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오전 미국 뉴욕 유엔 컨퍼런스센터에서 개회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8차 특별위원회 첫날 첫 번째 쟁점은 ‘국제 모니터링’(International Monitering). 뉴질랜드 대사 돈 멕케이 의장이 “가장 어려운 문제를 가장 먼저 풀겠다”고 밝혔듯이 첫 번째 과제로 제시된 국제 모니터링은 이번 특별위원회에서 풀어야할 난제 중의 난제다.
▲국제 모니터링, 무슨 내용이길래=국제 모니터링 조항의 목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조약의 실효성을 담보해내기 위해 각종 이행 조치들을 마련하자는 것.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장애인권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올해 7차 특별위원회가 끝나고 이번 특별위원회가 개최되기 전에 멕시코등이 주도해 만든 초안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성·장애 및 지역적 배분을 고려해 18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위원들은 4년 임기로 연임할 수 있다.
정부보고서를 검토하고 개인 진정에 대해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조약에 담긴 조항과 용어를 해석하는 것도 이 위원회의 역할이다. 이 기구는 다른 인권조약기구와 동일한 지위와 성격을 가진다.
두 번째는 정부보고서다. 조약에 비준한 당사국은 조약을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정기적으로 국제 위원회에 보고해야한다. 다른 인권조약들에서도 일반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조치다.
세 번째는 개인 진정(Individual communications)이다. 권리를 침해받은 진정인이 국내 권리구제 절차에 의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될 때, 국제 위원회에 직접 진정을 넣을 수 있는 장치이다. 개인 진정을 채택하고 있는 조약은 고문방지조약, 인종차별철폐조약이다. 시민·정치적권리에 관한 국제조약과 여성차별철폐조약은 선택적 조항으로 채택하고 있다.
네 번째는 조사절차다. 조약 당사국이 인권 침해가 진행되고 있다는 정보를 접수한 위원회가 조사를 행하기 위해 당사국의 동의를 얻어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장치다. 이에 따른 위원회의 조치에 당사국은 적절하게 답변을 해야 한다.
▲첫날 양상은 찬반 토론=첫날 오전과 오후를 통틀어 토론을 벌였지만 각 국가들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회의는 끝이 났다. 이번 특별위원회 기간동안 합의점을 찾을 때까지 토론이 계속될 전망이다.
첫날 오전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독립적인 국제 장애인권리위원회를 만드는 것을 비롯한 국제 모니터링 매커니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반면, 멕시코, 세르비아, 유럽연합 등이 찬성의 목소리를 내면서 찬반 토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오후에는 노르웨이,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과 대한민국, 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전반적으로 독립적인 국제 모니터링 매커니즘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냈다. 전반적으로 찬성이 우세한 형국이었다.
특히 독립적인 국제 모니터링 위원회 구성을 찬성하는 목소리를 낸 대부분의 국가들이 전문성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이 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참여의 수준에 대해서는 각각 입장이 달랐다.
개인진정, 보고서 제출, 조사 절차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각 국가마다 입장이 천차만별이었다. 독립적인 기구 구성에는 찬성하지만 개인 진정은 선택사항으로 남겨두자는 의견도 간혹 나왔다.
국제 장애인 엔지오 연합인 IDC(International Disability Caucus)는 국제 모니터링에 대해 “이것이 없으면 조약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강력히 밝혔고, 스탠다드 룰에 따른 특별 보고인(special rapporteur)도 강력한 찬성 의사를 밝혔다.
▲찬반의 근거들=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구를 비롯한 국제 모니터링 장치들을 찬성하는 국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국제 모니터링 장치가 없다면 조약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조약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라는 것이다.
반면 이를 반대하는 국가들은 기존 인권조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 모니터링 기구와 기능이 중복될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현재 유엔 내에서 각종 인권조약에 따라 설립된 모니터링 기구를 통합하는 작업을 지켜봐야한다고 내세우고 있다. 조약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나라들을 배려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모니터링 매커니즘에 찬성하는 국가들은 기존 인권조약기구들이 장애인의 권리 보장에 무관심했다는 점,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구가 없다면 2류 조약을 전락할 것이라는 점, 다른 인권조약이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모니터링 기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다.
한편 반대하는 국가들 중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는 사회주의 국가로 내정 간섭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고, 수단 등은 조약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나라의 입장은=우리나라의 입장은 한마디로 국제 모니터링 매커니즘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 정부대표단 소속 한국DPI 이익섭 회장은 오후 회의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이어 두 번째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국제 모니터링에 강력한 지지를 보낸다. 멕시코의 텍스트는 새로운 조약기구를 제안하는 것이다. 별도로 설립해 조약을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른 인권조약과 동등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니터링 기구 개혁도 고려해야한다. 별도의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장애인 당사자주의를 신장시키는 기조 위에서 이 회의가 진행돼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