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시작된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 소속 중증장애인들의 활동보조인 제도화 촉구 대구시청 앞 노숙농성이 3일 현재 16일째를 맞았다. 서울에서의 노숙농성에서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중증장애인의 권리로 인정이 되는 성과를 얻어진 반면, 대구 노숙농성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이는 실정이다. 한나라당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의 장애인 문제에 대한 관점이 저만치 뒤쳐져 있다는 것이 노숙농성단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꾸기 위한 장애인들의 투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도와주고 싶지만 예산 없어 못 도와준다?


김 당선자는 선거운동 당시 지난 5월 27일 노숙농성단과 만난 자리에서 “도와주고 싶지만 예산이 없어서 못 도와주겠다”, “경제부터 살려야 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성단은 도움이 아니라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항의했고, 김 당선자는 “당선이후에 만나자”며 자리를 뜨려고 하면서 마찰이 빚어졌다.
당시 중증장애인이 휠체어에서 떨어지고, 김 당선자는 멱살을 잡히는 소동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과정을 겪은 김 후보측 관계자 1명이 장애인에 대한 비하발언을 쏟아낸 것으로 브레이크뉴스가 보도했다.
“그 새끼들은 맨 날 달래. 지하철 리프트 만들어 줘. 버스 만들어 줘....땡전 한 푼 주지 말아야 돼. 싸가지 없는 새끼들. 장애인으로 태어난 게 무슨 뭐라도 된다구... 그럼 우리 같은 사람들도 땡깡 놓으면 차 한대씩 다 사줘야겠네.”<브레이크뉴스 5월 28일자 보도>
노숙농성단측은 이 발언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활동보조인이 권리가 아니라 도움의 차원으로 규정한 김 당선자의 당시 발언도 장애인에 대한 비하라고 규정했다.
이틀 후, 5월 29일 노숙농성단은 김 당선자의 선거사무소를 찾아갔다. 이 항의방문에 참여한 장애인부모 50여명과 중증장애인 30여명은 김 당선자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8차선 도로를 점거하는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당선자는 이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노숙농성단은 투표일 당일인 5월 31일 저녁 한나라당 대구시당 앞에 모여 김 당선자의 장애인 비하발언 공개 사과와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는 항의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 당선자는 70.2%의 지지를 받고, 대구시장 당선자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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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당선자 행사장 찾아가 기습시위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는 장애인 비하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약속하라!”
지난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5·31 지방선거 당선자 약속실천 다짐대회에 참석한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가 단상에 올라 소감을 발표하는 도중, 전국장애인차별철폐 준비위원회와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 회원 3명이 이렇게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구호와 같은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김범일 당선자 앞에서 펼치려했으나 행사 관계자들이 금방 제지에 나서 플래카드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곧바로 끌려 나갔다. 김범일 당선자는 자신과 관련한 돌발 사태에 대해 “죄송하다”고 간략하게 언급하고, 당선 소감을 이어나갔다.
행사장 내부의 상황은 이렇게 종료가 됐지만 행사장 밖에서는 계속해서 “장애인 비하발언 사과하고, 활동보조인 제도화하라”는 구호가 계속됐다. 이들의 구호 소리는 소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하게 들려왔다.
“오늘이 한나라당 당선자들이 약속을 실천하겠다는 선언을 하는 날이 아닙니까? 김범일 당선자에게 장애인 비하발언에 대해 사과를 받고,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야겠습니다.”
‘김범일 당선자를 만나러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준비위원회 박경석 집행위원장,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 박옥순 사무국장, 노금호 대구중구사람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등 4~5명은 이를 막는 국회 직원들 사이에서 한바탕 몸싸움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보도자료가 뿌려졌고, 국회 직원들은 이 보도자료를 수거하기 위해 또 다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보도자료에는 기습시위의 배경이 되는 김 후보측의 장애인 비하발언에 대한 설명과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에 대한 김 당선자의 입장을 규탄하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김 당선자측 “비하발언은 이미 사과했다”
이에 대해 김 당선자의 수행비서라고 밝힌 관계자는 소회의실 입구 상황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 “비하 발언을 했던 사람은 공식 선거운동원이 아니었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 사무실에 찾아오는 지지자일 뿐이다. 김 당선자가 장애인들에게 멱살을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화가 나서 그렇게 발언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김 당선자가 대구지역 TV토론회에 참석해 전적으로 잘못했다고 사과했고, 이는 지역 언론들에도 모두 보도가 됐다”고 주장했다.
활동보조인 제도화 약속과 관련해서는 “당선이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구체적인 약속을 할 수가 없어서 당선이 되고 나면 만나서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행사장에 나온 김 당선자와 함께 의원회관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했다.

"한나라당도 활동보조인에 대한 공식 입장 밝혀야"
행사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소회의실을 빠져나가는 순간, 기습시위대측은 소회의실 입구에 국회 직원들에 의해 가로막힌 채 구호만 외쳐댈 뿐이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 등 당선자들과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기습시위대의 행동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서둘러 의원회관을 빠져나갔다.
이날 기습시위대에 유일하게 관심을 기울인 사람은 한나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계진 의원. 이 의원은 박경석 집행위원장과 오랫동안 활동보조인 제도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관심을 기울였지만 “한나라당이 논의를 통해 활동보조인 제도화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 달라”는 박경석 집행위원장의 요구에는 답변을 주지 않은 채 떠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 준비위원회와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김범일 당선자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측에도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에 대한 약속을 요구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에게 요구한다. 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화는 대구지역 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다수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정당으로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약속을 할 것을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