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환(가명)씨는 가족들과 같이 사는 것이 부담스러워 자립을 결심했다고 한다.

에이블뉴스는 장애인시설의 비리 운영과 인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으로 고발된 이후에 주목한다. 비리 시설에서 살아왔던 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나가지 못하고 또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되고 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것은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이다.

시설에서 나오거나, 집에서 독립하려면 가장 먼저 살 곳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과 노동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에게 거액의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는 현실성 있는 장애인 주택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에이블뉴스는 제28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 주거권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는 특집을 진행한다.

[내집 마련 수난기]④부산시 수영구 김세환(남·28·가명)씨

가족에게 부담 느껴 자립 절실

저는 영구임대아파트나 영구임대주택에 들어가 살기 위해 가족 품을 떠나서 작년 9월부터 월세방을 얻어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자립생활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저는 어머니께서 오래 전에 돌아가셔서 안 계시고 아버지와 형제들하고 같이 지내니깐 저의 생계비가 나오지 않아 생활에 필요한 금전을 가족한테 타 쓰는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라서 저의 마음이 늘 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족의 도움만 받고 저는 가족한테 피해만 주면서 평생을 지내야 되는 것이 매우 싫었습니다. 또 아버지와 사귀는 사람이 다른 형제들한테는 그러지 않지만 장애인인 저에게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온갖 저주와 악독한 짓을 저질러 매일 시달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자립생활을 염려해 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하고 있을 때 저의 생계비를 타게 해주고 영구임대아파트를 신청해달라고 아버지께서도 동사무소에 가보시고 저도 저 혼자 여러 번 가봤지만 가족이 있다는 둥 몸이 불편한데 혼자 어떻게 사느냐는 둥 왜 자식을 버리려고 하느냐는 둥 하면서 아무것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장애수당만큼은 정말 절실했었는데 그것도 들어주지 않고 완전 묵살하였습니다.

자립 방법 찾으러 동사무소 찾았지만…

그러나 저의 권리를 포기할 수 없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찾아보니 희박하나 방법이 있었고 길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혼자 월세방을 얻어 이사가 사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일 쉬운 방법으로 서류상만으로 하숙을 해서 필요한 생계비와 영구임대아파트를 받을 심사였는데 2년 동안 서류상 하숙할 집을 이곳저곳에 찾아 헤매었지만 장애인인 저에게 하숙을 시켜주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서류상 하숙을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동에 사람이나 구청 사람이 방문해서 검사를 해보면 들킬 공산이 많기 때문입니다. 서류상 하숙은 저의 의도대로 하숙을 못해보고 꽝이 되었고, 또 좀 더 확실한 방법에 도달하였습니다.

그 최상의 확실한 방법은 월세 방을 얻어 가족에게서부터 저 혼자 완전히 분가하는 것이었습니다. 계획은 썩 괜찮았는데 실행하려고 하니 걸림돌 같은 것들이 따랐습니다. 뇌병변 1급 장애인인 제가 월세를 얻어 집주인과 계약해 그 집에서 사는 일이며 생활하는데 드는 비용과 달달이 나가는 월세금은 생계비를 지원받지 않으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었습니다. 영구임대아파트도 얻어질 지 미지수였습니다.

분가 실행…“10~11월 임대아파트 기대”

그러나 제가 이사 온 동네에 동사무소에서 저의 처지를 잘 이해해주어 생계비도 매달 받게 해주었고 영구임대아파트도 신청해주어 이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올해 10월이나 11월에는 입주할 수 있다고 저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동사무소에서는 저를 친절히 잘 대해 혼자서도 아무 탈 없이 지내고 있지만 이 집을 계약할 때 이 집에 이사 오도록 집을 구해준 사람이 있는데 처음에 그 사람의 명의로 계약을 했는데 좀 있다가 제 명의로 계약을 고쳐주겠다고 저한테 분명히 말을 해줘 그 사람이 집주인한테 제 명의로 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제안을 해봤지만 장애인하고 집을 계약을 하면 돈을 못 받을 수 있다며 장애인하고는 절대로 계약을 안 해준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이 집에서 약 한 달가량 지내니깐 집을 구해준 그 사람과 심하게 싸울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집을 구해달라고 아버지께 요청을 해봤지만 동사무소에서도 무조건 안 된다고 그랬고 아버지께서도 제가 이사 갈 집을 구해주기가 힘이 드셔서 다음 기회에 해보자고 계속 미루시며 마지못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버지 죽으면 원하는 대로 밖에 나가서 살라고, 안 되는 일을 가지고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말고 그냥 집에 있으라고 저에게 이르셨습니다. 하지만 저를 저주하고 온갖 나쁜 짓으로 저를 괴롭히는 사람과 부딪히는 생활이 엄청 싫었고 평생을 가족하고만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저의 의지를 굽힐 수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 이름으로 집 계약한 것이 화근

그래서 아는 여러 사람에게 미안함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 이 집에 이사 오게 되었습니다. 계약금은 전액을 아버지께서 내주시고 월세는 처음 두 번은 집을 얻어준 사람과 아버지께서 일부분 나눠 내주셨는데 저의 생계비가 나오면서부터는 월세며 전기세며 전화요금이며 인터넷요금은 이제 전부 제가 부담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집주인에게 월세를 주니 집을 구해준 그 사람이 월세를 왜 네가 주느냐고 흥분하면서 막 화를 냈습니다. 그 사람이 왜 화를 냈냐하면 저와 심하게 싸워서 저를 이 집에서 내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집주인한테 월세를 안 줄 의향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이 이중계약서를 써주어서 동사무소에서 생계비를 신청할 수 있었습니다. 생계비를 지원 받을 수 있게끔 그 사람한테 제가 저의 가족들이 하는 일을 생계비를 신청받는 관계자에게 약간 거짓말을 보태달라고 부탁을 했었습니다. 생계가 나오지 않으면 제가 제 손으로 월세를 못 주며 생활도 못하는 까닭 때문에 사실대로 말하지 말고 제가 일러준 대로 이야기를 잘 해달라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이해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한 것이 잘못되어 그 사람한테 피해가 간다고 이제는 제가 생계비를 못 받도록 다 불어버린다고 당장에 이 집에서 나가라고 위협 아닌 위협을 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일부러 방을 2칸 얻어 한 칸을 제가 쓰고 다른 한 칸을 저처럼 처지가 비슷한 어떤 장애인 한 명이 올 거라고 했었는데 그 장애인이 안 온다고 알려왔습니다. 이제는 그 사람의 연락도 끊어져 이 집에서 나가라는 독촉이 없어 그런 대로 잘 지내고 있지만 집주인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계약서를 없애버리고 저와 다시 계약을 하겠다고 그러던데 하지만 이제 그 사람이 계약서 안 주고 그것을 가지고 장난치고 있습니다.

계약서를 달라고 세 번이나 휴대폰을 해봤지만 그 때마다 일부러 안 받았습니다. 이 일을 집주인에게 알려더니 계약서를 돌려받을 기회가 올 거라고 계약금에 걸려있는 돈이 전부 우리 아버지 돈인지 알고 그 사람에게 돈을 안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랬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얘기입니다.

집주인이 내게만 전기세를 많이 받아

또 집주인한테 못마땅한 것은 저한테만 유독 전기세를 많이 내라고 강요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는 여섯 가구가 사는데 전기세가 공동으로 나와 제가 이 집에 이사와 두 번까지는 각각 한 사람씩 만원도 안 되는 액수를 똑같이 내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전기세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집주인은 무턱대고 제가 이사 오면서부터 많이 나온다며 전기세를 저한테만 많이 받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주인의 말이 맞나하고 계속 생각해 보았지만 처음에 두 번을 만원도 안 내는데 의문이었습니다. 마침 아버지께서 집으로 오셔서 옥상에 올라가 보니 저의 집 기름통에만 기름이 채워져 있을 뿐 나머지 집들의 기름통에는 기름이 거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제야 알고 싶었던 의문이 풀렸습니다. 저만 보일러를 돌리고 옆집들은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전혀 나지 않고 다들 전기장판을 켜고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주인에게 말해보았지만 기름이 없어서 제가 전기장판을 켰을 때에는 전기장판 때문에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고 하였는데 옆집들이 전기장판을 켜고 있으니까 전기장판을 켜도 전기세가 얼마 나오지 않는다고 말을 금방 바꿨습니다. 이른바 집주인의 숙달된 아주 대단한 재주라 칭하겠습니다.

평소에 끼니는 복지관에서 매일 가져다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모질라면 장애인활동보조인으로 아주머니께 반찬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저는 쌀을 씻어서 밥도 안칠 수 있고 라면도 혼자 끊어 먹을 수 있습니다. 청소하고 빨래는 활동보조인인 아주머니께 물론 맡깁니다. 이렇게 저의 자립생활을 굴곡도 있고 평탄한 부분도 있습니다.

저의 경험을 통하여 제가 자립생활에 제안을 하자면 가족들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에게 생계비와 장애인이 살 집을 주지 않는 것은 몰상식이고, 무지라는 것입니다. 부양할 가족들이 있건 없건 간에 장애인이 원한다면 생계비와 주거를 신속히 해결해줘야 되며 장애가 중증이라면 활동보조인서비스의 시간을 늘려 하루 당 24시간을 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김세환(가명)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집주인과 자신의 이름으로 월세 계약을 하지 못했다.

*이 글을 보내주신 김세환(남·28·가명)씨는 부산광역시 수영구에서 살고 있습니다. 에이블뉴스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제28회 장애인의 날 특집으로 ‘나의 내 집 마련 수난기’를 공모하고 있습니다. 원고료 10만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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