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집안에서 제 존재가 짐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기반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절망적인 상황에서 시설 입소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처음 시설에 들어와서 굉장히 기분이 처참했습니다. 그곳은 마치 장애에 의해서 버려진 사람들을 위한 곳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느낀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살면서 저의 꿈은 늘 ‘인간답게 살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으로서 누려야할 당연한 것이 어려운 꿈으로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모릅니다. 이제 시설의 환경은 매우 좋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시설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 아니라 물질적 환경만 달라진 것입니다. 사람을 관리하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구조는 여전합니다. 그런 구조는 앞으로도 시설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장애인은 그렇지 않아도 여러 가지로 자유가 많이 제한되어 살아가지만 시설속의 장애인은 시설의 짜인 틀 안에서 그에 맞춰서 살아야 합니다.
시설문제의 해결책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확대하는 일 뿐입니다. 굳이 시설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환경만 되면 많은 사람이 지역사회에 남으려고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복지정책이 시설 위주였다면 이제부터는 그 비중의 반은 자립생활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자립생활을 하는 지금의 저의 삶은 전에는 생각도 못한 꿈같은 생활입니다. 요즘은 누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전처럼 인간답게 사는 것이란 말을 안 합니다. 저는 이미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립생활센터프랜드케어 서주관 대표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메트로홀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개최한 ‘장애인정책참여기획단 종합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해 밝힌 자신의 자립생활 실천 사례이다.
서 대표는 현재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005년 출범한 장애인정책참여기획단의 반시설정책기획단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반시설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안적 계획 갖고 시설문제 풀어야"
이어 영국리즈대학에서 장애학과 사회복지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대구가톨릭대와 대구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강민희 박사는 역사와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장애인시설을 짚어보고, 반시설 운동이 유념해야할 점에 대해 조언했다.
먼저 강 박사는 “시설 문제가 심각하다고 해서 대안적 계획이 부재한 지역사회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며 “만족스럽지 못한 지역사회의 거주조건은 가족의 부담증가라는 문제를 야기하고 장애인을 집 안에 가두게 되는 또 다른 형태의 시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강 박사는 “장애인의 복지에 더 많은 자원을 투여하기 보다는 현재 유효한 자원을 장애인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재배치해 장애인의 지역사회로의 통합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지역사회의 부담이 되는 케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확보와 복지증진, 지역사회내의 통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사회구성원들이 인식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강 박사는 “시설문제에 따른 탈시설과 지역사회로의 이동과 통합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동등한 시민권의 박탈 문제로 고민되어져야 할 듯하다”면서 “시설을 문제 삼는데 있어 우선순위에 놓아야할 것은 무조건적 탈시설의 원칙이기보다 개인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부양과 그 통제방법의 다양화이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