 간사님을 만난다고 나보고 그곳에서 운영하는 자립생활체험홈에 가보지 않겠냐고 해서 생각해 본 뒤에 가기로 했다. 동료상담을 받고 다시 임대주택을 신청 하려고 동사무소에 가서보니 여전히 이름이 없었다. 그래서 자립생활체험홈에 와서 임대주택을 다시 신청을 하고 체험홈에서 만난 동생들과 같이 생활을 하면서 사생활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체험홈 생활을 하는 동안 만난 동생들은 나이로는 동생들이었지만 나에겐 친구들이자 가족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어느덧 지나 임대아파트가 분양됐다고 전화가 왔다. 나는 너무너무 기뻐 말로 표현하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동생들도 모두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돈도 어렵게 모았다. 먹을 것을 조금씩 먹고 입을 것도 절약하고. 그래도 지금은 좋기만 하다. 내가 쉴 수 있는 집이 있기 때문이며 사회구성원으로 사람들과 함께 체온을 느끼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갈 때면 더욱 더 즐거웠다. 무엇을 구입하거나 지나갈 때마다 인심 좋으신 분들께서 덤으로 주시고 맛보라고 주시고 어째보면 비장애인에게는 별것도 아닌 것들이 우리에겐 즐거움이고 행복이었으며 그것은 고마움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영화도 가끔 보러가고 언제나 즐거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우리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활동보조서비스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만 나의 신체적 손상으로 인해 사회적 제약이 따르고 장애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활동보조서비스는 꼭 필요하며 나아가 시간이 더 늘어나서 이 나라에 있는 재가 장애인과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선택과 결정에 책임을 지고 비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복지국가, 어울려 살기에 좋은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리플합시다]장애인 명칭 바꾸자? 나도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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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내주신 이귀연(여·48)씨는 부산시 북구 금곡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제28회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나의 내 집 마련 수난기’ 공모를 진행해 현재 릴레이로 수기를 연재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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