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안경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되고 보편적으로 사용되어 온 보조공학기기(assistive technology device) 중 하나로, 시각의 한계를 보완함으로써 인간의 지각 방식과 사회적 활동의 영역을 획기적으로 확장시켜 온 상징적 도구이다.
고대 이집트와 로마 시대에는 수정구슬이나 유리 렌즈를 활용하여 시각을 보조하려는 초기적 시도가 이루어졌으며, 13세기경 유럽에서 볼록 렌즈를 안경테에 장착한 형태의 근대적 안경이 등장하면서 시력 교정과 정보 접근의 방식에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이러한 안경의 등장은 단순한 시력 교정 기술의 발전에 그치지 않고, 문자 해독·지식 습득·사회 참여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의 기능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기술사적·사회복지사적 함의를 지닌다.
근대 이후 안경은 광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혁명, 그리고 대중교육의 확산을 배경으로 폭넓게 보급·표준화되었고, 이를 통해 ‘시각 보완’이라는 생물학적 기능을 넘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점차 확대하였다.
20세기 중반에는 저시력자를 위한 전자식 확대경 및 CCTV 독서기기 등 전자보조기기가 등장하면서 안경은 광학기기와 전자기기의 경계 위에서 새로운 융합적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어 21세기 들어서는 마이크로 센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통해 ‘스마트 안경(smart glasses)’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능형 보조공학기기가 등장하였다.
초기의 스마트 안경은 단순히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통해 정보를 제시하거나 음성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최근에는 AI 기반의 실시간 물체 인식, 문자-음성 변환, 실시간 자막 생성, 맥락적 안내(context-aware guidance) 등 고도화된 기능을 탑재하며 감각 대체 및 인지 보조의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적 발전은 장애인과 고령자 등 정보 접근 및 이동성에 제약을 겪는 집단에게 특히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스마트 안경을 통해 문자 정보와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음성으로 전환함으로써 시각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으며, 청각장애인은 실시간 자막 및 자동 통역 기능을 통해 사회적 소통의 기회를 확장할 수 있다.
또한 인지적 부담이 큰 고령자는 안내 및 보조 기능을 통해 자립적 생활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안경은 단순한 보조기구를 넘어, 디지털 접근성(digital accessibility)과 포용 사회(inclusive society) 구현을 위한 핵심 매개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스마트 안경의 발전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사회복지·장애인 권리·고령사회 정책 전반에 걸쳐 새로운 가능성과 도전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AI 안경(스마트 글래스)은 더 이상 공상과학의 소재가 아니다. 카메라, 마이크, 디스플레이, 인공지능이 하나로 결합 된 이 기기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으며, 특히 장애인의 정보 접근과 사회 참여를 혁신적으로 바꾸어놓을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신 기술 동향에 대해 살펴보면 최근 동향의 핵심은 AI와 증강현실(AR)의 융합이다. 초기 스마트 글래스가 단순히 카메라와 스피커, 음성 비서를 탑재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렌즈 디스플레이에 문자와 그림을 겹쳐 보여주고, 온디바이스 AI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Meta Ray-Ban Display는 오른쪽 렌즈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메시지, 자막, 지도 안내를 직접 시야에 띄울 수 있다. 여기에 손 제스처를 인식하는 Neural Band가 결합 돼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손쉽게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Oakley Meta Vanguard는 스포츠 중심으로 설계되었지만, 실시간 피트니스 데이터 제공과 고화질 카메라, 방수 기능을 통해 야외 활동 보조에 활용 가능하다. 특히 지형 인식이나 경로 기록 기능은 이동권 보조와 접목될 수 있다.
Envision AI Glasses는 시각장애인 맞춤형 제품으로, OCR(광학 문자 인식), 물체 인식, 얼굴 식별 기능을 특화해 점자정보단말기 이후 새로운 ‘눈’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술 발전의 또 다른 방향은 온디바이스 처리와 저지연(low latency)이다.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기기 내부 칩셋에서 즉시 번역·자막·사물 인식이 이루어져야만, 이동 중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다. 동시에 저전력 설계와 배터리 효율성 향상은 하루 종일 착용할 수 있는 상용화의 관건으로 꼽힌다.
상용화 현황은 실험적 단계에서 일상으로 실행해 옮기는 단계로 스마트 글래스는 한때 실패한 웨어러블로 꼽혔다. 구글 글래스는 높은 가격과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시장에서 사라졌고, 이후 산업용 장비로만 남았다. 그러나 최근 AI와 AR의 결합, 디자인 개선, 그리고 일상적 착용성 향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신 모델들은 일반 안경이나 선글라스와 거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외형을 갖췄다. 무겁고 눈에 띄던 초기 모델과 달리, 지금은 50g 내외 무게로 장시간 착용이 가능한 형태로까지 디자인의 혁신을 보이고 있다.
배터리와 충전 케이스의 항목에서는 Ray-Ban Display는 혼합사용 시 약 6시간, 전용 케이스 충전으로 하루 사용이 가능하다. Oakley Vanguard는 9시간까지 지속된다. 이는 ‘하루 일상’에서 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가격대를 살펴보면 최신 Meta와 Oakley 제품은 약 500달러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어, 고급 스마트폰과 비슷한 접근성을 가진다. 반면 Envision AI Glasses는 장애인 특화 기능 덕분에 여전히 3천 달러 이상으로, 가격 장벽이 높다.
상용화는 이제 대중 시장과 특수 시장으로 양분되는 경향을 보인다. Ray-Ban이나 Oakley는 일상·스포츠 시장을, Envision은 장애인 전문 시장을 겨냥한다. 향후 이 두 흐름이 결합 되면, 대중화된 기기에 장애인 맞춤 기능이 탑재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최신 AI 안경의 발전은 단순히 신기술 보급을 넘어 장애인 접근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시각장애인은 사물·텍스트 인식과 내비게이션 기능으로 ‘스스로 길을 찾는 권리’를 회복한다. 청각장애인은 실시간 자막과 번역으로 ‘대화에 참여할 권리’를 얻게 된다. 인지장애인·노령자는 단계별 안내와 건강 모니터링으로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구체화한다.
한계 역시 분명하다. 배터리 지속 시간과 발열 문제, 한국어 지원 부족, 개인정보 보호 논란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기술은 빠르게 개선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가격이 대중화되면서 ‘접근 가능한 혁신’으로 다가오고 있다.
AI 안경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던 것을 들리게 하며, 참여하지 못했던 공간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단순히 장애인의 편의를 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등한 권리 보장을 가능하게 한다. 기술의 발전과 상용화가 이어지는 지금, 남은 과제는 그 혜택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닿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결단이다.
AI 안경이 진정으로 “보이지 않던 것을 보게 하는” 순간, 장애인 접근성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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