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통계학은 불확실한 세계를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한 과학이다. 그 중심에는 평균(mean)과 분산(variance)이라는 두 개념이 있다. 평균은 집단의 전형적 경향을 보여주며, 분산은 개별 값들이 그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를 알려준다. 평균은 다수의 집합적 특성을 요약하는 지표로서 효용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개별의 차이를 지워버리는 위험을 내포한다. 반대로 분산은 차이를 드러내지만, 그 차이가 자칫 예외적혹은 비정상적이라는 낙인의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

통계에서 평균은 결코 정상이라는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평균은 단순히 수학적 산출물이며, 그것은 전체 분포의 한 중심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회는 이 산술적 중심을 정상성이라는 규범적 잣대로 전도해버리고, 분산은 곧 편차로서 문제화된다. 여기서 통계적 개념은 가치중립성을 잃고, 권력적 의미를 얻게 된다.

정상은 자연적 사실이 아니라 사회적 구성물이다. 근대국가가 국민을 관리하기 위해 통계학적 기법을 도입하면서, 평균은 곧 다수의 모습, 즉 표준의 자리를 차지했다. 프랑스의 통계학자 아돌프 케테레(Adolphe Quetelet)는 인간을 측정 가능한 평균인(average man)”으로 정의했고, 이는 산업사회에서 노동자의 체력·능력·생산성을 관리하는 기준으로 작동했다. 이때 정상성은 단순히 기술적 산출물이 아니라, 규율 권력의 작동 원리가 되었다.

장애영역에서 정상성의 체계에서 주변화된다. 통계적 분산 속의 개별성이 결핍으로 환원되고, 사회적 제도는 이를 교정하거나 보정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 의학적 모델은 평균적인 신체 기능을 기준으로 장애를 병리화하며, 교육 제도는 평균 학습 속도에서 벗어난 아동을 특수 대상으로 분리한다. 결국, 통계적 개념은 개인의 삶을 규정짓는 낙인과 차별의 기제로 전환된다.

평균의 함정은 보편적 인간을 상정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마치 평균값이 인간 존재의 본질인 듯 간주되지만, 실제로 평균은 실존하지 않는다. 평균 신장이나 평균 지능을 가진 사람은 통계적으로 드물며, 인간은 본질적으로 편차 속의 존재. 하지만 사회는 이 평균값을 기준으로 주거, 교육, 교통, 노동 환경을 설계하고, 결과적으로 평균에 맞지 않는 이들을 배제하거나 주변화한다.

 분산은 다양성을 나타내는 지표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적 맥락에서 부정적 의미를 획득한다. 평균에서 멀어진 값은 곧 정상에서 벗어난 존재로 읽히고, 장애는 그 대표적 사례로 호명된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은 개별성이 존중되지 못한 채, 사회적 편차를 관리하기 위한 행정적 대상, 통계적 타자가 된다.

장애학과 사회복지학의 현대적 논의는 분산을 결핍이 아니라 다양성의 스펙트럼으로 바라본다. 평균은 단지 집단적 경향에 불과하며, 인간의 존엄은 평균과의 거리가 아니라 개별적 존재의 고유성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정책과 제도는 평균을 기준으로 한 보정이 아니라, 분산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예컨대 교육에서는 평균 학습 속도에 맞추어 느린 학생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의 다양한 속도를 인정하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교통에서는 평균적인 보행자의 신체 능력에 맞춘 인프라가 아니라, 다양한 이동 방식(휠체어·전동 스쿠터·지팡이 보행 등)을 수용하는 설계가 요구된다. 사회복지 정책 또한 정상성 회복을 목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분산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존재의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평균과 분산은 본래 가치중립적 통계 개념이지만, 사회 속에서는 권력과 결합하여 차별의 논리를 형성해왔다. 정상성은 평균값을 중심에 고정시키고, 분산을 결핍으로 규정하며, 장애를 사회적 타자로 배치한다. 그러나 분산은 결코 결핍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풍부함, 다양성의 근거다.

따라서 우리는 정상성의 기준을 해체하고, 분산 속 개별성을 존중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는 단순한 복지 행정의 기술적 과제가 아니라, 존엄과 권리를 중심에 둔 정치적 선택이다. 장애는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가 아니라, 평균이 감추고 있는 다양성의 드러남이다. 그러므로 포용사회란 평균의 경계를 고집하는 사회가 아니라, 분산을 삶의 근거로 인정하는 사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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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이른둥이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인한 심한 정도의 뇌병변장애당사자이다. 장애인자립생활대학에서 공부하였고 대학원에서 의용공학과 재활공학을 공부하였다. 또한 사회복지사로 늦은 나이지만 방통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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