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12.

“장애인스포츠”

이현옥 장애인스포츠 평론가와 함께 합니다. 어서오세요?

문1) 길었던 추석 명절도 지난주 끝나고 이제 10월 중반에 들어섰습니다. 2025년 한해 마무리 잘 하자는 얘기도 곧 나오겠는데요.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 근황은 어떻습니까?

- 얼마전 방송을 통해 패럴림픽과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없는 올해가 국가대표들에게는 더 바쁜 한해라는 말씀 드린 적 있는데요. 호수 위의 우아한 백조가 알고보면 물 아래 발밑이 분주한 것처럼, 종합대회를 나가기 위한 순위싸움과 쿼터 확보를 위해 분주한 한해입니다. 특히 올해는 국내에서 각종 세계선수권대회가 많이 열렸습니다. 지난달에 보치아, 양궁, 휠체어펜싱 등의 세계선수권대회와 월드컵이 안방에서 열려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어주었습니다. 국내에서 세계선수권이 과거에 비해서 많이 열리고 있는데, 이것은 지자체가 유치에 적극적이고 또 장애인스포츠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문2) 세계선수권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면 그만큼 장애인스포츠가 대중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겠네요?

- 일면 그렇지요.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대회의 유치와 개최에 집중하는 만큼의 관중 유도와 홍보가 이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런 현상은 딱히 장애인스포츠 만은 아니고 비장애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하는 스포츠만큼 관람하는 스포츠도 중요한 영역인데, 우리나라는 A매치 축구대항전이나 프로야구가 아니면 사실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요즘은 프로배구도 인기가 있습니다만, K리그 프로축구나 프로 농구도 공중파 TV중계를 보기 어렵지요. 프로골프도 인기는 있지만 접근에 한계가 있고요. 지난달에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있었습니다. 높이뛰기 우상혁선수가 은메달을 딴 그 대회요. 영상자료를 보니 관중석이 꽉 찼더군요. 그런데 우리도 2011년에 대구에서 이 권위 있는 3대 국제 메가스포츠 중 하나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요. 관중석이 예상대로 비어 이를 메우기 위해 공무원들과 공공기관이 동원됐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월드컵축구만큼 인기있는 대회인데 말이죠. 이런 상황이니 국내에서 열린 장애인 세계선수권에 관중 없는걸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지난 2018년 평창 패럴림픽의 기적,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관중석이 부모와 함께 손을 잡고 온 어린이 관객으로 꽉 찼던 모습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아이들이 이제는 청소년이 되고 대학생이 되었을거예요. 유년시절의 입맛과 경험은 평생을 좌우하는 법인데, 과연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면 경기장을 찾지 않았겠나 이겁니다.

문3) 평창 패럴림픽에서는 어떤 이유로 뒤늦게 자녀를 동반한 부모의 발걸음이 이어졌을까요?

- 2018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도 관중 흥행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자체와 공공기관, 그리고 기업체 중심의 티켓 판매가 이루어진게 사실이고요, 이렇게 표가 뿌려지다 보니 종합대회의 하이라이트인 개회식 관람석의 곳곳이 빈채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정말 아깝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패럴림픽이 국내에서 개최되다 보니 미디어 노출이 다른 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습니다. 어쨌거나 공중파 TV로, 인터넷으로 감동적인 경기장면이 계속 노출된 겁니다. 지난주에 소개했던 미국의 옥산나 마스터스 같은 매력적인 여성선수가 메달을 5개나 따며 소개되었습니다. 그 선수의 얼굴과 눈빛에서 빛이 나고, 또 절단장애 신의현선수가 말로 설명 안되는 투지로 금메달을 땄어요. 손으로 산을 일궈 공주에서 밤농사를 짓는 어머니와 시각장애인 아버지가 이 아들을 키워낸 이야기가 전파를 탔고요. 어린자녀를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칠 수 없는 교훈과 배움이 패럴림픽 현장에 있었던 겁니다.

문4) 평창 패럴림픽의 성과를 잇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네요. 내년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에서는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어떤 선수들이 소개되면 좋을까요?

- 내년 패럴림픽에 우리나라는 휠체어컬링 대표팀을 확정한 상태입니다. 파라 아이스하키는 연말에 B풀 상위팀과 최종예선을 겸한 패자부활전을 통과해야 밀라노행 비행기를 탈 수 있고요. 휠체어컬링은 기존 4인조 단체전 경기에다 이번부터 2인조 남녀혼성 믹스더블이 추가 되었는데, 두 종목 다 패럴림픽에 나가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4인조 단체전팀은 진작에 대표 선발이 끝났고 2인조가 패럴림픽행 티켓을 확보한 상태에서 국대 선발전이 치열하게 펼쳐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선발전을 겸한 지난 7월의 ㈜하이코어배 코리아휠체어믹스더블컬링리그에서 경기도청 ‘백혜진-이용석조’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현역 국대이자 디펜딩챔피언 서울시청을 꺾고 결승에 올랐고, 결승에서 '세계챔피언조' 창원시청을 꺾었습니다. 이후 체력, 기술 테스트, 면접 전형을 거쳐 백혜진은 베이징 패럴림픽에 이은 2연속 출전, 이용석은 사상 첫 패럴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습니다. 비장애 스포츠의 양궁처럼 컬링은 국내 선발전이 세계선수권보다 치열해 세계 1위보다 국내 1위가 더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내 리그 1~3위팀 중 누가 국제대회에 나가더라도 충분히 입상할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우리가 현재 믹스더블 세계 랭킹 1위인데, 경기도청팀은 이 1위를 만들어준 서울, 창원 동료들 몫까지 해내야 하는 상황이니까, 제대로 된 경기를 보여줄 것 같습니다.

문5) 휠체어컬링이 내년 패럴림픽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군요. 컬링팀의 역대 성적은 어땠습니까?

- 지난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컬링 강국 캐나다와 결승에서 만나 접전 끝에 준우승을 했었지요. 2인조팀 감독으로, 당시에 선수로 패럴림픽 메달 맛을 봤던 박길우씨가 감독으로 선임 됐습니다.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으로는 하계 종목에 장애인탁구 최경식감독이 도쿄대회에서 제자의 금메달을 만들어낸 적이 있었고, 동계종목에서는 첫 도전이 됩니다. 물론 파라 아이스하키의 한민수씨가 평창 패럴림픽 동메달 이후 베이징 패럴림픽 감독으로 데뷔해 선전했지만 꿈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박길우감독은 가능성이 상당히 있어 보입니다. 선수 출신 감독은 사실 장애인 스포츠계의 오랜 염원이기는 한데요, 운동선배로 그리고 장애선배로 큰 힘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지요. 특히 은퇴선수들이 진로에 어려움이 있으니까 제대로 된 지도자로 선례를 만들고 또 인정을 받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겠습니다.

6) 좋은 경기를 많은 국민들이 보고 장애인스포츠가 더한층 발전하는 계기 되어야겠군요?

- 맞습니다. 일단 미디어 노출이 많이 되어야 하고요, 경기력과 인성을 갖춘 매력적인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어야 합니다. JTBC중앙그룹이 2025〜2030년 FIFA 월드컵과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의 한국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상태인데요. 중앙그룹은 지난 4월부터 공동 중계 방송권자 부문과 뉴미디어 부문 공개 입찰에 나섰고, 뉴미디어 부문에 네이버가 선정됐습니다. 그러나 공동 중계 방송권자 부문에 지상파 3사(KBS·MBC·SBS)는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을 개별 구매할 수 없게 JTBC가 패키지로만 판매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며 급기야 서로 법정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패럴림픽은 통상적으로 올림픽과 같은 차원에서 중계권 협상이 이루어지는데요, KBS가 중계권 계약을 마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큰 싸움 속에서 아직도 안갯속이라 걱정이 됩니다. 보편적 시청권 확보 차원에서 국민 누구나 패럴림픽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협의가 이루어져, 콘텐츠도 미리 만들고 볼만한 대회준비가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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