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블뉴스는 장애인시설의 비리 운영과 인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고발된 이후에 주목한다. 비리 시설에서 살아왔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또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설에서 나오거나, 집에서 독립하려면 가장 먼저 살 곳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 노동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에게 거액의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현실성 있는 장애인 주택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에이블뉴스는 제2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는 특집을 진행한다.
[내집 마련 수난기]⑧서울 송파구 문정동 이현정(여·35)씨
장애인들은 자립생활을 원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시설에 있을 때 나의 의지와 생각과 상관없이 타인의 의해 내가 맡겨지는 것이 정말 싫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이곳을 나가기로 결심했고 성공했다. 나의 자립생활 성공이 다른 장애인들에게 조금이나 용기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먼저 자립생활을 하려면 돈과 집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자립생활센터에다 전화를 해서 “자립을 하려고 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죠”라고 물으면 대답은 “돈이 있어야 해요”라고 답을 내린다. 이런 건 어느 장애인이나 다 알고 있다.
난 시설에 있다가 자립생활을 하고 싶어서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대낮 도주를 했다. 짐은 내가 쌀 수가 없어서 야학 등·하교 도와주는 활동보조인이 있어서 그 활동보조인한테 짐 싸는 것을 부탁하였고(한시간만에 모두 쌌다), 그리고 야학 차를 빌려서 짐을 우선 야학으로 옮기고 장애인콜택시로 이미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아는 동생에게로 갔다. 동생네에서 집에만 있는 은둔 생활을 했다. 부모님께 붙잡힐까봐 못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붙잡히면 도로 시설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달 동안은 은둔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은둔 생활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나고 송파구민회관에 있는 그림 동호회를 나가기 시작하면서 집을 알아보고 다녔다. 사실 도망간 곳이 오이도라는 곳이어서 지하철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 6시간이 걸려 아침 6시에 나와서 밤 12시에 들어가는 너무나도 힘든 생활을 해야 했다.
아는 사람한테 집 좀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한 달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어서 구민회관 근처로 직접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하지만 돈이 없었다. 사전에 알고 있던 구청에 전세 자금 대출을 알아보고 했지만 장벽이 있었다. 대출을 받으려면 보증인이 있어야지 대출을 해준다고 해서 어쩔 수없이 부모님께 연락을 했다.
부모님이 시설에서 나오면 부모 자식 연을 끊자고 하셔서 조금은 겁이 났지만 연락을 해서 보증을 좀 서 달라고 했다. 처음에는 냉정하셨지만 어느새 걱정을 먼저 해주시고 보증도 서주시고(참! 장애인은 보증인이 두 명이 필요함), 작은 아버지까지 보증인이 되어주셨다.
방을 얻기 위해 부동산을 찾아다니는 데 가는 곳 마다 턱이 높아 참으로 힘들었다. 다행히 한 곳이 턱이 없어서 2,000만원 대출금에 500만원 있던 것을 합해서 상가를 방으로 만들어 놓은 집을 얻었다.
부동산을 통해서 서류상은 전세로 하고 실제로는 2,500만원에 월 25만원을 내기로 했다. 조그마한 턱이 두 개나 있어서 복지관을 통하여 슬로프(경사로)를 두 개 지원을 받아서 깔았다.(집 개조는 주변에 복지관을 통해 하는 것이 좋다.) 전동휠체어를 집 안으로 들어오게 하려고 가구 만드는 공장을 찾아가서 나무 자투리로 슬로프를 만들어서 들어오고 나가고 할 땐 깔고 치우고 했다.
한 달에 40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25만원 월세 내고 나머지로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생활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그래서 동사무소를 내 집 드나들 듯하며 2년 만에 주택공사에서 지원하는 임대 주택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오래된 다세대빌라라서 1층도 계단이 한 9개나 있었다. 주택공사에다 전화해서 전동휠체어가 올라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리프트 설치를 해준다고 해서 먼저 살고 있던 집 주인에게 계약 기간도 끝나가서 이사를 간다고 이사 날짜까지 말을 해놓았다. 그런데 이사 가기 일주일 전에 주택공사에서 리프트 설치가 어렵다고 연락이 왔다.
주택공사 측에서는 내가 살 집을 다른 데로 알아보면 전세로 계약을 해서 나에게 임대로 해주겠다고 제안했는데, 너무 황당했다. 주인집 분들에게 정해진 날짜에 이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사정을 이야기를 했더니 얼마든지 있다가 가라고 내 사정을 봐주셨다.
그래서 한 보름을 다니면서 집을 알아보았다. 일반 주택은 내가 갈 곳이 없었다. 왜냐면 전동 휠체어가 들어 갈 수 있는 구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문정동에 장애인이 살기에 좋은 아파트가 있다는 소식을 자립생활센터 직원을 통해 듣게 되었고 부동산을 거쳐서 지금 꿈에 그리던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됐다.
난 지금 행복하다! 내 생각대로 내 의지대로 모든 일을 할 수 있기에….

*이 글을 보내주신 이현정(여·35)씨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살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제28회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나의 내 집 마련 수난기’ 공모를 진행해 현재 릴레이로 수기를 연재하고 있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