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복남 객원기자】파크골프(park golf)는 말 그대로 파크와 골프가 합성된 말로 공원에서 치는 골프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공원에서 치는 미니 골프라는 말인데 198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골프와 비슷하지만, 더 짧은 코스를 돈다. 골프채는 한 가지로, 주먹만 한 플라스틱 공을 친다. 멀리 골프장까지 갈 필요가 없고 배우기도 쉬워 인기가 많다.

모든 스포츠가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파크골프는 잔디밭 걷기와 스윙으로 심폐지구력·근력·균형을 높이고, 야외 활동으로 스트레스 완화와 사회적 교류를 돕는 저강도 운동이라고 한다. 그래서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 재활에도 일조하고 있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정식종목이기도 하다.

아침의 파크골프장. ⓒ이복남
아침의 파크골프장. ⓒ이복남

그런데 어린이의 출생은 줄어드는 대신 노인 인구는 늘어나고 장애인의 재활을 떠나 몇 해 전부터 대학에 파크골프과가 개설되고 있다.

부산에서 치러진 제4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끝나고 “제1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한마음 파크골프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대회 목적은 “생활 스포츠 파크골프를 통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건강을 위한 체력증진”이라고 했다.

주최가 부산광역시 장애인평생교육원, 부산광역시장애인골프협회가 공동주최이고, 부산광역시 장애인평생교육원이 주관이라고 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동의대 파크골프아카데미 김혜숙 회장이 명예회장이었다.

동의대에서 파크골프과 개설을 위한 전초전인 모양인가 싶어서 필자도 참가 신청을 했다. 이번 대회에 출전선수들은 부산장애인골프협회 회원뿐 아니라 동의대 파크골프아카데미, 부산시상의군인회 등에서도 참가한다고 했다.

파크골프장 본부석. ⓒ이복남
파크골프장 본부석. ⓒ이복남

11월 11일 월요일 아침 하늘 파랗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으나 초겨울 날씨는 쌀쌀했다. 파크골프 대회가 열리는 날에는 주최 측에서 커피와 녹차 또는 둥굴레 차를 준비해 놓고 이른 아침이라 아침을 굶고 오는 사람들도 많아서 시루떡이나 가래떡 등을 하나씩 나눠 주곤 했다.

이번 대회에는 커피는 물론이고 아침 간식도 없었지만, 티업(Tea Up) 시간이 8시 반이라 모두가 서둘러 출발했다. 참석인원이 200여 명이라 티업은 샷건 방식으로 출발했다.

필자는 A 코스 1번으로 출발했지만, 어차피 등수하고는 거리가 먼 실력이라 1번이든 2번이든 상관은 없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으나 아침이라 날씨가 쌀쌀하여 사람들은 겨울옷을 입은 것 같았으나 대부분이 덜덜덜 떨고 있는 것 같았다.

파크골프에서 기록원은 심판이다. 부산남구파크골프협회에서 기록원(심판)을 하고 있었다.

오케이(컨시드) 존. ⓒ이복남
오케이(컨시드) 존. ⓒ이복남

평소에는 파크골프를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 홀컵 주변에 오케이 존 또는 컨시드 존의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 동그라미 안에 공이 들어가면 오케이(컨시드)를 주므로 컵인을 안 해도 된다. 그러나 대회에서는 오케이나 컨시드가 없으므로 누구나 다 컵인을 해야 한다.

오케이(OK) 또는 컨시드(concede)는 공이 홀컵에 가까이 있어서 컵인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케이나 컨시드의 넓이에 시비가 생기므로 파크골프에서 공인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삼장구장의 오케이존(컨시드존)은 홀컵 깃대에서 70cm 정도이므로 지름이 140cm의 원이 그려져 있다.

파크골프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그렇게 알고 있으므로 평소처럼 컵인을 안 하게 되면 벌타를 받게 된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는 주최 측에서 로컬룰에서 오케이나 컨시드를 허용했다고 한다.

대회에서는 오케이나 컨시드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알고 있던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기록원(심판)과 실랑이가 붙어서 옥신각신하는 것 같았다.

어느 대회든지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는 그 대회에서만 준용되는 로컬룰을 발표하지만, 평소에 익히 알려진 대회에는 오케이나 컨시드가 없다는 로컬룰을 번복해서 이런 혼란을 초래하다니.

보통 비가 와서 물이 고여 있으면 벌타 없이 공을 옮겨도 되고, 구장 사정에 따라 부득이한 장애물은 벌타 없이 공을 옮길 수 있다는 것은 그럴 수 있지만 대회에서 오케이가 있다거나 없다는 것으로 여기저기서 시비가 붙는 것은 참 모를 일이다.

대회 팜플릿. ⓒ이복남
대회 팜플릿. ⓒ이복남

오늘 대회는 오전에 나인 홀을 치고 오후에 또 나인 홀을 돌아 총 18홀 만에 끝이 난다고 했다. 오전 8시 반에 티업해서 10시쯤 끝이 났다.

오전 경기가 끝난 사람은 각자 자기 천막 아래 의자로 가서 앉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땡볕을 피해서 그늘을 찾던 사람들이 그늘이 춥다고 천막 밖으로 햇볕을 찾아서 의자를 옮기기도 했다.

몇몇 사람이 필자에게 커피가 없다고 주최 측에 가서 말 좀 해 보라고 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굳이 주최와 주관을 구분할 필요는 없지만, 오늘 대회는 주최와 주관이 분리되어 주관이 부산장애인평생교육원이었다.

부산장애인평생교육원 전미현 이사장이 대회장이라서 본부석 전미현 이사장에게 가서 커피가 없느냐고 물었다.

전미현 이사장 “커피가 있으라는 법 있습니까?”

필자 “그렇다면 김우곤 국장이 잘못했네요. 공지할 때 커피 없음이라고 알렸으면 커피를 준비했을 텐데 당연히 커피가 있을 거라고 아무도 커피를 준비해 오지 않았답니다.”

김우곤 국장 “저는 잘 모릅니다. 대장이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오늘 대회는 구장을 빌려준 것뿐입니다.”

장애인 회원들은 참가비 2만 원씩 내고 왔는데, 날이 추운데 커피도 없고 따뜻한 물도 없다고 투덜거렸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사무실에서도 20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전부 커피를 줄 수가 없으므로 커피는 안 주기로 했다고 했다.

앞뒤가 거꾸로 걸려 있는 태극기. ⓒ이복남
앞뒤가 거꾸로 걸려 있는 태극기. ⓒ이복남

두 번째 조가 끝날 무렵인 11시부터 개회식이 있다고 했다.

필자가 개회식 사진을 찍으려고 앞자리에 앉았더니 태극기의 앞뒤가 거꾸로 달려 있었다. “태극기가 거꾸로 달려 있어요.”  빨간색이 위로 가면 되지 무슨 상관이냐고 오히려 필자를 타박했다. 그러자 옆에서 위에 붙인 테이프를 떼라고 했다. 그래도 앞뒤는 바뀌지 않았다.

정상적인 태극기 모양. ⓒ네이버 블로그
정상적인 태극기 모양. ⓒ네이버 블로그

태극기(太極旗)는 태극무늬의 원 안에 위는 빨간색이고 아래는 파란색이다. 그리고 네 모서리에는 건곤감리(乾坤坎離)라는 네 괘가 그려져 있다. 건곤감리는 우주의 원리와 대한민국의 정신을 담은 철학적 상징으로 『주역(周易)』에 나오는 64괘 중 네 가지를 선택한 것이다.

태극기 왼쪽 위의 건쾌(3)는 하늘을 뜻한다.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오른쪽 아래는 곤괘(6)로 땅을 뜻한다. 그리고 오른쪽 위의 감괘(5)는 물을 뜻하고 대각선으로 왼쪽 아래 리괘(4)는 불을 뜻한다. 태극기는 가운데가 태극문양이고 네 모서리는 건곤감리로 구성되어 있다.

점심을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말 하지 마세요. 꼰대소리 듣습니다. 그리고 요즘 사람들 태극기에 관심 없습니다.”

개회식이 시작되었다. 전미현 대회장은 제1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한마음 파크골프 대회를 개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파크골프에는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생활체육의 목표는 체력증진이며 엘리트 체육의 목표는 경기력 향상이라고 했다.

그런데 생활체육의 파크골프가 대회마다 상금이라는 목표 아래 엘리트 체육 및 프로로 잘못 인식되고 있어 이번 대회를 계기로 파크골프장이 소수의 5%가 아니라 95%의 생활체육 동호인과 장애인들의 진정한 체력증진을 위한 종목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참석 내빈. ⓒ이복남
참석 내빈. ⓒ이복남

부산장애인파크골프협회 김정포 회장 격려사에 이어 부산시생활체육 강정아 과장이 박형준 시장의 축사를 대독했다.

내빈인사에 이어 이성희·박미경의 선수선서에 이어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참석 내빈들이 시구하러 갔는데 필자는 따라가지 않았다.

참석자 기념 촬영. ⓒ이복남
참석자 기념 촬영. ⓒ이복남

점심은 유부초밥 도시락과 기념품으로 기다란 스포츠타월을 나눠 주었다. 유부초밥 도시락에 경품권을 나눠 주었는데 오늘은 파크골프채 2개가 경품으로 걸려 있다고 했다.

동의대 측에서 참석한 사람들은 동의대 파크골프아카데미 및 부울경 시민로스쿨 포럼 그리고 부산상의군경회 등에서 참석했다고 했다.

12시 반부터 오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전처럼 샷건 방식으로 나인홀만 경기하므로 1시간 만에 1조 경기는 끝났고 2조가 들어갔다.

그런데 오전 경기에는 참여했던 몇몇 장애인들이 오후 경기에는 참여를 안 했다고 했다. 왜,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처음에는 말을 아끼며 대답을 꺼렸다.

오전 경기에는 참여했는데 오후에는 참여를 안 했다면 참여를 안 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닌가? 왜 참여를 안 했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세요.

천막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까치. ⓒ이복남
천막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까치. ⓒ이복남

기분이 나빠서라고 했다. 기분이 나빠서 참여하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어서 그냥 참여를 안 하고 여기 앉아서 다른 회원들의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린다고 했다. 아침에 같이 왔기에 오후에도 같이 가려고.

장애인 회원 중에는 뇌병변장애인이 있는데 그들은 뇌성마비나 파킨슨인데 걸음이 느리다. 비장애인들과 같이 가면 비장애인들의 걸음걸이를 따라갈 수가 없다. 그들이 속한 4인 1조에는 비장애인이 있는데 걸음이 느리다고 중얼중얼 타박을 하더란다.

뒤따라오던 조에서도 구시렁거리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들의 구시렁거림에 대꾸하자니 싸움이 날 것 같아서 오전 경기는 참고 진행했으나 너무 화가 나서 오후 경기에는 도저히 참여할 수가 없어서 아예 경기를 포기했다고 했다. 이런일은 평소에도 가끔 있었다.

전미현 대회장이 개회사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경기라고 하던데 이게 무슨 함께 하는 경기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애인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진정한 친구가 아닌 이상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입으로는 장애인을 위한다고 하지만 속으로는 “장애인은 싫어”하는 표리부동한 사람들이 있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지만 이번 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한마음 파크골프 대회”임에도 별반 달라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곳이 부산장애인평생교육원인데 이름뿐이고 마음속으로는 “장애인은 싫어”하는 차별의식이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런 불상사가 생기는 것 같다.

장애인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일 뿐인데 우리 사회가 언제쯤 틀림을 다름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장애인의 다름을 인정하고 장애인의 걸음에 보조를 맞춰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세상은 요원한 것일까.

자바라 화장실의 문고리. ⓒ이복남
자바라 화장실의 문고리. ⓒ이복남

“화장실 문이 자바라인데 잠금장치가 없어서 안에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밖에서 문을 여는 경우가 많아서 난감했어요.” 이번 대회에는 안에서 누군가가 고무줄로 문고리를 만들어 놓았다.

이번에도 대회니까 정해진 순위에 따라 상금은 주어졌다. 남녀 각 1위는 30만 원, 2위(남녀)는 20만 원, 3위(남녀)는 15만 원, 4위(남녀) 10만 원, 5위(남녀) 는 5만 원.

홀인원을 한 사람에게는 파크골프 공이 하나씩 주어졌고 행운권 추첨에는 파크골프채가 하나씩 각각 2개가 주어졌다.

수상의 가망성도 없고 행운권은 하늘의 별 따기인 대회에서 대부분 사람은 들러리에 불과하다.

파크골프채가 행운권으로 걸리는 사람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으므로 대부분의 사람은 작은 것 하나라도 경품에 추첨이 되기를 바랐지만, 모두가 허사여서 돌아서는 발길은 씁쓸해 보였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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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원장은 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는 결코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이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원장은 또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마음 밭을 가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일성은 이 원장이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장애인이 받고 있는 불이익을 현장에서 몸으로 뛰며 실천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이복남 원장은 현재 장애인 상담넷 하늘사랑가족<하사가>를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 홈페이지: http://www.988-7373.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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