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연무관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장애인 영화를 본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번에 함께 볼 영화는 효심이 깊은 정신지체장애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맨발의 기봉이'다.
노 대통령이 장애인들과 영화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 후보시절 장애인단체가 마련한 장애체험행사에서 장애인들과 영화 '오아시스'를 관람한 적이 있다. 청각장애인이 한국영화를 볼 수 없는 현실을 체험하기 위해 귀를 막고 영화를 봤다.
이날 노 대통령은 눈가리개를 한채 식사를 하기도 했다. 시각장애체험이다. 이러한 장애체험 이후 노 대통령은 '특권층의 특권 철폐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는데, 차별을 없애는 것이 더 시급한 것 같다'면서 장애인 차별해소에 앞장서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약속이 아직도 유효하다면 이번 행사에서 노 대통령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이 영화를 비롯한 영상 정보에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차별을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해주길 바란다.
이번 영화관람에서는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한글자막 서비스가 실시된다고 한다. 이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화면해설, 한글자막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는 셈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도 당연히 뒤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또 하나의 약속이 필요하다.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문제이다. 노 대통령은 본인 입으로 직접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이 변경됨에 따라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무산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매년 장애인의 날을 전후로 거리로 뛰쳐나와 장애인차별 철폐를 외치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더이상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노 대통령이 장애체험을 통해 직접 깨달았던 우리사회의 장애인 차별에 대한 기억을 영화를 보면서 되살려주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