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시 편의시설 사전점검 조례’ 제정 소식은 지난 1월 6일 공포되자마자 전국적인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 내용이 파격적일뿐만 아니라 주민 발의에 의한 전국 최초의 장애인관련 조례라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2월 13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복지 관련 조례실태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목포시 조례의 청구인 대표인 허주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남지소장)씨에 의해 조례제정 과정에 대한 자세한 발표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시민자치정책센터 우필호 운영위원, 고양시 특수학급부모회 유경미 회장, 세움공동체 조은경 사무국장 등을 초빙해 장애인관련 조례의 제정 운동의 방향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토론회는 장애인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장애인관련 조례 제정운동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조례 제정운동 왜 필요한가="장애인복지와 관련된 법들을 처음보고 이렇게 훌륭한 법들이 있나하고 생각했다. 법 자체로는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법만 있고, 실천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자체 조례를 제정해 이러한 문제점을 풀어야한다."
세움공동체 조은경 사무국장의 지적이다. 조 국장은 “장애인복지를 위한 법률의 시행이나 집행에 있어서 예산상의 이유나 지역 환경의 차이로 인해 미뤄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당사자가 직접 요구할지라도 지방자치단체에 예산이 없으면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복지관련 법률이 선언적인 의미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실제 장애인복지법 제9조에는 국가 및 지자체의 책임을 규정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이를 적극적으로 노력하거나 시행하고자 조례를 제정하거나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조 국장은 “장애인으로 지역사회에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들의 개선을 요구하는데 있어서 중앙정부보다는 지자체가 가깝고, 접근하기가 쉽고, 개선의 효과가 빠르다”며 “장애인의 복지에 있어서 법과 현실과의 차이를 극복해 가기 위한 방법으로서 장애인관련 복지조례 제정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장애인관련 조례 현황=시민자치정책센터 우필호 운영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장애인조례의 문제점은 생업지원이나 장애인고용 지원에 대한 조례가 부족한 것에서부터 장애인시책 추진과 관련한 재원 확보에 관련된 조례가 부족한 것까지 다양하다.
특히 우 위원은 현재 신문·복권판매대, 매점 및 식음료용 자동판매기 설치 등에 관한 조례가 있는 곳은 전체 234개 시·군·구 가운데 101곳으로 절반도 채 되지 못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우 위원은 현재 광역시를 포함해 전체 42곳의 지자체에 설치돼 있는 사회복지위원회 구성과 관련된 조례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으며, 장애인시책 추진과 관련해 관련 재원확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장애인복지기금 관련 조례가 설치된 곳은 31곳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우 위원은 지난 1997년부터 부천 YMCA의 부천시담배자판기설치제한조례를 시작으로 주민운동 차원의 조례 제·개정 운동이 시작돼 꾸준히 전개되고 있지만, 이러한 운동이 장애아동과 청소년 등 소수자들의 권익을 함께 포괄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례 제정운동 어떻게 해야하나=이날 토론회에서 시민자치정책센터 우필호 운영위원은 장애인조례 제·개정운동에 대한 총 5가지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우 위원이 제시한 첫 번째 방향은 “조례 제·개정의 경우 가능하면, 조례 제정과정에서부터 주민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주민발의 형태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주민발의를 통한 조례 제·개정이 권리로서의 장애인복지를 주민 스스로가 실현해 간다는 취지에도 부합하고,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직접적 바탕으로 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 주민발의로 목포시 조례를 이끌어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허주현 전남지소장은 “비교적 손쉬운 의원발의나 집행부 발의를 놓아두고, 굳이 까다로운 주민발의를 택한 데는 그 조례가 가지는 의미 즉 힘을 의식했기 때문이며, 장기적으로는 주민들의 성취감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 공감대 형성에 큰 힘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복지관련 지역 엔지오(NGO) 단독으로 조례 제정이나 개정 운동을 벌이기보다는 다양한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동 네트워크의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세움공동체 조은경 사무국장도 “당사자인 장애인뿐만 아니라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한 장애인복지와 인권에 대한 인식을 시민전체를 대상으로 확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장애인복지단체만이 아닌 시민단체가 참여함으로 인해, 좀 더 조례내용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우 위원은 ▲사회복지전문가, 법률전문가, 지방의원 등을 참여시켜 전문성과 의회 협조를 이뤄낼 것 ▲장애인 당사자, 사회복지전문가 등의 직접 참여를 이끌어낼 것 ▲예산확보 조항은 임의조항이 아닌 의무조항으로 이끌어 낼 것 등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