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인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인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에 비준 유보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장애인계가 반발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한국비준연대는 13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에 대해 정부측과 한바탕 토론을 벌였다. 12조 법적 능력, 25조 건강권, 선택의정서 비준 등의 순서로 쟁점을 분석한다.
③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 쟁점-선택의정서
총 18개 조항으로 구성된 선택의정서는 협약 50개 조항에 담지 못한 국제적 차원의 권리구제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협약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비준 여부에 따라 협약의 위상에 달라진다.
선택의정서에 담긴 권리구제 수단 중 ‘개인통보’(Individual Communication) 제도 및 ‘UN장애인권리위원회의 조사권’ 등은 핵심에 속한다.
개인통보제도라는 것은 장애인권리협약상의 권리 침해를 주장하는 장애인 개인이 국내 권리구제 절차를 모두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구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 UN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할 수 있는 제도이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성·장애 및 지역적 배분을 고려한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되며, 60개국의 비준 및 승인 이후에는 최대 18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는 유엔기구이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협약에 규정된 권리가 침해되고 있는 정보가 있을 시 비공개로 정보를 수집·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당사국의 영역을 방문해 조사를 수행할 수도 있다.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조사를 마치고 후속조치로 당사국에게 조사 결과에 대해 당사국이 취한 조치를 정부보고서에 자세히 기술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6개월이 경과한 후에는 당사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 알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의정서에 대해 정부는 국내 여건이 성숙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준을 유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정한성 보건복지가족부 장애인권익증진과 사무관은 "향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정착되는 등 가입여건이 성숙했을 때 조속히 가입하겠다"고 비준 유보 입장을 전했다.
정 사무관은 "UN장애인권리위원회이 국내에서 조사활동을 벌이는 등의 내용은 국가적으로 막중한 부담이 되는 것으로 여건이 성숙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비준을 유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무부 인권정책과 홍관표 서기관은 "일단 국내적 구체 절차가 중요하다고 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 초기에 있기 때문에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계와 학계,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목소리로 선택의정서의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홍익대 김주환(법학) 교수는 "협약과 선택의정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협약이 장애인의 인권 신장을 위한 실체법적 보장이라면, 선택의정서는 장애인 인권 보호의 흠결을 막기 위한 절차법적 보장"이라고 선택의정서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정부의 선택의정서 비준 유보는 어떠한 사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정부는 선택의정서 비준을 통해 협약 실천 의지가 확고함을 대내외에 천명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형석 장애차별팀장은 "선택의정서가 제대로 발효되기까지 몇년의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기 때문에 지금 비준을 하고, 국내 여건을 성숙시키면 된다"면서 비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조 팀장은 "UN장애인권리위원회 구성에만 몇년이 걸릴 것이고, 개인통보제도는 국내의 구제절차를 모두 밟아야하는데 이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진정 사례가 나오려면 몇년을 걸려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UN장애인권리위원회 국가 방문조사는 당사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적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