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량 LPG 허용은 1990년부터
"장애인은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인하여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말한다."
이것은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서 규정한 '장애인의 정의'조항이다. 이 규정에 의해 장애인으로 등록을 한 자에게는 세제 및 이용료 감면 등의 복지혜택이 주어진다.
등록장애인이 가장 선호하는 혜택은 LPG차량이다. 급수에 상관없이 등록장애인은 LPG 차량을 소유할 수가 있는데, 현재 휘발유가 리터당 1,500원 정도인데 LPG는 800원 정도이다. 물론 LPG가 휘발유에 비해 연비가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가격자체가 싼 데다가 장애인은 240원 지원이 된다. 그러니까 장애인은 물론이고 가족들도 LPG차량을 원하게 되고, 심지어는 장애인의 이름을 빌린 허위 이용자가 생기는 판이라 정부에서는 LPG지원제도를 없애겠다고 한다.

지난 1일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은 장애인차량 LPG 지원제도와 관련해 “면세로 가는 방법보다는 같은 재원을 들이더라도 장애 정도와 경제적 능력에 따라 달리 지급해야 한다는 안이 공감을 얻고 있다”면서 교통수당쪽으로 전환해서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이 '차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장애인과 형평성 문제가 있다'면서 LPG지원제도가 잘못된 제도라고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장애인차량의 LPG 특별소비세 폐지를 당론으로 추진하며, “기존 LPG 지원을 받고 있는 장애인은 그대로 지원하고, 차량을 소유하지 못한 장애인에게는 따로 교통수당을 지급해야할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형평성 문제를 논한다면 장향숙 의원의 말이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옳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할 것이지 왜 지금에 와서 많은 장애인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시행하려고 하는 것일까.
장애인복지법은 1981년에 제정되었고 장애인등록제도는 1988년부터 시작되었다. 등록장애인에게는 약간의 복지혜택이 주어졌는데 1990년 5월 1일부터 장애인차량은 LPG 연료사용이 허용되었다. LPG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은 영업용 택시인데 여기에 장애인차량이 추가된 것이다.
장애인에게 LPG연료 사용을 허용한 것은 장애인의 이동을 돕고 장애가족의 경제적부담을 경감시키는 정책으로 장애인복지법 제16조 '경제적 부담의 경감’(1989.12.30)에 의한 것이었다.
처음 시행될 때 장애인차량 LPG 연료지원제도 같은 것은 없었다. 가격 자체가 휘발유보다 낮았으므로 LPG연료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제적으로 절감이 되었던 것이다. 이 제도가 시행될 당시 1990년 8월 휘발유는 리터당 370원, LPG는 170원 정도였다.
장애인차량 LPG 허용이 시행될 1990년 당시에는 1~4급 장애인 1천500cc 이하 본인차량에 한해 LPG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1993년 9월 전 등록장애인에게 2000cc 미만의 본인차량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었고, 1998년 5월 본인 또는 보호자 명의의 모든 차량까지 대상의 폭이 넓어졌다.
물론 우는 아이 젖 준다고 장애인계의 끊임없는 요구와 투쟁 덕분이었지만 아무튼 반가운 조치였다. 그런데 1990년 시행당시 등록 장애인은 25만명에 불과하였으나 장애인차량 LPG허용이 확대될 무렵인 1998년말 등록 장애인은 582,913명으로 시행당시보다 두배를 넘어섰고, 1999년말에는 753,451명이었다.
[리플달기]‘LPG 지원제 폐지, 교통수당 신설’ 의견을 듣습니다

LPG 가격인상은 RV차량에서 비롯
이렇게 장애인등록이 늘어난 것은 갑자기 들이닥친 IMF도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유류가의 급등으로 LPG 차량을 선호하는 장애인들이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동안 휘발유나 LPG가격이 인상되기는 했으나 대체로 LPG 가격이 휘발유의 3분의 1수준이었다.
그런데 IMF가 장애인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전국민 금모으기 등으로 IMF를 벗어나고자 노력하였음에도 국민들의 소비가 긴축되자 정부에서는 비장애인들에게도 LPG 사용을 허용하게 됐으니 이른바 'RV(Recreational Vehicle)차량'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휘발유 차량을 가진 사람들도 계산기를 두들기며 너도나도 RV차량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LPG연료비 싸지, 승합차라 자동차세까지 절감할 수 있는데 누가 마다하겠는가.
카렌스 산타페 레조 등 RV차량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당시 어떤 이는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RV차량이 8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관계당국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웃다가, 아니 채 웃어 보기도 전에 울상이 되고 말았으니 세수가 줄어 든 것이었다.
놀란 당국이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은 그 동안 승합차로 분류되던 RV차량 즉 10인승 이하는 승용차로 분류하여 6만5천원하던 세금을 2007년까지 30여만원쯤 거두겠다는 것이고, 2000년 7월부터 100 대 26 수준인 휘발유와 LPG 가격을 2006년까지 100 대 60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이었다. 1999년 11월 자동차에너지 가격체계 합리화 방안이라는 것이 발표되었고, 장애인계에서는 즉각 반발하였으나 뉘 집 개 짓는 소린가 싶은지 정부의 가격조정안은 예정대로 실행되었다.
장애인차량 LPG 허용은 대중교통이나 편의시설 등 장애인의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동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는 소극적인 정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장애인은 그나마 감지덕지하여 연비도 떨어지고, LPG충전소도 귀하던 시절이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존에 가지고 있던 차량을 100여만원의 개조비를 부담하면서까지 LPG차량으로 개조를 하였는데 LPG가격을 휘발유의 60%까지 인상하겠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한국장총 등 전국장애인단체에서는 LPG가격인상을 반대한다는 공문을 관계기관에 발송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하였고 'L피지인상! 장애인P눈물! 당국은 아는G'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1년 가까이 투쟁과 시위를 계속하였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2000년 9월 7일 'LPG정책반대 범장애인궐기대회'가 서울역 광장에서 열렸다. 성난 장애인들의 불만과 분노가 폭발하였던 것이다.
장애인계에서는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LPG 가격인하가 아니라 면세를 주장하였다. 관계당국이 손을 들었으나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LPG 면세가 아니라 가격이 오르는 만큼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2006년까지 LPG가격이 인상될 것이므로 2001년 7월 1일부터 1년에 리터당 70원씩을 향후 6년간 2006년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지원할 것인가. 그래서 나온 것이 장애인복지카드이다. 기존의 장애인수첩을 복지카드로 변경하여 복지카드로 LPG를 충전하면 지원금 70원을 공제하고 계산한다는 것이다.
2000년 9월 당시 LPG는 337원이고, 휘발유는 1,279원이었다. 2001년 7월1일부터 70원이 지원되었으니 2005년 7월 1일부터 350원이 지원되어야 함에도 지난 7월 8일 LPG 세금이 인하되었다면서 2004년의 280원에서 40원을 삭감한 240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들은 종전과 비슷한 리터당 440원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며 “종전 혜택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밝혔다.」(에이블뉴스. 2005. 07. 12)
현재 LPG가격은 790원이고 240원을 빼면 550원인데 어떻게 440원선이 되는지 그 참 희한하네.
그보다도 장애인차량의 LPG는 1회 4만원까지 하루에 두 번을 충전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LPG 가격이 오르고 등록장애인이 늘어나자 정부는 돈이 아까워졌는지 2004년 12월 1일부터 많은 장애인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 달에 250리터로 제한을 해 버렸다. 그런데 1년만에 이 지원금마저 폐지를 하겠단다.
문제는 다른데 쓸 돈은 있어도 장애인을 위해서 쓸 돈은 아깝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장애인이 몇명되지 않았으니 별것(?) 아니었겠지만 등록장애인이 늘어나고 차량보유대수가 증가하자 돈이 아까워진 것이리라. 1990년 장애인차량 LPG사용이 시행될 당시 등록 장애인은 25만명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2002년에는 1,236,612명, 2003년에는 1,454,215명, 2004년에는 1,610,994명, 그리고 2005년 9월말 현재 등록 장애인은 1,738,265명이다. 장애인 LPG차량도 꾸준하게 증가하였으니 2002년 221,528대에서 2003년에는 275,738대였고 2004년에는 336,244대로 늘어났다.

LPG지원금 폐지는 장애인복지법의 포기
장애인등록이 늘어나다 보면 자연히 장애인차량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그 동안 우리가 줄곧 장애인 10%를 주장해 왔음에도 우리 나라에 이렇게 장애인이 많을 줄 몰랐단 말인가.
장애인복지법 제27조(경제적 부담의 경감)조항에는 '장애인의 경제적 부담경감을 도모하고 장애인의 자립촉진을 위하여 세제상의 조치, 공공시설 이용료의 감면등 기타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등록장애인의 수가 많아지자 정부 스스로가 장애인복지법을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여러 가지 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나는 장애인이요'하는 장애인등록을 왜 하겠는가. 사는 게 너무나 고달프고 힘이 들기에 동사무소에 눈치를 보면서 장애인등록을 신청하고 몇 만원에서부터 몇 십만원까지 자비를 들여서 진단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감수하는 것은 약간의 혜택이나마 받아 보려는 안간힘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상담실에 장애인 등록 여부를 묻는 내용은 정말 눈물겹기까지 하다. 더구나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남은 잘 모를 수도 있는 5~6급의 경증 장애인이 굳이 등록을 하려는 이유는 LPG차량을 운행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뭐 차량을 가진 장애인은 고소득이라고?
이런저런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로도 지정되지 못해 LPG차량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장애인들을 더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한 달에 6만원 정도 지원하는 유류비마저 없애겠다니 이것이 대한민국의 장애인복지정책의 현주소란 말인가.
이 모두가 장애인의 삶을 잘못 계산한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의 결과이다. 당신네들이 갈팡질팡한 LPG정책의 실패를 왜 장애인에게 떠넘기는가 말이다. 당국은 LPG차량 지원금 철폐가 아니라, LPG면세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진정 장애인복지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차량이 없는 장애인에게는 교통수당을 신설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