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공무원 고동운씨. <에이블뉴스>

우리 사회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왜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등한 기본권리를 보장받아야만 한다.

여기에는 교육, 취업, 주거 등 사람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포함된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이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을 고쳐보자는 것이다.

난 20여년 전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81년 봄 서울을 떠날 때까지 나의 유일한 편의시설은 가족과 몇 안돼는 친구들의 따스한 등이 전부였다.

그 후 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초에 두 번 한국을 다녀왔다. 그동안 고국은 88올림픽과 2002 년 월드컵을 치렀으며,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을 하고 소고기를 외국에서 수입해다 먹는 제법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나를 반기고 있는 것은 지인들의 따스한 등이 전부였다. 즉, 장애인의 삶은 20여 년 동안 별로 좋아진 것이 없었다.

1월초에 다시 한국에 들어갈 일이 있어, 숙소를 알아보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문의를 해 보았고, 장애인 단체 몇 군데도 연락을 해 보았다, 놀랍게도 장애인 숙박시설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있는 곳이 없었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전화번호를 구해 비싼 요금을 지불하며 일일이 국제전화를 해야만 했다.

서울의 친구가 발 벗고 나서 여러 곳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화장실 문이었다. 내 휠체어가 들어가는데 필요한 폭 70센티를 찾지 못했다. 결국 화장실문을 떼어 내기로 하고 예약을 했다.

난 한국의 건축업자들이 일부러 장애인을 차별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는 아마도 인식의 부족에서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어려서부터 장애인과 담을 쌓고 자란 사람들이 설계나 시공에 있어 장애인을 안중에 두었을 리 없다. 장애인과 친구하고 지낸 적이 없는 사람이 장애인과 이웃하고 사는 일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은 도리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학교에 가면 얌전한 아이, 소란스러운 아이, 코를 잘 흘리는 아이 등이 섞여 지낸다. 직장에는 늘 지각하는 사람, 가불 잘 하는 사람, 회식 때 술 잘 먹는 사람, 노래방 가면 노래 잘하는 사람 등이 함께 일한다. 여기에 장애인만 빠져 있다. 장애인도 이중에 섞여야 한다.

어려서부터 장애인과 함께 뛰어놀며 자라고, 장애인을 친구로 두고, 장애인과 연애도 해본 사람들이 세상에 많아지면 우리 사회는 자연스럽게 장애인과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다. 장애인들이 보통 사람들과 섞여 살 수 있는 기본권을 보장해주는 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다른 차별금지법과는 분리되어야 한다. 우선 다양한 유형의 장애와 이에 따른 각기 다른 편의시설과 차별의 문제는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이(ADA) 제정된 지 15년이 지났다. 이제 미국에서 지체장애인을 위한 재활이나 취업 서비스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들은 이미 주류사회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1급 장애인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큰 불편없이 남들과 잘 섞여 살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나의 기본권리가 법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에이블뉴스는 '왜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인가'를 주제로 특별기고를 받고 있습니다. 장애인계가 주장하는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위원회가 왜 독립적이어야하는지 주장을 펼쳐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으로 일하시는 고동운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