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지난 4월 21일 최보윤 의원 외 10인이 장애인의 실종 예방을 위한 위치추적장치 장착 시 장애인 당사자의 동의에 따라 진행되도록 명시한 내용을 넣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대한 일부법률개정안’에 대해 지난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의견이 나왔다. 이 내용을 읽어봤는데, 실종 관련 위원회 구성 등을 보면 조금 우려스러운 지점들이 있었다.
기존에는 아동정책조정위원회에서 실종아동 등 정책 논의 시 세부안건으로 논의된 바가 있었는데, 위원회 구성이 이랬다. 기획재정부장관, 교육부장관,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보건복지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과 아동 관련 단체의 장이나 아동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15명 이내)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4월 21일 최보윤 의원 외 10인의 개정안엔 실종아동등 통합조정위원회라 하고, 위원회 구성을 기획재정부장관, 교육부장관,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여성가족부장관, 그리고 아동 관련 단체의 장이나 아동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10명 이내) 등으로 했다. 기존 아동정책조정위원회와 비교해 인원이 줄고, 구성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대동소이한 모양새다.
여기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아동정책조정위원회와 개정안의 실종아동등 통합조정위원회의 구성이 동일·유사해 국무총리 소관의 별도 위원회 신설 실익에 관해 이견도 제시될 것으로 보이니 아동정책조정위원회의 특별위원회 형식으로 설계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기존 위원회나 실종아동법 개정안을 보면 아동 관련 단체의 장이나 아동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공통점이다. 그런데 실종된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과 노인의 수도 적지 않고, 이들은 아동과는 분명 다르다.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아동이라면 모르겠지만, 성인과 노인이라면,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여야 한다.
그리고 아동뿐만 아니라, 성인 장애인과 노인만 추가하면 될 일일까? 아동, 성인 장애인, 노인 관련 단체의 장이나 아동과 성인 장애인, 노인에 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라고 하면 여기에 성인 장애인 당사자가 끼어 들어갈 자리가 있을까? 중등교육에서의 실질적인 Inclusive Education과 고등교육 접근성이 사실상 부재하고, 고용에서의 차별과 배제가 만연한 현실들을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한, 이들이 단체의 장이나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써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경험 면에서는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가 풍부하지만, 지난 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논의 시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를 사실상 배제시켰던 전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기존 위원회나 개정안의 위원회는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를 배제시킨 채 실종 관련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장애인 당사자와 노인,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의 참여가 사실상 배제된 위원회인 셈이다.
여기에 아동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라면 보통 아동은 보호의 대상이요, 권리 주체이기보단 권리의 객체로 봐왔었다. 그렇다면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을 아동 바라보듯이 보호 대상이자, 권리 객체라는 관점에서 실종정책을 펼칠 게 예상된다. 사실상 본인의 자유로운 동의 없는 사생활 침해와 이동권 제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실종 문제는 사실 정신적 장애인의 체계적인 이동권 정책 부재로 인해 발생한 면도 있다. 이동권 정책 부재로 인해 시설 관계자나 부모가 알려준 루트로만 이동하는 정신적 장애인이 적지 않으며, 이를 이동권 실현이라 볼 수 없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서 정신적 장애인과 관련한 내용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체계적인 이동권 교육도 이들에겐 부재하다.
그래서 알기 쉬운 표지판, 정신적 장애인이 길을 잃어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 이들을 존중하면서 안전하고 조용한 장소로 안내하는 내용 등을 담은 매뉴얼 마련, 감각과민 등을 고려해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소음저감장치 설치 등을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에서 정신적 장애인 관련 실태조사 내용을 추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이동권 교육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의 이동권 문제는 당사자가 잘 아는 만큼 위에서 말한 것들과 관련해 당사자를 배제하지 말고, 당사자 의견을 섬세하게 반영해 이동권 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내용들을 고민한 흔적이 검토의견에 들어갔어야 하는데,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번 보건복지위원회의 검토의견은 다시금 말하지만, 정신적 장애인 당사자를 배제하면서 이들의 이동권 증진을 위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정신적 장애인과 노인 등을 ‘어린아이’ 취급하면서 이동권 객체로 보며, 돌봄이 너무 지나친 나머지 이들을 보호와 통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의견을 낸 거나 다를 바 없다. 이전과 달라진 것 없이 ‘역시나’였다.
물론 정신장애인 인권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에서 정신적 장애인을 감시 대상으로 삼거나, 사생활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실종아동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검토의견에 넣었길래 반갑긴 했으나, 이들의 의견이 주는 아니었다. 이들의 의견을 넣은 게 뭔가 생색내기용이자 형식적이란 느낌이 들었는데 이런 느낌을 지우긴 어려웠다.
돌봄이란 게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부분인 건 맞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사람 인(人)자가 서로 기대는 모형을 본떠 만든 한자임을 생각하면 말이다. 하지만 당사자 의견을 묻지 않고, 사생활 침해하면서 존엄성을 말살할 정도까지 당사자를 돌봄과 보호의 객체, 통제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면 족쇄로 가득찬 당사자의 삶이 될 것이며,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지 않을까?
그러니 부디 정신적 장애인, 노인 등을 배제하지 말고, 실종정책 수립 시 이들을 참여시키고 이들의 의견을 섬세하게 반영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들의 사생활과 이동권 보장을 통해 이들이 진정한 행복추구권과 평등을 누리며 권리의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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