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들께 드리는 절규의 ‘탄원서’ 입니다.
탄원인: 이재순
존경하는 의원님.
안녕하세요.
저는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 청각 장애인 차별로 부당해직을 당하고 현재 여러 장애인 단체들과 교육 단체들의 지지에 힘입어 남편의 복직 운동을 하고 있는 안태성 교수의 처 이재순 입니다.
제가 의원님께 탄원서를 보내는 이유는,
억울한 남편의 사안을 말씀드리고 의원님께 간곡한 협조를 요청 드리고자 해서 입니다.
우선 남편의 해직 사건에 대하여 간략히 말씀 드리면,
남편은 1999.9.1.자로 청강대 애니메이션과에 임용되었습니다.
그 후 남편은 재직기간 중 학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의 지속적인 장애인 차별로 인해 2007.2.28. 해직까지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해직 후 저희는 여러 장애인 단체 분들에게 억울함을 알렸고 그분들의 도움을 받아 작년 3월 국가 인권위원회에 장애인 차별로 진정 하여 2년 만에 ‘권고’ 결정을 받았으며 ‘해직무효 확인 소송’ 을 함께 병행하여 1, 2심 모두 승소를 하였습니다만 청강대학 측에서 ‘상고’를 하여 현재는 남편의 사안이 대법원에서 계류 중 입니다.
남편이 해직 된 후, 가정 형편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힘들어져 하루하루가 지옥과도 같은 생활을 하고 있으며 한계에 부닥친 남편은 두 달 전 부터 지방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임시직인 강사로 재직하게 되었으며 그로이해 저희 가족은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하는 고통까지 격고 있습니다.
남편의 해직보다 제게 더 가슴 아픈 것은 하나 밖에 없는 중 3 아들에게
많은 사랑과 관심도 주지 못 하고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처참한 현실이 제겐 제일 큰 고통 입니다.
아들은 제게 매달 급식비가 미납되었다는 영수증을 내 밀며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저는 그런 아들을 보며 가슴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올라와 아들이 보지 않는 곳으로 뛰어가 한참을 울다 나오기를 2년째 하고 있습니다.
의원님께서도 자식이 있으시다면 제 고통을 어느 정도 이해 하실 것 입니다.
그런 저미는 어미의 마음을 뒤로 한 체 저는 남편의 사안을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가슴 저미는 아들을 팽개치고 뛰어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은,
남편이 청강대학에선 무능한 장애인으로 비춰졌을지 모르지만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의 ‘우상’이며 장차 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아들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서 입니다.
남편을 이 사회에선 장애인이라 부를지 모르나 저와 아들에겐 정직하고 건강한 사고를 가진 올바른 남편이자 아버지 입니다.
그런 남편이 장애인이란 이유 하나 만으로 이 사회에서 부당하게 해직
당하고 차별 받아야 한다는 것에 저는 울분을 터트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남편과 홍익대학교 미대를 졸업 한 비장애인 입니다.
남편과 만난 지 20년 동안 저는 한 번도 남편이 장애인이라고 생각 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모자라고 부족한 인간으로 밖에는 취급을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 사회와 무모할지 모르는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의 사안은 '중증 장애인'들의 고통과 차별에 비한다면 아주 경미한
사안 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남편과 비슷한 ‘경증 장애인’에 대해서도 한번 쯤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합니다.
어찌 보면 '경증 장애인'들이 받는 차별에 대하여 우리 사회는 묵인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저는 이번 사안이 매우 중요하다고 의원님께 감히 주장을 하는 바 입니다.
남편은 비장애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교수가 되었습니다.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의 고통을 감수하고 피나는 노력으로 교수가 되었습니다.
남편이 교수였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편이 차별 받았던 곳이 교육 현장이었다는 것이며,
그것도 진리와 학문을 연구하는 ‘상아탑’ 에서 벌어진 지속적이고
지능적인 차별에 대하여 한번쯤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씀 드리는 것
입니다.
그런데 청강대는 만창과 교수들과 함께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 했다며
검찰에 남편을 고소까지 하였으며 저는 또 다시 빚을 내서 남편을 구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남편에게 죄가 있다면,자신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뛰어 다닌 죄 밖에는 없습니다.
설사 그런 과정에서 그들에게 작은 상처를 주었다고 해도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그것을 지적한 죄 밖에는 없을 것 입니다.
존경하는 의원님.
남편의 사안을 묵묵히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우리사회가 아직은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주고 싶을 뿐 입니다.
만약 그렇게 되지 못 한다면 우리사회에선 장애인은 결국은 무능한 장애인으로 낙인 될 것 입니다.
저는 이 자리를 빌려 남편의 사안에 많은 관심과 도움을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
두서없는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2008.11.14.
이재순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