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조현대 칼럼니스트】 필자는 몸이 아파 병원을 자주 찾는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활동 지원사와 동행하거나,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서울시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를 이용한다.
서울시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는 2021년 11월부터 시행된 서울시 사업으로, 동행 매니저가 병원에 출발할 때부터 집에 귀가할 때까지 모든 과정에서 보호자처럼 함께해 진료를 돕는 서비스다. 진료 접수, 수납, 약국까지도 동행한다. 1인 가구는 물론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으며, 서울시의 대표적인 '약자지원' 정책으로 주목받아 왔다.
필자 역시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하거나 지원사가 없는 상황에서 이 서비스를 유용하게 이용해 왔다. 특히 중증장애인에게는 활동지원 시간이 늘 부족하기에,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는 그 빈틈을 메워주기 좋은 제도였다.
그런데 최근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예상치 못한 안내를 받았다. 상담원과 전화 연결이 되기 전, '장기요양급여, 장애인 활동지원, 돌봄 등 국가 혜택 서비스를 이용할 때 본 서비스와 중복 이용이 불가하다'는 사전 메시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없던 문구였다. 상담원에게 문의해 보니, 더 많은 시민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나 문제는 중증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 시간 자체가 늘 부족하다는 데 있다. 이용할 수 있는 시간대도 제한되어 있어, 밤늦게 아플 경우 활동 지원사와 동행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는 장애인에게 매우 중요한 대체 수단이다.
필자의 맹학교 후배(40대, 종로 거주)는 당뇨와 고혈압으로 인해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지만, 매달 배정받는 활동지원 시간은 120시간에 불과하다. 당장 급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안심동행 서비스까지 제한된다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고쳐야 한다. 이미 서울시의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는 와상 장애인 등 중증 중심으로 제한된 상황이다. 그런데도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마저 중복 이용 불가로 제한하는 것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서비스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 아플 때 병원에 안심하고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이라는 서울시의 시정 철학과 부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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