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이동보장법 제정하라!” 2일 오후 지하철 1호선 부천역 승강장에 모인 장애인이동권연대 회원들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 장애인의 죽음에 절규하며, 이동보장법 제정이 절실하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시각장애인 김(30)모씨는 지난 10월 30일 부천역에서 점자유도블록을 찾다가 발을 헛디뎌 선로에 떨어졌고, 역내로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사망하고 말았다. 김씨가 죽은 부천역은 지난해 5월 동일한 사고로 시각장애인 장모씨의 목숨을 앗아갔던 송내역과 두 정거장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곳이다.
장씨의 사고 전에도 장애인들은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으며, 그 이후에도 똑같이 외쳐왔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렇기에 장애인들과 관련단체 인사들은 이날 김씨의 죽음을 타살로 규정했다. 송내역 장애인 추락참사 및 장애인이동권 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천경실련 김동선 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송내역, 부천역, 그 다음은 어느 역에서

“또 다시 시각장애인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와 이 사회가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해서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되풀이된 것이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은 지난해 송내역에서 같이 추모행사를 같이 한 사람들이다. 부천역은 이곳에서 두정거장 떨어져 있는 곳이다.
또 다시 다음에는 역곡역이고, 그 다음에는 온수역이고, 그 다음에는 어떤 역이 될 줄 모른다. 계속해서 마치 꽃잎처럼 선로에 떨어져서 죽을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을 이제는 더 이상 지켜봐줄 수 없다. 장애인의 참사가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장애인의 참사를 막는 방법은 이동보장법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이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장애인이동권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건설교통부에 장애인에 대한 안전전담 역무원을 배치할 것과 전 역사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치인들도 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참가자들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은 “장애인이 더 이상 선로에 떨어져 죽지 않도록 하기위해 스크린도어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당장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수 없으면, 전담 역무원을 배치되도록 법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이영희 최고위원은 “더 이상 슬픈 현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려면 국회의원 17명이 발의한 장애인이동보장법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철도청, “전담역무원, 너무 많은 인력 필요하다”

기자회견이 끝난 이후에 참가자들은 고인 김씨의 사고현장에 국화꽃을 헌화하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후 부천역장실에서는 철도청 팽정광 서울지역본부장을 비롯한 철도청 관계자들과 장애인이동권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과 면담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팽 본부장은 고인의 죽음에 유감을 표시했으나, 책임 규명 문제에 대해서는 “경찰의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과에 따르겠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팽 본부장은 재발방지책 마련 요구에 대해서는 “장애인 안전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교육을 시키겠다”고 밝혔으나, 전담 역무원을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스크린도어 설치문제에 대해서는 “사업자 설치부담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는 사업자를 모집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2일 현재 장애인등의 이동보장법률 제정과 장애인교육예산확보를 위한 공동농성단’ 소속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공동대표와 민중그룹 젠(ZEN) 신윤철 대표는 장애인이동보장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8일째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