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순경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실에는 20대 중반의 한 여성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 여성은 ‘척수섬유종’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었다. 실생활에는 불편이 없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국민연금에도 자동 가입해 지난 2000년 1월부터 10개월간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했다.
그러나 그 후 갑자기 병이 악화돼 2002년에는 지체장애2급 판정을 받게 되고,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게 됐다. 생계가 막막해진 상태에서 집에서만 살아오던 그녀는 국민연금가입안내서를 보고 장애연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장애연금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바로 질병 발생이 국민연금 가입이전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장 의원은 이 여성과 같은 사례가 더 있는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확인해본 결과, 지난 2000년부터 2003년까지 3천135명이 장애는 인정되지만 국민연금 가입이전에 질병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연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장애연금의 수급권자’에 대한 국민연금법 제58조 1항에는 “가입 중에 발생한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그 완치 후에도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그 장애가 존속하는 동안 장애정도에 따라 장애연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18일 열린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대한 국감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이 조항 때문에”이라며 “국민연금 가입 이전에 발생한 질병에 대해서는 설사 그 사람의 장애가 명백하더라도 단지 질병의 발생시기가 가입 이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의 추산에 따르면 질병 발생시기가 국민연금 가입이전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 3천135명에게 장애연금을 모두 지급하다고 하더라도 연간 20억에서 30억 정도의 예산이 소요된다.
장 의원은 “이들은 장애로 인해 사실상 노동력을 상실하고 근로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따라서 이들이 기댈 것이라고는 한달에 20~30만원씩 지급받는 장애연금이 유일한 희망인데, 그마저도 공단은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장 의원은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지난해 316건의 장애연금 수급자에 대한 장애등급을 조정한 사례를 들며, “공단 스스로도 장애가 때에 따라서 호전되기도 하고 악화되기도 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불합리한 법규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국감에서 장 의원은 정책대안으로 장애연금 수급조건을 가입전후가 아닌, 근로능력 상실 시점으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장 의원은 “장애연금 수급권 부여 여부에 대한 판단을 가입 이후로 못 박을 것이 아니라, 근로능력의 상실시점으로 함으로써 내과적 질환이나 특이질환으로 인해 장애가 서서히 진행되는 장애인들을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장 의원은 국민연금법의 장애연금에 대한 조항을 개정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