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연수 과정에서 느꼈던 것 중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랄까 자극이 되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자립생활을 이끌고 있는 일본 장애인당사자들의 역량이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실무적 역량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끄는 힘, 사회를 통찰하고 변화를 준비하는 힘 등이 느껴졌던 것이다.
일본연수 셋 째날 있었던 자립생활 현장방문은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직접 실천하고 계시는 분들의 집을 방문하여 그분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이것을 통해 그런 느낌들은 더더욱 강해졌다.
내가 방문한 곳은 마치다 휴먼네트워크라는 자립생활센터에서 부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자립생활을 하고 계신 쯔쯔미 아이꼬씨의 집이었다. 벌써 10년 넘게 자립생활을 하고 계신 분이었는데 정부에서 제공하는 현재의 집에서 처음부터 계속 생활하고 계시다고 한다. 일본은 정부에서 우리나라의 임대아파트와 같은 형태로 장애인에게 집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자격조건이나 계약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장애인이 쉽게 집을 구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이외에도 집을 얻을 때 집 구조변경 등에 드는 비용을 보조하는 등 정부의 보조가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장애인연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소비자로서의 주체적 자립생활이 가능한 것이 가장 부러운 면이었다. 이미 10년, 20년 전부터 이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여건을 제도적으로 보안해 주고 있다니…. 물론 이런 것들이 저절로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런 것들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에서 일본의 경우는 자립생활센터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한다.
자립생활이 생성되기 전에도 장애인의 욕구는 표출되고 있었으나 이런 욕구들은 흔히 사회에 알려지지 않고 묻히기 일쑤였고 이따금씩의 반향도 일시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인권과 서비스를 함께 이야기하는 자립생활센터가 생기고 활성화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함께 장애인이 생활하며 때로는 투쟁적 노력으로, 때로는 협력을 통해 조금씩 지역사회를 변화시킴은 물론 자신도 성장해 간 것이다. 이런 것들이 있었기에 앞에서 느꼈던 장애인당사자의 역량이 느껴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을 키워 나가는 것,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일본의 자립생활 활동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활동보조인과 10년을 넘게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한다. 그런 활동보조인이 한 분당 2~4명은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분들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분도 계시다고 하니 이는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진짜 자신이 계획하고 있고 그것을 위한 여건을 스스로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 나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부럽기도 하고 나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던 이런 경험들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 하는 좋은 계기였던 것 같다. 장애인 자신의 노력도, 지역사회의 시혜적 동정이나 제도적 뒷받침도 일방적인 어느 하나만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역사회가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주체로서 인정하고 장애인이 지역사회를 이해하며 변화를 준비할 때 비로써 모두가 어울릴 수 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자립생활이 가능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우리 모자이크 연수단 하나하나의 얼굴을 유심히 둘러보았다.
*구근호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현재 사람사랑 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장애인역량강화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