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인권기회평등위원회 그레임 인네스 위원과 홍콩 기회균등위원회 조셉 콕 위원. <에이블뉴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이 '기업측에 부담이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5년째 법 제정운동을 벌여온 장애인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상황. 과연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기업측에 부담이 되는 것일까? 정말 사회적으로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것일까?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호주와 홍콩의 예를 찾아봤다.

호주 “장애인 차별하면 비용 더 많이 들어가”

호주인권기회평등위원회에서 상임 장애차별위원이자 상임 인권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레임 인네스(Graeme Innes)씨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초 국가인권위원회의 초청으로 방한해 국가인권위원회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호주는 지난 1993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었다. 10년이 넘게 적용을 하고 있는데, 장애를 이유로 고용에서 차별을 하는 것을 불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좋은 이유는 먼저 도덕적인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장애를 이유로 대중교통을 접근하거나 고용에서 차별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또 하나 좋은 이유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교육이나 고용, 시설 이용에서 차별을 하게 되면 국가와 사회가 장애인을 다시 지원해야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이 교육을 받고, 직장을 얻어서 일을 하게 될 것이고 세금을 내게 된다. 사회 발전에 공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회공헌이라는 책무를 갖고 있는 기업측에는 그만큼 사회적으로 부담해야할 의무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익이 되는 것이 사실. 이것은 비단 호주만의 경험이 아니다.

홍콩, 장차법 사회적 이익 전 분야로 확산

홍콩 기회균등위원회에서 기회균등위원으로 일하고 있는 홍콩시립대 조셉 콕(사회복지학) 교수는 지난 2003년 10월 31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와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가 주최한 국제장애인교류대회에 참석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사회적 비용은 대수롭지 않으면서 또 관리 가능한 범주에 속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오히려 이로 인한 사회적 이익은 사회 전 분야에 이미 확산돼 있고 우리의 일상생활과 문화에 너무 소중한 부분으로 정착돼 있으며 수치로 계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강연 내용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집행 관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 중 직접적이고 분명히 드러나는 비용은 기회균등위원회에 편성된 공적자금이며, 간접적인 재정 비용은 홍콩 법원에서 발생되는 비용과 기타 여러 부서에서 발생되는 각종 법률비용이다.

조셉 콕 교수의 발언은 호주의 그레임 인네스씨의 발언과 많이 닮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으로 하여금 교육에 있어서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아 종합적인 교육혜택을 누리게 하며 개인의 생활이 윤택해지게 하며, 사회복지시설의 의존도를 줄여 공공비용을 절감하게 하며 나아가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준다. 이런 모든 면이 개선되게 되면 장애인 전체의 건강이 증진되어 공공보건비용 의존도를 줄여 나갈 수 있게 된다.”

기업들도 균등한 기회제공에 적극 협력

하지만 법 시행초기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기회균등위원회에 대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셉 콕 교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남용해 회사운영을 어렵게 만든 경우가 있다’는 비판도 들어왔고, 기회균등위원회가 전략적 소송제기 권한을 이용해 너무 어깨에 힘이 들어가 정부부처나 기업들 그리고 사회 화합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일부 정치권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기회균등위원회가 사회 각계각층과 교류하는 모습을 보면 그와 정반대인 것을 알 수 있다”며 “기회균등위원회에 접수된 고발 건수가 지난 6년 동안 특별히 증가한 흔적을 찾을 수 없으며 증가한 부분이 있더라도 과거 몇 년 동안 유래 없는 실업률에 비하면 도리어 낮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셉 콕 교수는 “기업들도 장애인고용촉진법 제정, 기업 내의 기회균등 훈련,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풍토 조성 등 사회 여러 분야에서 기회균등위원회가 하는 일에 기꺼이 협력해 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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