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용법 시행령’ 제정안 3차 공청회 자료집 표지. ©서인환
‘디지털포용법 시행령’ 제정안 3차 공청회 자료집 표지. ©서인환

【에이블뉴스 서인환 칼럼니스트】내년 1월 22일 시행되는 ‘디지털포용법’의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 예고 중이며, 의견 수렴 기간은 이달 22일까지이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주최로 두 차례의 공청회가 있었고, 지난 17일 오후 2시 NIA 서울사무소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열린 3차 공청회가 마지막 공청회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에서는 정보통신에서의 동등한 이용을 보장하고 재화와 용역에서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그 시행령에서는 키오스크의 접근성의 다양한 조건들을 정보화기본법과 중복되어 삭제하고, 키오스크의 위치를 안내하는 음성장치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호출벨은 그대로 존속시켰다. 그리고 추가로 소상공인의 경우 접근성 품질인증 키오스크를 설치하거나 인적 도움, 또는 보조 소프트웨어나 보조장치 중 하나만 만족하면 되도록 완화하는 내용으로 최근 개정했다.

디지털포용법의 시행령 제정에서 주요 내용은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와 영향평가를 한다는 내용과 디지털역량강화센터 설치와 키오스크 편의 제공, 제품의 검증기준, 유망 디지털 포용기술과 서비스의 지정 절차를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구매 대상 지능정보제품(키오스크)의 검증기준은 기술 평가와 사용자 평가를 모두 충족해야 하던 것을 시행령 제정안에서는 우선구매 조달을 위한 제품은 그대로 시행하지만, 조달이 아닌 민간 판매 제품의 경우, 기술 평가만 받아도 되도록 하였다. 이는 키오스크 제조업체나 설치 운영하는 사업자의 부담을 들어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겠으나, 사용상의 어려움을 가진 키오스크의 설치가 민간 운영자에게는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품질인증을 받았다고 하는 제품이지만 장애인이 막상 사용하는 데에 문제점을 가진 제품들이 얼마든지 유통 가능하다는 뜻이다.

디지털역량강화센터는 그동안 법적 근거 없이 교육장이나 배움터가 운영되어 오던 것을, 디지털역량강화센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역량강화센터는 NIA가 위탁 운영하고 디지털역량강화지원센터는 지자체나 민간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형식이다. 여기서 역량강화지원센터에서 장애인을 포함하여 통합운영하는지, 장애인 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별도의 역량강화지원센터를 운영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를 이용 편의에서 설치하고 운영자는 인력 배치를 하거나, 실시간 음성안내를 하거나, 기술성 평가 기준을 충족(검정제품)하거나, 호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거나, 보조 웹사이트나 응용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것 중의 하나를 충족하면 된다.

장차법에서는 소상공인과 50제곱미터 이하 사업장은 다른 방법을 허용하지만 그 외는 접근성 검증제품만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장차법에서는 보조장치(하드웨어)를 설치하는 것도 완화된 사업장에서는 허용하지만 디지털포용법에서는 이 내용이 없다. 접근성은 오직 소프트웨어로 해결해야 한다. 실시간 음성안내는 무인 점포에서의 접근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포용법 시행령안이 장차법과 또 하나의 다른 점은 제조 및 임대기준을 정하고 있는데, 제조업자는 기술성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제조하거나 장관이 고시하는 기간에 제조하도록 기술 역량과 생산능력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 생산능력을 자유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접근성 검증도 득해야 하면서 예를 들어 중소기업은 3개월 내에, 대기업은 1년 내에 일정량을 생산하여야 함을 고시하겠다는 것이다.

임대하려는 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접근성을 갖춘 검증된 제품을 제공해야 함을 규정하면서 임대자나 생산자가 소상공인 경우 이를 1년 유예한다고 부칙으로 규정하였다. 제품 설치는 내년 1월 22일부터 의무인데, 제조자는 기간을 유예한다는 것은 순서가 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접근성 제품 생산을 의무화하면서 생산능력을 관리한다는 것은 열약한 제조업체는 도태시키겠다는 의미가 된다.

국가기관은 영향평가 결과 부진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권고를 하고, 키오스크 운영자는 법에서 정한 접근성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1년 한도 내에 시정을 하도록 명령을 한다. 이는 정부는 과태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의미로 보인다. 권고는 정책추진의 미진에 대하여 하여야 하고, 국가기관도 접근성을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 대상이 되어야 한다.

모법에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는 시행령안에서 구체화하고 있다. 1차 위반은 900만원, 2차 위반은 1500만원, 3차 위반은 2400만원 등이다. 소상공인이나 영업상 어려운 경우는 50% 감액할 수 있고, 장차법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경우는 제외하며, 6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위반한 경우는 1.5배로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최대한도는 3천만원이다.

과태료는 실태조사를 통해 위반자를 적발하는 것인지, 장애인 이용자의 신고로도 조사가 가능한지, 조사나 접수 기관은 어디인지, 위반 조사조직을 갖추는지 등은 알 수 없다.

위 내용을 다시 정리하면, 그동안 해 오던 사용자 평가는 생략하고 기술 평가만 받으면 된다. 단지 정부조달 납품 시에만 사용자 평가를 받은 제품은 우선구매 대상이 된다. 디지털 배움터는 비장애인과 통합 운영되면서 장애인의 접근성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교육 등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보조장치인 하드웨어는 접근성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위반을 단속하거나 위반 신고를 접수하는 인프라가 없어서 시정명령이 제대로 작동될지도 의문이다.

디지털포용법에서 국가기관은 웹접근성 보장을 의무화하고, 민간은 권고로 하여 지능정보사회기본법에서 한 발짝도 강화된 조항은 찾을 수 없다. 키오스크에서의 과태료를 세분화한 것 외에는 말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