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심규홍)는 지적장애 3급 여중생 정양(당시 15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고교생 이군(18세) 등 16명을 가정지원 소년부에 송치하기로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이군 등 16명의 학생이 인터넷 채팅으로 알게된 정양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획적으로 접근해 화장실, 아파트 옥상, 노래방 화장실 등에서 끊임없이 성폭행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에 여론과 시민단체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끊임없이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그런데 어떻게 가해학생들에게 '소년부 송치' 판결이 떨어지게 된걸까.
재판부는 판결이유에 대해 ▲피고인 부모와 피해자 부 사이에 합의가 이뤄진 점 ▲피고인의 비행 전력이 전무한 점 ▲피고인들이 반성한 점, 피고인 모두 고등학교 3학년 진학 예정 학생으로 대학입시 등 인생중대기로에 서 있는 점 ▲피고인 및 부모, 학교 관계자들이 선처 호소 및 확고한 보호의지를 보여주는 점 등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피해자 부와의 합의'라는 대목이다. 가해학생 가족과 피해자 아버지의 합의가 판결에 일부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취재중 알게된 사실인데, 피해자 아버지는 '가해학생 측과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가해학생의 구속을 원치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부족한 딸을 탓하는 행동도 보였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피해 여학생은 가해학생들의 처벌을 요청해왔다. 이는 재판부에 전달된 영상녹화 진술 자료에도 분명히 남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피해 여학생의 목소리는 판결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 피해자의 인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단지 지적장애인을 대변한다고 나선 보호자의 잘못된 인식에 기인한 선택과 지적장애인의 의사를 무시해버린 재판부가 있을 뿐이다.
이는 사회적 최약자인 지적장애인의 현 사회속 자기결정권의 위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과거 판례들을 뒤돌아봐도 마찬가지다. 지적장애인들은 성폭력을 당해도 '진술을 번복한다'는 이유로, '의사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늘 무시받고 상처 받아왔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이러한 행태는 계속되고 있고, 결국 이대로라면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은 가해학생들 말처럼 '지적장애인이기 때문에' 성폭력의 이유와 대상이 될 것이다.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사건은 최약자를 겨냥한 가장 파렴치하고 잔인한 범죄다. 때문에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서라도 ‘관용’과 ‘용서’는 배제돼야하고, 반드시 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이는 사회, 그리고 피해·가해학생 모두의 미래, 인권을 위해서라도 그러하다.
최근 정부는 아동·장애인성폭력 수사 및 재판 등의 피해자 진술조사과정에 전문가를 의무 배치한다고 밝혔다. 부디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제대로 잘 아는 전문가가 배치돼, 지적장애인의 진정한 목소리와 요구가 재판에 잘 반영되길 바란다. 그리고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대해선 '강한 처벌'이란 입장으로 대치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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