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4주년 기획특집-⑤장애인교육지원법
헌정사상 최대의 인원인 국회의원 229명이 서명한 법안인 ‘장애인의 교육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장애인교육지원법)이 국회에서 썩고 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3년여 간 장애인교육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 법안을 만들어 지난 5월 8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을 통해 국회로 보냈지만 아직까지 상임위에서 안건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에이블뉴스는 창간 4주년을 맞아 전국의 장애인부모들과 장애인 당사자, 학생, 교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장애인교육지원법의 제정이 어디에서 막혀있는지 짚어본다.
단식농성 끝에 받아낸 교육부총리의 약속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높이고자 지난 3월 13일부터 5월 2일까지 51일간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하고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단식농성 기간 중인 지난 4월 14일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대표자들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겸 부총리였던 김진표씨와 면담을 가졌다.
당시 김진표 전 부총리는 “현재 추진 중인 특수교육진흥법 전면개정안은 애초 9월까지 국회에 제출하려던 계획을 변경, 오는 7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김 전 부총리의 약속을 믿고, 4일 후인 18일 단식농성을 끝마쳤다.
하지만 약속했던 7월을 넘겨 12월이 됐지만 아직도 정부에서는 특수교육진흥법 전면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의 속도대로라면 올해 안에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아직 규제개혁심사, 법안심사,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의 등의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절차는 공청회와 입법예고 뿐이다.
이렇듯 상황이 악화되자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지난 11월 9일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발단으로 조속한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운동에 돌입했다. 당시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국무총리, 법제처장, 교육인적자원부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면담요청서를 정부 측에 전달했다.
국무조정실 “한 총리 바쁘다” 면담 거부

하지만 한명숙 국무총리와의 면담 요구에 대해 국무조정실은 “귀 단체가 우리실에 요청한 총리님 면담 요청 건은 총리님 일정상 곤란하다”고 공문을 보내 공식적으로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격분한 장애인부모들은 지난 13일과 20일 정부중앙청사 정문으로 찾아가 천막농성을 시도하고, 정문 쇠창살과 자신의 몸을 밧줄로 묶는 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의 시위는 몇 시간 만에 경찰들에 의해 진압됐다.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도 장애아부모들의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향한 투쟁에 동참했다. 전국 유아특수교육과 학생연대와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대학생 공동투쟁단은 지난달 23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와 을지로 훈련원공원에서 2차례 투쟁대회를 열고 “장애인교육 관련 법 제정 약속을 지켜라”고 외쳤다.
지난 11월 30일 오후 전국에서 모인 장애인부모와 장애인 당사자, 학생, 교사 등은 장애인교육주체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날이었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모인 1천여명의 무리는 ‘국무총리 면담 촉구 및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을 위한 장애인교육주체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열어 한명숙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재차 촉구했다.
울산장애인부모회 김옥진 회장은 “부모들이 왜 빨리 법안을 제출하지 않느냐고,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지기 위해 정부중앙청사 앞에 찾아가 외쳤더니 불법 시위를 한다며 모두 경찰서로 끌고 가버렸다”면서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는 과연 합법적인 정부가 맞느냐”고 꼬집었다.
충북장애인부모회 운영순 회장은 “국민이 면담을 요구했는데 총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아마 우리의 요구를 제대로 못 받아줄 것이기 때문에 못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투쟁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쟁취할 것”고 밝혔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이날 결의대회를 마치고 시민들에게 장애인교육지원법 제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거리행진을 하려고 경찰에 미리 신고서를 냈지만, 경찰은 이를 불허했다. 지난 3월 29일 같은 목적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신청했을 때 허가를 내줬던 경찰이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행진을 거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전경들과 맞섰다.
하지만 경찰들이 미리 결의대회가 열리는 세종문화회관 앞 보도 주변을 10여대의 전경차량으로 둘러싸고, 차량으로 막을 수 없는 곳은 수백 명의 전경들을 투입해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결국 행진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날 국무조정실 관계자들과 장애인교육권연대 대표단과 면담이 성사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국무조정실측은 총리 면담 건에 대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참여정부, “의무교육 확대” 말잔치뿐

정부는 지난 9월 4일 장애인종합지원대책을 발표해 “장애인의 교육 지원을 위해 의무교육 연한을 확대하고, 이에 필요한 관련 법률 제·개정을 서두르겠다”고 약속했고,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지난 11월 7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참여정부는 장애인의 교육권 확보를 위해 의무교육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정부는 장애인의 의무교육 연한이 확대되고, 장애인의 교육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장애인 교육에 관한 청사진을 연일 언론에 발표하고 있고, 마치 정부가 앞장서서 장애인교육에 대한 대책을 세워놓은 듯이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특수교육진흥법의 전면 수정은 불가피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입법 의지를 보이지 않은 채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측은 “연대에 장애인교육지원법과 정부입법안이 국회 내에 심도 있게 논의되어 현재의 특수교육진흥법을 대폭 보완하는 새로운 법률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라며 “일정을 핑계로 장애아동 부모들의 간절한 소망을 외면하지 말고,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연내에 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챙겨야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