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전혀 못하는 차강석씨를 대신해 활동보조인이 대신 글을 읽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 1급 뇌성마비 장애인입니다. 말은 전혀 못 하며 걸음도 못 걷고 왼쪽 가운데 손가락으로 타이핑(Typing)을 쳤었습니다.

이 상태의 몸으로, 초등 과정의 검정고시부터 사이버 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와 NGO과를 복수 전공하며 시와 산문으로 수상(受賞)도 5~6회하는 등 나름대로 희망을 쌓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전성기는 대학을 졸업하는 그날까지였을까요?

재학 때부터 팔에 힘이 조금씩 빠지더니 졸업 무렵부터는 팔과 다리에 힘이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하여 병원에서 ‘경추 척추관 협착증’이라고 해서 수술을 받았지만, 제 몸이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계속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치의의 말씀이었습니다.

소변과 독서 그리고 컴퓨터 작업 등 작은 일은 거의 저 혼자했는데, 이제 혼자서는 돌아눕는 것조차 못 하게 됐으니 질식사(窒息死)할 것 같았습니다.

꼼짝 못 하고 비참하게 누워서만 지내던 중에, 숨통이 아주 조금 터지게 한 것은 저에게도 활동보조인을 보내 준다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직원의 말씀이었습니다. 그 말씀은, 죽어 있던 생명을 다시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활동보조인과 함께 물리치료를 받고,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컴퓨터도 다시 하게 된 날은, 음악가가 고장 난 스피커에서 다시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처럼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활동보조인이 있어야 물리치료도 다녀오고 컴퓨터 조작도 가능한데, 문제는 활동보조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같이 사시는 부모님도 고령(高齡)이라 저를 움직임에 매우 힘들어하십니다. 그래도 다른 것은 힘들어도 그런대로 해 주시는데, 대변 볼 때가 제일 힘들어하십니다.

아버님은 만성 폐쇄성 기관지 확장 증을 앓고 계셔서 조금만 움직여도 몹시 숨차하시고 어머님은 무릎과 꼬리뼈가 수술을 요할 정도로 극심한 통증을 참으시며 두 분이 저를 변기에 앉히는 과정은 전쟁보다 더한 고행(苦行)입니다.

지금 일주일에 9시간을 배정받아 하루 3시간씩 3일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도 컴퓨터로 게시판에 글 남기기와 대화(Chatting)는 꿈도 못 꾸고 동네 병원에 물리치료 다니기와 메일 정리 등 급한 컴퓨터 작업만 하기에도 모자랍니다.

그래서 전장연과 한자연 그리고 여러 장애인 단체들과 정부와의 미사여구(美辭麗句)로 가득한 합의서가 나왔을 때는 전장연과 한자연 그리고 여러 장애인 단체들과 장애인들 모두가 정부의 요설(妖說)에 속아 곧 올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며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활동보조인 제도화 투쟁단이 철수하고, 우리 장애인들의 정당한 권리인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시작하려는 이때에 정부의 미사여구와 요설이 드디어 마각(馬脚)을 드러내 활동보조인 서비스 수요의 대부분인 중증장애인들이 "월 40시간에 본인이 10%를 부담한다(현재 중증장애인들이 일해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구축이 전혀 안 돼 있어서 수입이 있는 중증장애인들은 극(劇)극극히 적은데 돈이 있어야 내죠!)"라고 해서 중증장애인들이 도저히 이용할 수 없게 해 놓고, 이용 못하면 "장애인활동보조인 서비스 제도를 시행해도 장애인들이 이용을 안 하므로 폐지한다"는 명분 축적용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날 정도입니다.

거동이 지극히 불편한 우리 뇌성마비인들이 그런 초라한 성과를 얻기 위해 거리에서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고통스런 사람들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참고 극심한 추위와 더위를 견디며 투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부안대로 활동보조인 제도화를 고작 "활동보조 시간은 월 40시간에 자부담 10%를 부담한다"가 그대로 확정되어 시행된다면, 전 병원 다니는 것만 빼고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게 누워만 있을 것이고 따라서 몸도 더 나빠지고 생각도 무뎌져서 완전히 천치(天痴)가 될 것입니다.

또 활동보조 시간이 월 40시간으로 제한되고 단가가 시간당 5,000원이라면, 일당 1시간 20분이고 보조금은 7,000원 정도 되는데, 이것 받고 활동보조인이 활동보조를 해 주겠습니까!?

제가 정부의 속셈을 좀 깊게 생각해 본 결과,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매우 반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설로 우리 중증장애인들을 몰아넣으려는 무서운 음모가 숨어 있습니다.

활동보조 시간이 월 40시간으로 단가가 시간당 5,000원이라면, 월 보조금이 20만원이고 비장애인이 받는 월 임금이 120~140만원이니, 한 명의 활동보조인이 이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중증장애인들 6~7명의 활동보조를 해 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럼 한 명의 활동보조인이 이 임금을 받기 위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중증장애인들 6~7명의 활동보조를 해 주겠습니까!?

정부의 속셈은, 중증장애인들 6~7명을 한 곳에 몰아넣고 1명의 비장애인이 관리하는 새로운 시설을 중증장애인들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게 하자는 아주 비열(卑劣)하고 야비(野鄙)한 정부의 속셈입니다.

제가 비장애인처럼 육체적인 노동은 할 수 없지만, 충분한 활동보조 시간을 갖고 활동보조인이 저를 컴퓨터를 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정신문명 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시되는 “정신노동”은 충분히 가능하고 더 나아가 선도(先導)할 자신도 있습니다.

따라서 활동보조시간은 최소 하루에 12시간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활동보조인이 우리 집에 오셔서 저를 씻기고 먹여서 출근하여 근무하고 또한 제가 퇴근하여 활동보조인이 저를 먹이고 씻겨서 편히 쉴 있게 해 줘야 합니다.

이 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12시간입니다.

모든 생물들은 활동을 해야 하는 ‘자연(自然)의 섭리(攝理)’를 타고 났습니다.

예를 들어, 땅에 뿌리를 얽매어 있어서 못 움직이는 식물들도 곤충이나 바람을 이용하여 꽃가루를 이동시켜 다음 세대를 이어 가듯이 "자연의 섭리"를 아주 잘 따르고 있습니다.

이 ‘자연의 섭리’에서 벗어나면 죽음뿐입니다. 각종 시체들은 못 움직입니다.

우리 장애인들도 생물을 넘어 역동적인 동물이고 더구나 ‘만물(萬物)의 영장(令狀)’인 사람인데 ‘자연의 섭리’에 따라 활기차고 희망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굳이 ‘자연의 섭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장애인들이 집안에만 갇혀 있으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깁니다. 혼자지내다 보니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물론 이해심과 사회성 그리고 대인관계 등이 부족해져서 본인과 가족들만 괴로워집니다.

따라서 장애인들도 사회활동이 절실히 필요하고 중증장애인들이 사회활동을 하려면 활동보조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활동보조인들의 보수가 너무 낮아 활동보조인을 할 사람이 극히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대학들의 개학 중에는 장애인들은 활동을 포기하고 죽음만을 기다리는 상태인 ‘자연의 섭리’를 어기고 있으란 말입니까!?

활동보조인들의 보수를 현실화하여 최소한 지금의 두 배인 시간당 8,000원을 기준으로 활동보조 시간에 따라 증감(增減)하는 방향으로 현실화하고 4대 보험도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활동보조인들의 보수를 현실화해야 활동보조인의 전문화도 가능합니다.

그것이 정부 예산 때문에 당장 실행이 어렵다면, 활동보조인의 보수를 위와 같이 현실화한다는 약속을 받고, 군 입대를 대체하는 대체복무제에 활동보조인도 포함시켜 대상자들에게 장애인자립센터에서 소양교육 후에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 보내 사용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당장에 정부는 적은 예산으로 효과는 극대화해서 좋고. 군 입대 대상자들은 고통스럽다는 군사훈련을 덜 받으니 적게 고통스러워서 좋고, 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부와 장애인들이 서로 윈-윈(Win-Win)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서로에게 이익 되도록 투쟁하면 쉽고, 여론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여 승리로 결말을 맺을 것입니다.

*이 글은 뇌병변장애 1급 차강석씨가 지난 1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서울특별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의 주최로 열린 ‘기만적인 서울시 활동보조서비스 시범사업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표한 글입니다. 이 글은 왼발로 마우스를 대신하는 도구인 트랙볼을 사용해 화상키보드로 33시간에 걸쳐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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