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조현대 칼럼니스트】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올해는 많게는 열흘, 적게는 여드레를 쉴 수 있는 역대 최장 연휴다. 이같이 긴 연휴에 모든 사람이 마냥 기뻐할 것만 같지만 홀로 사는 중증 장애인들은 벌써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용인에 사는 맹학교 지인 A씨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홀로 연휴를 보내게 됐다. 그간 함께 지내던 어머니가 급작스레 병원에 입원해서다. 활동지원사가 있긴 하나 수요일 한 번만 집을 방문한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송편, 전 등 추석 음식은 고사하고 평소 먹던 밥도 챙겨 먹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 의원급 병원도 휴무로 문을 닫아 긴급사태에 마땅하게 대응할 방법도 없다.
종로에 거주 중인 40대 맹학교 후배 B씨도 올 추석 연휴가 답답하다고 말한다. 그와 동행하는 활동지원사는 열흘간 해외여행을 가, B씨 홀로 식사를 해결해야 해서다. 그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그럭저럭 끼니를 때우고 빵, 우유, 떡으로 배를 채운다는 계획이다. 배고픔은 그럭저럭 채울 수 있겠지만 긴 연휴 동안 홀로 있다는 외로움은 견디기 어렵다고 그는 말한다.
이처럼 모두가 다 즐거워야 할 명절임에도 여전히 많은 중증 장애인은 연휴 기간 배고픔, 외로움과 싸운다. 필자는 명절 때마다 이런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정부 당국이나 복지관, 자립센터 등은 진지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해 오지 않고 있다.
이번 명절 역시 필자는 자립센터로부터 연휴 기간엔 상담이 불가능하고 비상 연락망을 가동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복지관도 자립센터도 연휴 기간이니 쉬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중증 장애인의 복지를 책임지는 기관들이 비상 연락망 하나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당장 연휴 기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데 연휴가 끝난 다음에야 연락을 취한다는 문자에 필자는 참으로 애석함과 한심함을 느꼈다. 특히나 자립센터 대표는 대부분 중증 장애인의 경우가 많은데, 독거 중증 장애인들의 고충을 잘 알고 있을 그들이 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는지 묻고 싶다.
당장 다음번 명절인 설날부터는 식사가 어려운 중증 장애인의 식사 지원과 독거 중증 장애인의 긴급 상황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또 매년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독거 중증 장애인들만 외로움에 면역이 있을 리 없다. 이제는 정부 기관을 비롯해 복지관과 자립센터가 이를 방관하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책임을 다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중증 장애인도 외롭고 배고프지 않은 명절 연휴를 원한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