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센터가 지난 13일 '휠체어장애인 버스타기행사'를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지키지도 않는 법은 만들어서 뭐합니까?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분명히 규정되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버스를 탈 수 없습니다. 장애인들도 버스를 타고 싶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10시경 휠체어 장애인 20여명이 양재역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이렇게 외쳤다. 이들은 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최광훈, 아래 서초센터) 소속 활동가들로 ‘휠체어장애인 버스타기 행사’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휠체어리프트를 장착한 버스가 도착했고 이들은 운전기사에게 리프트를 내려 버스를 태워줄 것을 요청했다. 이 버스는 우면아파트에서 언남중·고등학교까지 이동하는 서초구 마을버스 18번로 버스 옆면에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돼 있었다.

하지만 운전기사는 휠체어리프트를 작동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며, 더욱이 휠체어리프트가 고장 나 버스에 탑승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결국 버스를 탈 수 없었다. 이들은 이후에도 1시간이 넘게 버스를 기다렸으나, 휠체어장애인을 태워줄 수 있는 버스는 단 1대도 없었고, 결국 목적지인 우면동까지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자립생활 기본은 이동권 확보다”

이날 버스타기 행사에 앞서 서초센터는 서초구 양재역 7번 출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립생활을 위해서는 이동권 보장이 절실함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할 것을 요구했다.

서초센터 최광훈 소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각 지자체들은 조례제정을 통해 장애인등을 위한 특별교통수단등을 도입할 의무가 있지만, 각 지자체들은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현행 법률에 따르면 서초구는 50대 이상의 특별교통수단을 운행하고 있어야 하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으며, 단계적시행이라는 말에 모든 핑계를 대며 장애인들에게 ‘참아 달라’, ‘이해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며 “이는 서초구뿐만이 아니며 각 지자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마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동희 소장은 “교육받고 일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이동권이 보장되는 것”이라며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아무리 보조인이 있어도 학교로 직장으로 나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동권은 기본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소장은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버스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마저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각 지자체들은 조례제정과 예산확보를 통해 휠체어리프트를 장착한 저상버스를 확대운행하고 별도의 특별교통수단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서초구위원회 강철구 조직국장은 “서초구는 ‘전국 공공부분 서비스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가진 자들을 위해 재산세는 인하하면서 복지예산은 축소하는 등 무지한 행동을 일삼는 터라 결코 모범적인 행정이라 말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 조직국장은 “저상버스 1대를 도입하는데 년 1억원이 든다. 구내 학교 잔디를 까는데 만 33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서초구가 결국 예산이 없어 도입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복지서비스에 가중치를 두고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서초구위원회 이름으로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조례제정과 예산책정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서초센터는 매주 수요일 양재역 버스정류장 앞에서 ‘버스타기 운동’을 펼칠 예정이며,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일만인 서명운동도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장애인활동가들이 휠체어가 장착된 마을버스가 도착하자 휠체어리프트를 통해 버스에 태워줄것을 요구하고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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