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박은수 국회의원실에서 식약청에 자료를 요청해 전동휠체어의 수입가를 입수했다. 이 자료를 근거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성명서를 통하여 업체의 폭리를 공개적으로 폭로한 바 있다.
이후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지난 해 세 차례에 걸친 가격고시를 위한 '보장구급여 평가위원회' 회의를 가진 바 있고, 올해에는 한 차례 회의를 거쳐 7개 사의 가격고시에 대한 인상요구안은 기각하였고, 총 35개의 제품에 대한 가격 심의를 끝냈다.
전동보장구의 품목별 가격고시제는 2월부터 발효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전동보장구 가격고시제와 관련하여 저가형 불량제품의 차단, 부정수급의 차단,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으로 선택정보 제공, 안전성 확보와 건보의 재정 누수 방지 등을 목표로 한다고 하였다.
보건복지부가 목표로 삼은 효과를 살펴보기로 하겠다.
첫째, 저가형의 저질 제품 단절의 효과가 있었는가?
저질 제품을 이유로 가격고시에서 제외된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 보장구급여평가위원회는 제품의 성능에 대한 평가를 할 권한도 없고, 그러한 능력도 없다.
둘째, 부정수급의 차단 효과는 기대할 수 있는가?
장애인들의 자부담 20%를 공급 회사가 대납하는 것을 부정수급이라고 한다면 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공급회사의 이윤이 줄어든 이상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것이고, 장애인 구입자의 자부담을 철저히 지킬 것이다. 최소한 무료로 준다는 이유로 장애인을 유혹해 놓고 보험 급여로 신청하여 장애인을 속이는 것은 없어질 것이다.
그 대신 다른 유형의 부정이 개발될 것이다. 자부담만큼의 이윤을 포기하고 부정을 할 것이다. 한 제품이라도 더 공급하기 위하여 장애인을 만나 개별영업을 하는 것은 사라지고, 딜러의 활동은 없어져 구입의 과정에서의 편의제공도 사라질 것이다.
셋째, 제품에 대한 정보는 제공되는가?
제품명과 회사에서 제시한 제품에 대한 간단한 정보, 그리고 고시된 가격에 대한 정보는 주어질지 모르나 그러한 정보는 구입처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보다 구체적인 이용자 만족도나 특징, 장단점 등의 정보는 얻을 수 없다.
다른 회사의 제품과 비교는 어느 정도 가능할 수는 있겠으나, 결국은 그 정보가 구입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수 십 개의 혼란스러운 정보에 의하여 선택권을 포기하고 동료나 전문가, 업체의 추천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넷째, 건보의 재정누수를 막을 수 있는가?
이 효과는 확실하다. 과거 209만원으로 모두 인정하던 것을 이제 최대 209만원이 되었으니, 재정은 분명 남게 되었다. 그 남은 것이 장애인에게 다른 혜택으로 돌아오는 것은 분명 아니다.
가격 결정에서의 원칙은 수입품의 경우, 일체형으로 들여온다 하더라도 악세사리는 포함하지 않으며, 유통비, 관리비, 이윤 등을 일정 비율로 인정하여 건보 산정가를 정하고, 실제 유통 가격과 업체의 판매희망 가격과 비교하여 그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고시가격으로 확정하고 있다.
국내 생산 제품의 경우 재료비와 노임단가에 유통비와, 관리비, 이윤을 적용하지만 이윤은 수입가보다 배로 더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수입가는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 수입업체가 과거 수입한 가격이 있으므로 부품을 일부 교체하여 제품모델명을 변경하고 가격을 조정하면 된다.
국내 생산품의 경우, 재료비와 노임에 대한 증명의 책임은 없다. 제시하는 자료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므로 이 또한 신뢰성은 약하다.
다시 말해 업체의 판매 희망가가 항상 최고로 높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므로 그 가격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시중 판매가와 공단의 산정가 중 낮은 가격으로 정하는 것에서 시중판매 실적이 없으면 그저 제시한 가격에 이윤만 보태어 인정해 주는 수밖에 없는, 너무나 단순한 가격산정방식을 택하고 있다.
기존 제품의 경우 2010년 수입 기준으로 하기에 그 동안 인상되었는데, 왜 인정하지 않느냐는 업체의 이의도 있었으나, 이러한 것이 조작인지 사실인지를 몰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결과로 불이익이 있다면 업체가 져야 한다.
결국은 같은 모델의 수입가 80만원 수준의 전동휠체어가 209만원까지 인정되다가 160만원대 정도의 가격으로 인하돼 고시되거나 230만원 정도의 가격으로 변신하여 결과는 오히려 인상되는 경우가 반반이다.
즉 장애인에게 저가형을 차단하지도 못한채 고시제는 정찰제라는 의미로만 사용하게 된 것이다.
장애인이 자부담이 있으니, 구입하지 않은 것을 구입한 것으로 하여 부정청구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부정수급 이득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이를 원천적으로 막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가격고시와 안전성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단순히 급여평가위원회는 가격을 깎는 역할만 하는 것이며, 업체가 제시한 가격을 단순하게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결국은 다양한 제품의 선택권이 주어졌다지만, 보험적용 초과분을 자부담하는 조건에서 다양한 제품이 등장한 것이고, 이 다양한 신제품이 고시제를 앞두고 대거 나타난 것은 과거 이미 공개된 가격으로는 제가격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순진한 업체의 가격만 삭감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진정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라면, 그리고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하고 저가형에서 탈피하게 하려면 건보의 추가 투자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감시만 가지고 아무런 투자도 없이 마치 장애인에게 특별한 헤택을 주는 듯한 것은 분명 망상이다.
장애인에게 과거의 상한선을 그대로 둔 이상 관 주도의 정찰제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상위의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보험적용 한도액을 상향시켜야 하고, 의사의 소견이 있을 시 더욱 안전하고 고가인 제품이라도 지원하도록 하지 않는 이상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조치는 없다.
결국 장애인단체가 문제점 제기는 하였으나, 장애인 개인의 자부담은 더욱 감시가 철저해졌고, 장애인 일부의 부정이나 업체의 부정이 장애인의 전반적 부도덕성으로 비추어져 명예가 실추되었다. 추가비용을 자부담해야만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가격 정찰제로 업체에 부탁하여 가격을 흥정할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안전하거나 고급제품을 선택할 수도 없는, 다만 건보의 재정만 절약해 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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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