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몇 차례의 칼럼과 기고문을 통하여 역지사지의 중요성을 피력해 왔다. 많은 시간 동안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으니 협력해 살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본인의 의지만을 내비치며 사는 것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이 낫다는 것이 큰 골자였다. 그러나 이번 칼럼에서는 ‘단순한 역지사지(易地思之)’만으론 부족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무지(無知)가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정적이며 제한적인 사회적 동물이다. 때문에 고학력자이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다 할지라도 그가 해 온 일이나 경험의 폭은 매우 좁으므로 모든 사람을 다 받아 줄 아량이 있거나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전부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겠으나 그런 이유로 우리 모두는 죽을 때까지 배우고 질문한다. 그러므로 무지(無知)가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 땅에 많은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한 무지를 그냥 흘러 넘기거나 혹은 당연시한다는 점이다.
모르면 더 귀를 기울이고, 더 다가가야 한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만나고 리스닝(Listening)하려는 그 순간부터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대해 ‘무장해제’한다. 그야말로 이야기 할 준비가 되어있다. 하루가 부족하면 이틀, 사흘이라도 이야기 할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들을 준비도 겸한다. 이해가 안 된다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려 줄 CD플레이어가 될 준비 역시 되어있다. 그러나 그럴 기회가 없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많이 익숙하다. 그러나 요즘 필자는 절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백 마디 어드바이스(Advise)보다는 한마디 응원이 필요하다
한 가지 찜찜한 것은 이런 강한 어조로 이야기 할 때 거의 대부분은 타인이 날 향해 ‘한(恨) 맺혔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한 맺힌 토로(吐露)가 아닌 사실이기 때문이다.
만일 가뭄에 콩 나듯 기회가 와도 솔직히 말하면 시원한 적이 많지 않다. 요즘 말로 돌직구를 던지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상대방이 내게 돌직구를 던질 정도로 그 사람이 내게 신뢰를 가지고 있으며 나와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진한 돌직구는 무언(無言)보다 못할 때가 있다.
비장애와 장애를 떠나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애로점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나 개인적인 생활이나 마음 등은 더욱 그렇다.
어떤 이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은, 물론 사람마다 다른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함께 나눔으로써 힘을 얻는 것이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 그런데 어려운 심경을 털어놓았을 때 예상 밖의 돌직구는 상대를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영역이라 하여 그 부분을 배제해 버리면, 그건 조언이 아니라 판단이 된다.
인정하기 싫지만 장애와 비장애는 다르다. 마음이 같을 뿐 신체는 딴판이다. 물론 누군가가 장애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위 ‘베스트’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본인의 생각일 뿐 타인에게 물으면 또 다를 수 있으며, 또한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아는 이야기를 그 사람이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백 번의 어드바이스(Advise)보다는 한마디 응원이 필요하다. 요즘 사람들은 충고와 비난을 자주 착각하는 듯하다.
아 그렇다고 어드바이스가 필요없다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이해를 넘어 진정한 섬김으로
섬김의 자세는 참 귀하다. 항상 겸손의 자세로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그 사람을 위한 배려를 하고 산다면 그것이 곧 ‘섬김’일 것이다. 요즘의 역지사지는 단순히 듣고, “그렇겠구나….”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이번 칼럼은 여느 칼럼보다도 더 철저하게 ‘장애인 중심’으로 썼지만, 섬김은 누구랄 것 없이 모두에게 중요하다.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평등한 사회 구현을 위한 시작이리라 믿는다. 한 사람, 두 사람이 아닌 세상 모두를 위한 섬김이 있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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