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16일 국회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국정과제에 담아달라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이 100배 제자리 오체투지를 진행하는 모습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투브
올해 6월 16일 국회 앞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국정과제에 담아달라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이 100배 제자리 오체투지를 진행하는 모습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유투브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지난 9월 26일 이룸센터에서 보건복지부가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추진과 관련해 주요 단체전문가들의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협의체 구성 시 참여했던 구성원들을 보니 교수 2명과 지적·자폐성 장애 관련 단체 4곳의 단체장뿐이었다. 정작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장애인 당사자를 배제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장애인 당사자의 정책사회 참여를 적극 권장하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 제7호를 위반할 소지가 당연 높다. 그런데 부모단체에서는 이걸 근거로 그렇지 않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의 장애인권리협약 제4조 3항에 의거해서 말이다.

당사국은 이 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입법과 정책의 개발 및 이행, 그리고 장애인과 관련된 문제에 관한 그 밖의 의사결정절차에서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를 통하여 장애아동을 포함한 장애인과 긴밀히 협의하고 이들을 적극적으로 참가시킨다.

부모단체들도 장애인을 대표하는 단체 아니냐며 우리도 장애인과 협의는 했다고 말이다. 그런데 협약 일반논평 제7호 12항의 (d)호엔 다음의 문장들이 나온다.

(d) 장애인의 가족 구성원 또는 친척을 포함하는 단체. 장애인이 연합된 네트워크나 단체를 이룬 가족으로부터 지원받기를 희망할 때, 이들 단체는 자신의 가족인 지적 장애인, 치매 환자, 또는 장애 아동의 이익을 촉진·고취·보호하고 자율성과 적극적 참여를 지원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한다. 그러한 경우, 이들 단체는 협의·의사결정·모니터링 절차에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단체에서 부모·친척·양육자가 수행하는 역할은 장애인이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삶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단체는, 장애인의 의견이 청취되고 장애인의 관점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존중하기 위하여, 지원 의사결정 과정을 촉진 및 활용하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장애인의 양육자나 돌보미가 수행하는 역할은 장애인의 역량 강화 및 목소리 반영을 위한 지원이다. 그러니까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증진이 목적이며, 그러기 위해선 장애인 당사자 의사,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을 존중하는 등 이들의 법적 능력을 존중하는 것이다. 부모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단체가 그걸 충실히 이행할 때 진정한 장애인단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년 전 2021년 5월 31일 당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최로 개최됐고, 장애인탈시설법이 논의됐던 ‘제1차 장애인리더스포럼’ 전경. ⓒ에이블뉴스 DB
4년 전 2021년 5월 31일 당시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최로 개최됐고, 장애인탈시설법이 논의됐던 ‘제1차 장애인리더스포럼’ 전경. ⓒ에이블뉴스 DB

그런데 한국장애인부모회만 해도 탈시설 반대하지 않고, 탈시설에 신중을 기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시설수용 옹호 입장을 취하는 단체다. 부모회 회장이 그와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있으니 말이다. 자립생활 환경이 충분하지 않다거나, 시설 선택권 무시 등이 탈시설 논란의 요지다.

그러나, 자립생활 환경이 충분하지 않은 건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의지, 선호, 궁극적으론 존엄성을 존중하는 정책 철학이 부재한 게 그 원인이다. 그리고 존엄성 증진의 사회 환경을 지역 사회에서 만들지 않았기에, 강제적으로 시설 선택하도록 만든 것이고, 역사는 그걸 증명하기에, 이것도 정부와 지차체 책임이다.

자립생활을 도모하고 촉진하는 환경이 전혀 아닌 상황에서 탈시설 하면 내 자식의 안전 걱정 차원에서 탈시설 반대하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위의 배경을 생각하면, 그건 국가가 협약을 핑계로 협약의 뜻을 왜곡하며 생기는 장애인의 존엄성 존중 정책 부재, 또는 정책에 실패하면서 부모가 받은 트라우마에서 나온 성격이 짙다. 이는 부모들에게 트라우마 인지적 심리상담이 국가·지자체 차원에서 가족지원체계 일환으로 지원되어야 함을 암시한다. 물론 당장 트라우마에서 회복되긴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국가는 예산을 이유로 부족한 탈시설-자립지원 정책을 오랫동안 펼쳐왔다. 사실 탈시설은 장애의 의료적 모델에서 인권적 모델로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며 기본권 보장과 자유의 존중, 더 나아가선 존엄성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기에, 예산이 적지 않게 들고, 사회 체계의 변혁이 요구된다. 이게 상당히 부담되니, 국가는 부족한 탈시설-자립지원 정책을 펼치는 거다

하지만 자립적 생활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서 명시하는 국가 의무다. 이런 의무를 방기하면서 자신들은 책임에서 회피하고 오히려 장애인과 그 가족끼리 싸움을 부추겨 갈라치기한다. 국가 입장에선 갈라치기를 통한 분열정치 전략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정부의 고도 분열정치 전략과 가스라이팅에 한국장애인부모회 등 사실상 탈시설 반대하는 부모단체들이 희생당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장애인단체와 합심해 장애인 존엄성을 증진하는 진정한 탈시설을 요구해야 함에도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탈시설은 논란으로 만든 원인의 직접적 제공자는 국가와 지자체, 그리고 시설세력이다. 시설은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박탈의 공간임은 수없이 얘기했다. 탈시설에 제동을 걸면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존중 방향과는 거리가 먼 방향을 주장하는 한국장애인부모회를 협약상의 진정한 장애인단체라 보기는 어렵다.

또한, 한국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의 경우엔 협회와 그 산하조직들이 장애인거주시설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복지시설을 위탁하거나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부터 지적장애인 시설에 깊이 관여했던 곳이기도 하다. 만약 탈시설이 되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의 기존 시스템이 와해될 수도 있기에, 탈시설에 제동을 걸게 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협약이 중시하는 장애인단체의 요건과는 거리가 있다.

올해 4월 2일 '자폐인의 날' 기념행사 때 있었던 블루라이트 점등식 장면. ⓒ 이원무
올해 4월 2일 '자폐인의 날' 기념행사 때 있었던 블루라이트 점등식 장면. ⓒ 이원무

매년 4월 2일 ‘자폐인의 날’ 행사를 공동주최하는 단체인 한국자폐인사랑협회의 경우엔 돌봄 요구가 큰 장애인을 중심으로 얘기한다. 그 ‘자폐인의 날’ 행사 때 장애인과 그 가족이 얘기하는 건 시설을 일반 가정과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기와 권리 보호를 위한 후견인 도움 등이 그 내용이다.

그러나 시설을 일반 가정과 비슷한 환경으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일과와 일상을 반드시 수행하고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이 사실상 박탈된 구조 등 시설적 요소가 남아 있다면 의미 없다. 또한 후견제도의 경우엔 장애인의 욕구, 의지, 선호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가 없기에,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도모하는 게 아니라 대체의사결정으로 가기 쉬운 구조라는 거다. 장애인의 관점을 존중하기 위한 지원 의사결정 과정 촉진과는 거리가 있는 거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경우엔 피플퍼스트 성북센터와 관련된 걸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피플퍼스트 성북센터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성북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인데, 이 연대가 재정 부담과 운영상의 어려움, 센터를 가족지원센터로 용도 변경하거나, 통합하려는 등의 이유로 센터에 다니는 지적·자폐성 장애인과의 충분한 논의와 설명 없이 센터란 곳을 폐지하려 했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당사자들에겐 서로를 존중하고 고민거리를 나누며, 지적·자폐성 장애인이 함께 문서도 쓰는 등 소중한 일터다. 그런데 이들의 권리 옹호 운동 공간을 없애는 건 물론이요, 그 일터를 충분한 설명 없이 없앤다는 게 이들로선 부당하다고 느낀 거다. 부모연대에 항의했고, 기자회견을 하려다 부모연대로부터 제안이 와 성북센터는 부모연대와 대화하게 됐다.

다행히 센터 폐지 결정은 철회됐고, 올해도 피플퍼스트 성북센터는 운영 중이다. 하지만 지적·자폐성 장애인 당사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부모연대가 일방적으로 센터를 폐지하려 했던 시도를 보면 부모연대 측 관계자들이 이들에게 법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나의 판단이 거짓이길 바라지만, 그들의 행동을 보면 그런 의심이 지워지지 않는다.

부모연대는 맨 처음부터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당사자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당사자들의 반발이 있고 나서야 그 결정을 철회한 걸 보면, 협약에서 말하는 장애인단체 성격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단체가 올해 위치추적기 발부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견서에 대해 당사자를 감시 대상으로 설정하기에 인권침해 위험이 있다는 의견을 단 것을 보면, 조금은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지원하는데 부족했었던 이 네 단체만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 논의를 한다면, 지금까지 일들이 흘러간 것들을 봤을 때 이 돌봄이라는 게 당사자를 법적 능력이 있는 권리 주체로 북돋아 지원하는 관점보다는 오히려 보호와 통제의 대상이란 관점으로 국가책임제 정책을 논의할 우려가 크다.

올해 3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던 ‘KCD-9로 보는 자폐인·신경다양인 인권실태 토론회’ 전경. ⓒestas Youtube 동영상 캡처
올해 3월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던 ‘KCD-9로 보는 자폐인·신경다양인 인권실태 토론회’ 전경. ⓒestas Youtube 동영상 캡처

또 하나, 미등록·미인식 자폐인과 심리사회적 장애인, 신경다양인의 경우엔 장애특성이 있지만, 상당히 엄격한 장애판정 기준 등으로 인해 장애인 등록이 되지 못한다. 그 결과 사법·고용·소득·교육 분야 등의 지원에서 제외된다. 특히 고인지 자폐인이나 사회에서 여성은 정숙해야 한다는 성 차별적 고정관념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 자폐인의 경우엔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장애특성을 숨기는 마스킹을 하지만 돌아오는 건 번아웃 등의 정신건강 악화뿐이다.

여기에 대해 돌봄 요구가 큰 장애인의 부모님들은 미등록·미인식 자폐인 등처럼만 됐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사실 마스킹으로 인한 고통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사실 미등록·미인식 지적·자폐성 장애인, 심리사회적 장애인들의 수는 적지만 수가 적다고 해서 사회의 차별로 인한 고통까지 적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돌봄 요구가 큰 장애인과 그 부모의 고통보다 크거나 같을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서로의 고통을 비교하는 건 제 살 깎기 식으로 서로에게 고통과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에 대한 논의는 빠졌다. 당사자는 물론 배제됐다. 이런 식이면 당사자를 위한다고는 하나, 진정한 회복으로 가기보단 정신건강의 주권을 전문가와 정신과 의사들이 쥔 채, 강제치료와 격리·강박 등의 인권침해를 부추길 방안들이 논의될 우려가 크다.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협약에서 말하는 돌봄이란 장애인을 법적 능력이 있는 존재로 보며, 지원의사결정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통제하며 역량강화를 하는 것이 진정한 돌봄인 것이다. 이걸 지원하는 단체가 진정한 장애인단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금 말하지만, 충분한 설명과 동의 없거나, 당사자에게 의사를 진지하게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장애인단체라면 그 단체는 협약에서 말하는 진정한 장애인단체가 아닌 것이다.

앞으로의 ‘발달장애인·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 논의는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 당사자를 논의의 테이블에서 배제시키지 말고, 이들을 같이 포함시켜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자신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논의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당사자단체 또는 장애인단체가 해야 할 역할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적·자폐성·심리사회적 장애인의 기본권과 자유, 존엄성을 존중하는 철학이 담긴 고용·교육·건강 분야 등의 정책, 예산으로 제한하던 이전 장애인 가족지원체계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의 욕구, 선호, 의지를 중시하는 방향의 가족지원체계로의 전환과 그에 따른 예산 증가 등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돌봄이 보호와 통제의 기능이 아닌 당사자가 자기결정권, 선택권을 존중받고 법적 능력을 행사해 자신의 존엄성을 고취하는 기능으로 환골탈태해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국가는 당사자를 배제시켜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갈라치기하려는 고도의 분열통치 전략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 그럴 때 ‘발달장애인·정신장애인 국가책임제’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 모두에게 의미 있는 정책 또는 제도가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모두의 삶의 질 제고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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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팝송 감상, 월드컵 등을 즐기고 건강정보에 관심이 많은 반백년 청년이자, 자폐성장애인 자조모임 estas 회원이다. 전 한국발달장애인가족연구소 정책연구팀 간사였으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정부심의 대응을 위해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2번 심의를 참관한 경험이 있다. 칼럼에서는 자폐인으로서의 일상을 공유하고, 장애인권리협약, 장차법과 관련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과 그 가족이 처한 현실, 장애인의 건강권과 교육권, 접근권 등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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