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조현대 칼럼니스트】 날이 갈수록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시각장애인들도 마찬가진데 특히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이 전반적으로 약화하며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 등으로 심리적 불안감과 우울감 등은 더욱 커져간다.
필자도 50대로 접어든 7~8년 전부터 기억력이 감퇴하며 크게 우울감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목욕탕을 갈 때 목욕 타월을 놓고 간다거나 집 열쇠를 그냥 두고 외출을 하는 등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조차 깜빡하는 일이 잦아져 심리적 불안감이 커진 것이었다.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 싶어 일원동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기억력 감퇴를 전문적으로 진단하는 의사를 만나 검진을 받아보니, 아니다 다를까 경도인지장애를 판정받았다.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이나 기타 인지기능의 저하가 객관적인 검사에서 확인될 정도로 뚜렷하게 나타난 상태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돼 있어 아직은 치매가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이후 병원에선 약을 처방했고 필자는 지역 내 인지장애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으나 시각장애인이 참가하기에는 제약 조건이 많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와 같이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인 여러 상황이나 개인 건강 약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중증 시각장애인들을 자주 만나곤 한다. 이들의 경우 배우자와 사별한다거나 홀로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고립돼 생활하며 우울감이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문제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어도 비장애인과 같이 정신과에 입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목동에 사는 한 시각장애인 지인은 우울감과 불안감이 커지며 일상생활을 보내기 어려워했다. 그래서 대학병원에 가 정신과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정작 입원 시 시각장애인을 따로 돕기에는 여건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입원을 포기했다. 시각장애인은 하나부터 열까지 일거수일투족을 돌봐야 한다는 부담이 병원 측에 있었던 것이다.
봉천동에 거주 중인 70대 시각장애인 지인 또한 집 주변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정신과 입원 치료를 해야 했음에도 비슷한 이유로 입원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에 따라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시각장애인은 많지만 병원 측의 사정에 따라 입원을 포기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정신건강 문제가 계속해서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치료 및 입원에서 지금보다 더 원활한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자립센터, 시각장애인 단체, 보건복지부와 정부 당국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신과를 운영하는 대학병원이 하루빨리 중증 장애인들도 편하게 입원할 수 있는 메뉴얼과 대안 마련에 힘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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