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말은 종종 선택받은 사람들만의 특권으로 작동하곤 한다. 특히 장애인은 태어나면서부터, 혹은 사고나 질병을 통해 생애 어느 시점에서든 배움의 기회로부터 배제되는 이중적 고통을 겪는다.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은 단순한 학습의 제공을 넘어, 존엄한 삶의 보장과 권리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다시금 상기시켜야 한다.

교육에서 소외된 삶, 평생교육으로 회복해야

 장애인은 유년기부터 통합교육의 부족, 학령기 중도탈락, 고등교육의 장벽 등으로 인해 기초교육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이는 단순한 지식의 결핍이 아니라, 사회참여와 자립, 경제활동의 기회를 박탈당한 구조적 문제다.

따라서 평생교육은 이러한 불평등의 회복을 위한 사회적 책무이며,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사회적 소속감을 되찾는 통로가 된다.

평생교육은 권리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제24조는 모든 장애인이 평생교육을 포함한 모든 교육 단계에 접근할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 평생교육은 여전히 복지정책의 부수적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은 단지 선의의 배려나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이는 ‘시혜’에서 ‘권리’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사회복지의 탈상품화 논의와도 궤를 같이 한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문화지체에 대응해야

현대는 디지털이 곧 일상이고, 정보 접근이 곧 권력이다. 그러나 장애인은 여전히 키오스크, 스마트기기, 온라인 학습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질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한다.

이는 또 다른 형태의 문화지체 현상이며, 정보격차는 곧 고립과 소외로 이어진다. 평생교육은 이러한 디지털 배제 문제를 해소하고,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회복하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사회참여와 자립을 위한 기반

장애인은 학습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노동시장에 참여하거나,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직업교육, 창업훈련, 생활기술 습득은 장애인을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역량 있는 주체로 재위치시키는 핵심 요소다. 또한 사회적 상호작용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효과도 크다.

 지역 중심의 맞춤형 학습체계 필요

장애인의 학습은 교실이나 강의실에 한정되지 않는다. 이동권의 제약, 건강상 문제, 보조기기 의존 등 다양한 현실을 고려해 지역 기반의 순회교육, 온라인 학습, 가정방문 교육 등 다양한 형태의 평생학습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을 위한 개별화된 교육 계획과 학습보조인 지원체계는 절실하다.

평생교육,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의 조건 형성 수단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는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체적 책임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을 ‘가능성의 확대’가 아니라, ‘당연한 전제’로 여겨야 한다. 평생교육이야말로 장애인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진정한 출발점이다.

세계의 장애인 평생교육 사례, 실천에서 권리로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은 세계 각국에서도 포용성과 맞춤형 학습권 보장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독일 , “제2의 교육기회”를 보장하는 성인장애인 교육 체계

독일은 기본권 차원에서 교육권을 보장하며, 장애 성인의 경우에도 지역 Volkshochschule(시민대학) 및 특수교육센터를 통해 기초문해 교육, 직업 재훈련,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이 제공된다.

장애 성인의 학습권은 연방 교육훈련촉진법(BAföG)과 통합교육법을 기반으로 하며, 평생교육센터는 장애 접근성이 인증된 시설이어야 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다.

핀란드, 평생학습 권리로서의 발달장애인 학습권

 핀란드는 '기초교육법'과 '성인교육법'에 따라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이 전국 단위로 제공된다. 특히 특수지자체 교육센터(Special Educational Institutions)에서는 개별화 교육계획(IEP)을 기반으로 하는 커리큘럼을 운영하며, 복지와 연계된 직업교육도 지원된다. 학습에는 보조교사, 통역사, AAC(보완대체의사소통) 도구가 적극 활용된다.

일본, 성인기 장애인에 대한 지역 기반 평생학습

일본은 '장애인기본법' 제14조에 따라 장애인의 평생학습권을 명시하고 있으며, 특히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 연계형 학습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있다.

지역 공공도서관, 커뮤니티센터, NPO 등이 협력해 독서지도, 사회기술훈련, 디지털 활용 교육 등을 실시한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9년부터 “배리어프리 평생학습 거점 조성 사업”을 추진하여, 모든 공공 평생교육 기관에 물리적·정보적 접근성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캐나다, 커뮤니티 중심의 장애인 평생학습 생태계

 캐나다는 주 정부 중심의 평생교육 체계 하에 장애인의 교육 접근을 위한 Inclusive Adult Learning Policy를 운영한다.

특히 브리티시컬럼비아 주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커뮤니티 기반 평생학습 기관(Learning Centres for Adults with Disabilities)을 운영하며, 자조 모임, 일상생활 기술, 시민권 교육 등을 포함한 다차원적 학습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다. 온라인 학습 접근성을 위한 웹 접근성 지침 준수(WCAG 2.1)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스웨덴,  LSS 제도와 결합된 개인 맞춤형 평생학습

스웨덴은 '지속가능한 평생학습법'과 'LSS법(특정 기능장애인을 위한 지원 및 서비스법)'을 기반으로 장애인에게 개인화된 학습계획과 복지 서비스 연계 교육을 제공한다.

학습은 정규교육과 비정규교육 모두에 걸쳐 이루어지며, 지역교육청은 장애 유형에 맞는 교재, 수화통역, 학습보조도구 등을 의무적으로 제공한다. 특히 성인기 발달장애인의 학습권은 복지 서비스 안에서 보장되는 특징이 있다.

한국 장애인 평생교육의 현주소, 제도적 기반과 한계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 수립을 시작으로, 2020년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2021년 법 시행 등을 거치며 제도적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이 법은 장애인의 학습권 보장과 함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7년 「장애인 평생교육 활성화 방안」 수립을 시작으로, 2020년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 2021년 법 시행 등을 거치며 제도적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이 법은 장애인의 학습권 보장과 함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제도적 추진 체계=법적 근거로는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1조(목적), 제3조(국가와 지자체의 책무), 제7조(시도장애인평생교육센터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장애인평생교육센터, 56개 기초장애인평생교육센터, 국립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2021년 개원)가 운용 중에 있으며 운영 프로그램으로는 문해교육, 직업훈련, 여가·문화활동, 발달장애인 대상 사회기술 훈련 등을 실시 중이다.

정책적 의의=장애인을 ‘교육대상자’가 아닌 ‘학습권 주체’로 인정, 지역 중심 학습 전달체계 및 개별 맞춤형 교육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애인 평생교육 진흥 기본계획(2023~2027)」 수립하여 중증장애인 대상 이동교육, 온라인 기반 학습 콘텐츠 개발, 디지털 접근성 향상 등에 힘쓰고 있다.

향후 과제=공공 전달체계 취약하여 일부 시·군·구에는 여전히 센터 미설치된 상태이고, 장애 유형별 교육 접근성 미비한 실정으로 청각, 시각, 중복장애인 대상 콘텐츠 부족하고, 재정규모의 한계가 눈에 띄는데 2023년 기준 전체 평생교육 예산 대비 장애인 평생교육 비중은 약 1.4%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며, 인력 전문성 부족한 상황으로 특수교육과 평생교육을 결합한 전문가 양성 필요하다.

한국 장애인 대상 평생교육의 길 ‘제도적 기반을 넘어 실효성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 평생교육법’ 제정으로 법적 기반은 마련했지만, 여전히 장애 유형별 접근권 확보, 콘텐츠 다양성, 지역 간 불균형 해소 등의 과제가 크다.

선진국처럼 교육과 복지, 지역사회가 통합된 생애주기 맞춤형 학습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다음 과제이다. 특히 예산 확대와 전문 인력 양성, 디지털 콘텐츠 개발, 접근성 보장 기준의 강화는 중장기 계획에 반영되어야 한다. 평생교육은 권리이며, 학습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이제는 “가능성”을 넘어, 보편적 실현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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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kg의 이른둥이로 출생 시 의료사고로 인한 심한 정도의 뇌병변장애당사자이다. 장애인자립생활대학에서 공부하였고 대학원에서 의용공학과 재활공학을 공부하였다. 또한 사회복지사로 늦은 나이지만 방통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에서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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