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농아방송 김완수 앵커입니다.
흔히 청각장애인을 ‘청력을 잃은 사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람’으로 규정하곤 합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청각장애를 ‘잃은 것(Loss)’으로만 이해하고, ‘비정상적인 상태’로 규정해 왔습니다.
들을 수 없음=소통 단절
들을 수 없음=학습 제한
들을 수 없음=사회적 불리
이는 근대 모더니즘의 이성 중심적, 기능 중심적 관점이 만든 시선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모더니즘을 정면 비판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상이라는 개념은 사회가 만든 허구일 뿐이다 모든 존재는 고유한 가치와 가능성을 지니며, 진리는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갈래로 존재한다.”
이해가 어렵다면 필리핀의 ‘하누누족‘을 예로 들어볼까요?
하누누족은 계절을 건기와 우기로 나누기 때문에 색깔도 마른 색, 말라빠진 색, 축축한 색, 끈적끈적한 색 등으로 분류하는데 색깔 종류도 많지 않습니다. 하누누족이 사계절이 있는 사회의 관념과 전혀 다르다고 해서 우리가 그런 방식을 야만적이라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보면 그것이야말로 잘못입니다.
청인들 역시 농인이 사용하는 수어에 대해 “어휘 수가 한국어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색깔을 나타내는 수어가 많이 없다“라며 자신이 사용하는 한국어의 우월성을 드러내 보이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음성언어인 한국어를 기준으로 수어를 평가한 결과일 뿐입니다. 농인의 시각언어에서는 비수지신호, 공간동사, 분류사 등 고유 문법과 표현 방식을 통해 충분히 깊이 있고 세밀한 의미 전달이 가능합니다.
이는 마치 서구 세력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명을 기준으로 다른 문화를 미개하다고 단정하고 식민 지배를 정당화했던 시선과도 유사합니다. 청인사회 역시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언어와 문화를 기준 삼아 농인의 언어와 문화를 하위에 놓고 평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보이지 않는 식민 지배‘와 다름없습니다.
데프게인은 이러한 청인사회의 주류 관점에 대한 반발로 등장한 개념입니다. 이 개념은 청각장애를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시각언어, 예술, 공동체 감각을 생산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봅니다. 데프게인은 청각장애를 손실이 아닌 이득으로 바라보는 개념입니다. 단순히 긍정심리학을 넘어서, 농인의 존재와 수어와 시각적 인식 방식이 사회 전체에 주는 이익에 주목합니다.
청력 상실 → 손실(loss) X
시각언어 사용 → 문화적 자산(Gain) ○
예를 들어 한국사회에서 문학의 종류는 시, 가사, 소설, 희곡, 각본, 수필, 평론 7가지 정도인데, 여기서 기존의 운율 중심 ‘시’에서 벗어나 시각적 리듬을 가진 새로운 문학 장르인 ‘수어시’가 추가되면 한국 사회 입장에서는 문학의 종류가 더 늘어난 것이며, 이는 사회 전체의 문화적 이득(Gain)으로 작용합니다.
또 하나의 예시는 시각적 경보 시스템입니다. 농인의 관점에서 개발된 이 시스템은 소리 중심의 기존 알람, 초인종, 화재 경보에 빛, 진동, 색상 변화 등을 더함으로써 결국 모든 사람에게 유용한 기술로 확장됩니다. 이 역시 사회 전체로 볼 때 이득(Gain)입니다.
이처럼 데프게인은 농인이 단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소통, 예술, 기술, 공동체 감각을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이것이 바로 데프게인, 농인을 통해 사회 전체가 얻는 이득입니다.
농인은 단지 ’들을 수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존재입니다. 데프게인은 농인이 세상으로부터 시혜를 받는 대상이 아니라 농인이 세상을 향해 기여하는 존재임을 말해줍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는 데프게인의 관점을 통해 농인을 이해하고 함께 배우며 성장해 가야 할 존재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포용 사회의 출발점입니다.
수어뉴스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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