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들이 서울시청 정문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자부담 10% 부과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다. <에이블뉴스>

“제가 비장애인처럼 육체적인 노동은 할 수 없지만 충분한 활동보조 시간을 갖고 활동보조인이 저를 컴퓨터를 칠 수 있게 해준다면 정신문명 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시하는 정신노동은 충분히 가능하고 더 나아가 선도할 자신도 있습니다.

따라서 활동보조시간은 최소 하루에 12시간은 되어야합니다. 그래야 활동보조인이 우리 집에 오셔서 저를 씻기고 먹여서 출근해 근무하고 또한 제가 퇴근해 활동보조인이 저를 먹이고 씻겨서 편히 쉴 수 있게 해줘야합니다. 이 시간이 아무리 짧아도 12시간입니다.”

차강석(뇌병변장애 1급)씨는 1일 오후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서울특별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의 주최로 열린 ‘기만적인 서울시 활동보조서비스 시범사업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마우스를 대신하는 도구인 트랙볼을 사용해 적은 글을 발표했다.

“말을 전혀 하지 못하고 걸음도 못 걷는다”고 자신한 소개한 그는 A4용지 2장밖에 되지 않는 이 사례문을 적는데 무려 33시간이 걸릴 만큼 중중의 장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는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를 하며 현재 사이버대에서 문예창작와 NGO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부터 고등학교 졸업은 검정고시로 마쳤다.

차씨는 “활동보조인과 함게 물리치료를 받고,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 컴퓨터도 다시 하게 된 날은 음악가가 고장 난 스피커에서 다시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것처럼 기쁘고 행복했다. 이렇게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활동보조인이 있어야 물리치료도 다녀오고 컴퓨터 조작도 가능한데, 문제는 활동보조시간이 너무 적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12월 기해 시작한 활동보조인 서비스 시범사업은 중증장애인에게 월 최대 60시간의 활동보조인 시간을 제공한다. 차씨는 하루에 최소 12시간의 활동보조를 받기 원하기 때문에 5일이면 한 달 치 시간을 모두 소진하게 되는 셈이다.

계란 사례를 받은 서울시청 정문. <에이블뉴스>

차씨를 비롯한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고, 이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 및 ‘차상위 200%’까지 한정해놓고 본인부담금 10%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활동보조인 모집과 관련해서도 서울시가 중개기관 측에 책임을 전가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12월 1일, 오늘은 서울시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도화를 통해 실시하는 역사적인 날이다. 그러나 그 역사적인 날이 오히려 중증장애인의 권리를 부정하고 생존권을 박탈하는 날이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안다”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보건복지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특히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홍구 소장은 본인부담금 부과와 관련해 “복지부 사무관이 TFT에 참여한 장애인들이 합의했다고 말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그날 복지부측에서 갑작스레 자부담 이야기를 꺼내자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결코 어느누구도 확실하게 찬성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요청서를 서울시측에 전달한 피노키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만훈 소장은 “이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활동보조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주는 것인데, 이번 사업은 구청에서 파견했던 도우미가 조금 확대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 도중 참가자들은 서울시측의 본인부담금 10% 부과를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날계란에 500원(시간당 활동보조비 5천원의 자부담분)이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이 계란들은 서울시청 정문을 향해 던졌다.

특히 이번에 서울시 활동보조시범사업의 중개기관으로 선정된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피노키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5개 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중증장애인들에게 자부담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중증장애인들이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자부담을 내지 않도록 조직할 것이다.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모든 기관과 중증장애인들에게 제안해 시범사업 지침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아래로부터 조직할 것이다. 그래서 활동보조인서비스가 온전히 중증장애인의 권리로 보장되는 그날까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지역 5개 자립생활센터는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보조인 자부담 500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에이블뉴스>

[나도한마디!]활동보조인 서비스 자부담 10% 부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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