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사건 255건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으로 제기됐다. 지난 4월 23일 156건의 집단 진정 이후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에 의한 두번째 집단 진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은 30일 오전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출범식과 함께 제2차 장애차별 집단진정에 관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곧 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 255건의 진정서를 접수했다.
지역별로 서울지역 진정이 169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 전남,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집단 진정에 참여했다. 이번 진정에는 장애인당사자뿐만 아니라 활동보조인도 참여해서 눈길을 끌었다.
장추련은 "이번 진정에서도 지난 번처럼 이동교통과 재화용역, 정보접근 및 시설물 접근이용 등 재화용역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고, 경찰 폭력과 관련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에 관한 차별 진정이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진정인 대표로 참석한 문애린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복지부 앞 집회에서 경찰이 우리의 집회가 불법이라며 강제로 휠체어와 장애인을 분리시켰다"면서 "장애인에게 보장구는 몸과 같은 것인데 함부로 건들거나 몸과 분리시키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장추련(상임공동대표 권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대표, 변승일 한국농아인협회장, 변경택 열린네트워크 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이영미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은 이날 출범식을 통해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에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로 명칭과 조직을 변경하고 새롭게 출범했다.
이날 집단 진정은 새롭게 태어난 장추련이 명칭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장추련은 전했다. 장추련은 또한 30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명박 정부 무엇을 준비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장추련은 "장차법 제정의 힘을 가진 기존의 장추련의 조직 형태를 가급적 유지하면서, 실효성 있는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만들기 및 장차법과 상충되는 기존 법률 개정 등 대정부 및 대국회 투쟁과 진정 및 소송지원 등의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집단 진정 주요 내용.
▲경찰의 집회 강제해산과정에서의 차별=경찰이 집회 등의 강제 해산 과정에서 휠체어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사람과 분리해 배치하거나, 활동보조인과 따로 분리하여 구금하는 경우 등에 관한 진정사건이다. 장차법 4조 6항에 따른 진정이다. 특히 지난 22~23일 보건복지가족부 앞에서 진행한 활동보조인 예산 확충 및 장애인가족지원 확충에 관한 1박2일 투쟁 과정에서 실제로 경찰이 장애인을 강제 해산하는 과정에서 휠체어를 임의로 조작하고 사람과 분리하여 떼어내는 등의 경악치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총 62명이 참여했다.
▲동대구역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려했는데=업무가 급한 상황에서 동대구역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려했으나, 고정형 의자여서 컴퓨터 앞에 아예 접근도 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한 진정이다. 진정인이 사진을 찍어 증거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휠체어 이용자의 지하철 이용 차별=전동 또는 보통의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상황에 대한 집단 진정이다. 전동차와 지하철 승강장 단차가 높고 간격이 너무 넓어서 지하철을 목숨 걸고 이용해야 되는 상황과 환승역 또는 지하철역사(약수역과 동대문역)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고정형 리프트를 이용하면서 늘 고장, 장시간 소요, 역무원과의 잦은 마찰 등으로 위험한 이동에 관한 진정에 다수가 참여했다. 또한 여전히 승강시설이 전혀 없어 지하철 이용을 하지 못하는 역사(분당선 정자역, 경마공원역, 인덕원역, 평촌역, 8호선 신흥역)가 여럿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차별=무배당 삼성 올 라이프 super 보험에 가입하고자 했으나, 장애 1, 2급의 경우에는 보험가입을 거부한 사항에 대한 진정이 제기됐다. 또 국내 여행자보험 가입 역시 마찬가지다. (주)여행자보험 몰(AIG보험)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사고율이 높다는 통계나 의학적 소견과 같은 근거도 없이 장애인의 여행자보험 가입을 거부해 진정을 냈다. 이 보험은 장애인의 경우 일반보험으로 가입이 제한돼 있어 레저활동으로 인한 상해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다, 보험효율도 높게 책정돼 보험료는 더 많이 지불하는 반면 보상은 비장애인에 낮게 책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인 우체국 보험 역시 장애아동 264명의 여행자 보험 가입을 거부해 진정이 접수됐다. 그밖에도 보험가입 거부 진정이 다수 이뤄졌다. 장애인의! 보험가입 거부와 관련해서는 이미 2004년(지체장애인의 종신보험 가입 거부)과 2006년(장애아동의 여행자보험 가입 거부) 판례를 통해 장애인 차별임이 인정돼 손해배상 판결이 난 바 있으나 장애인의 보험가입 거부는 계속되고 있다.
▲시각장애인 정보접근=시각장애인이 택시를 이용하는데, 늘 택시요금을 사실 확인 없이 지불하고 있음에 대한 진정이 이뤄졌다. 여기에는 문자와 음성이 동시에 제공되는 기술이 이미 개발되어 있기에 하루빨리 시정조치를 바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지하철 승차권 무인발매기 역시 마찬가지. 최근 승차권 직접 판매를 줄이고 무인발매기를 설치하는 상황이라 무인발매기에 점자표기와 음성안내를 요구하는 진정도 접수됐다. 마지막으로 금융서비스 이용에서도 시각장애인의 차별 진정이 이뤄졌다. 시각장애인이 인터넷 뱅킹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점자 보완카드 제공 및 ATM기기 접근에 관한 사항도 진정됐다. 그밖에 메뉴판이 점자로 표기되지 않아 접근이 불가능하며 최근 쇠고기 원산지 표시 등이 이슈가 되고 있으나 이 역시 시각장애인에게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진정도 접수됐다.
▲영화제에서 장애인의 접근 거부=2008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여하고자 지난 6월초부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자막과 수화통역을 요구하고 사전에 필요사항을 조율했으나 이를 거부해 장애인들이 영화제 참여할 수 없었다며 진정을 냈다.
▲시설생활자의 장애인 생활 통제=석암베데스다요양원의 생활인들은 석암재단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외출하는 생활인들에 대해 시설측에서 부당한 처우를 했다며 진정했다. 교육을 마치고 7시에 귀가를 하면 저녁을 제공하지 않아 장애수당 10만원으로 한 달을 사는 생활인들이 저녁을 굶어야 했으며, 이에 대해 양천구청에 이의를 제기해 저녁식사를 남겨두기로 했으나 시설측에서 직원에게 식사에 필요한 보조활동을 하지 않도록 지시해 진정이 접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