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씨가 자신의 집에서 언지 김수정씨와 이번 기고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윤정

에이블뉴스는 장애인시설의 비리 운영과 인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고발된 이후에 주목한다. 비리 시설에서 살아왔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또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설에서 나오거나, 집에서 독립하려면 가장 먼저 살 곳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 노동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에게 거액의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현실성 있는 장애인 주택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에이블뉴스는 제2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는 특집을 진행한다.

[내집 마련 수난기]⑨부산시 금정구 장전1동 김윤정(여·35)씨

10년 전, 스물 넷의 나는 그 또래 여느 여성들처럼 독립을 꿈꾸었다. 어머니, 오빠, 언니와 떨어져서 혼자 살아야 한다면 불편할 것이고, 넉넉지 않은 형편에 좋은 집을 구할 여력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 당시 나는 신나는 도전인 것 마냥 독립할 꿈에 부풀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뒤 따를 힘겨움, 그리고 내 삶의 변화를 짐작하지 못했었다.

처음 마련한 방은 그야말로 돈에 맞춘 방이었다. 당시 부산지하철은 1호선이 개통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나마 이동하기 편한 지하철 근처에 방을 구하고 싶었다. 하지만 100만원 보증금을 가지고 시작한 방구하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결국은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다세대주택을 시내 외곽에 구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기 전까지 8년 동안 수 없이 이사를 하였고, 그 때마다 화장실이 밖에 있는 집에서 생활하였다. 보행이 힘든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너무나 힘들었는데 지금도 그 과정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2년 전 나는 전세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었다. 나의 어려운 사정을 살고 있는 구청에 호소하였고, 구청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해주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전세임대주택 신청이었다. 당시에 이러한 제도를 왜 미리 알지 못했는지 화도 많이 났다. 장애인 임대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신청자가 너무 많아 당장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세임대주택 자금 5,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당시 지하철 가까운 곳에 화장실이 내부에 있는 집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다.

그러나 돈을 빌렸다고 하여도 여전히 집구하기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살고 있는 지역구내에 적당한 원룸을 알아보았는데, 우선은 내가 살기에 편한 집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괜찮은 집을 찾아서 주인을 만나보면 나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언니와 나, 둘이서 산다는 것에 걱정을 하면서 거부하기 일쑤였다. 또한 전세임대주택을 대출받는 과정은 주인의 협조가 꼭 필요한데, 그 과정이 귀찮아서 튕기기도 하였다. 이렇게 열군데 이상을 알아보고 겨우 주인을 설득하여 지금의 집에 이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온 집에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났다. 휠체어, 전동스쿠터 등을 이용하는 내가 밤늦게 들어가는 날이면, 집 대문 앞에 원룸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차를 주차해 놓아서 들어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전화를 해서 차를 빼달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나중에 자립생활센터에서 만난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러한 문제를 같이 겪고 있었다.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은 부분들에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독립을 한지 10년이 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전셋집에서 생활하며 2년에 한번 씩은 이사를 다녀야 할 상황이다. 이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장애가 있기 때문에 집을 구하기가 비장애인보다 너무 힘이 든다는 것이다.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고 싶지만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아직까지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는데,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편한 단독주택을 구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른다.

장애인이 생활하기에 편한 집은 우선 턱이 없어야 하고, 진입을 할 때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평지여야 한다. 아주 조그마한 턱이라도 전동 휠체어나 수동 휠체어가 진입하는데 무척 힘이 들기 때문이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아무문제가 되지 않는 아주 낮은 턱이 장애인에게는 집을 구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또 집 주인들은 장애인이 집을 구하러 다니면 많이 꺼려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집을 알아 보세요”하고 말이다.

나는 이렇게 힘든 일을 2년에 한 번씩 꼭 겪어야 했고 앞으로도 겪게 될 것이다. 올해 7월에 이사를 하기 위해서 벌써부터 나는 집을 알아보고 있다. 또 2~3개월 이렇게 발품을 팔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안락한 보금자리를 꿈꾸며…. 장애인이 마음 편히 집을 구하러 다니고, 어디든지 들어가 살 수 있는 그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또 도전을 할 것이다.

[리플합시다]장애인 명칭 바꾸자? 나도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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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내주신 김윤정(여·35)씨는 부산시 금정구 장전1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제28회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나의 내 집 마련 수난기’ 공모를 진행해 현재 릴레이로 수기를 연재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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