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모로코 여행 동안, 한국에서의 소식을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8월 7일 M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건희 국정농단’ 특검팀이 8월 1일에 이어, 6일 만에 다시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들어갔다. 2차 체포영장 집행엔 물리력도 행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의 완강한 거부에다 부상 우려 등이 있어, 특검에서 영장 집행을 더는 진행할 수 없었다는 소식이다.
작년 22대 총선과 관련한 명태균 공천 의혹 수사를 위해 윤 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모두 불응했기에, 특검은 지난 1일 체포를 시도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수의 입지 않은 채로 바닥에 누워 저항했기에,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진술거부권 행사하며 조사에 응할 수 없지만, 특검이 계속 망신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로선 좀 이해할 수 없다. 왜냐면 특검의 체포영장 청구는 적법하기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으로 불법 여론조사 제공받은 대가로 3년 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관여했던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특검팀 증거를 통해 법원은 ‘범죄 혐의의 상당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봤고 이는 정당하다고 본다.
두 번째는 ‘체포의 필요성’이다. 특검 소환 요구에 윤 전 대통령은 불응하고, 이를 그대로 방치할 시, 수사 방해는 물론, 범죄 혐의를 입증할만한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그가 탄핵당했던 대통령 시절, 한남동 관저에서 특검에서 그를 체포하려고 했을 때도 그는 진술 거부에 수사 비협조 등의 행태를 보였었다. 그가 불구속이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만 남기려는 우려도 제기됐던 터라 그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체포의 필요성’은 상당하다는 법원 판단은 합리적이라 본다.
세 번째로 특별검사팀은 법 절차에 따라 정식으로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됐기에 특검팀의 체포영장 청구는 적법했다고 본다. 이런데도 윤 대통령 측은 망신주기를 한다며 체포에 불응한다고 했다.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 때 윤 전 대통령 자신이 국정농단에 앞장섰던 최순실 씨를 강제구인했던 사실을 생각하면 그에게서 특권의식이 느껴진다.
공권력의 정당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민중들이 저항하는 경우에, 이들은 ‘공무집행방해’ 혐의 추가나 물리력으로 경찰 등에 제압당할 여지가 높다. 종합해보면, 그가 보이는 태도는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불법공천 관여 혐의가 상당한 윤석열이라면, 특검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추가하고 물리력을 행사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부상 등의 여지가 높아 특검팀에서 현장의 의견을 들어 체포 시도를 포기했다니, 전직 대통령이란 신분과 과거 검찰총장이라는 것 등의 요인들이 이와 관련돼 작용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이 때문에 분노한 사람들이 내 주위엔 적지 않다. 그런데 지적·자폐성 장애인 수사와 관련된 최근의 소식들을 윤 전 대통령 체포 시도 실패와 비교해 생각해보니 분노도 분노지만, 더욱 참담한 느낌이 들게 된다. 이들에 대한 강압수사 소식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3년 전, 한 이웃이 옆집에서 동물학대를 하는 것 같다는 112신고에 경찰이 출동해 지적장애가 있는 신씨를 제압했다. 그 당시 신씨는 강아지 목욕 때문에 경찰의 인터폰 소리를 듣지 못했고, 자신은 팬티 바람인데다, 여성 경찰관이라 수치스러워 바지를 입겠다고 했지만, 그 경찰관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그를 진압했다고 했다. 게다가 부모님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경찰은 신씨가 장애인인지 몰랐다고 하면서, 경찰관에게 비협조했고, 현관문을 닫아버렸기에 공무집행방해에 증거인멸 우려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했다. 관련해 CCTV를 확인해보니, 경찰이 신씨를 과도하게 진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나타났던 거다. (출처: 경찰청, 연이은 발달장애인 불법체포건에 “경찰 일이 많아서…”, 비마이너 기사, 2022년 3월 14일 기사)
팬티 바람이라 바지를 입겠다고 한 신씨 입장을 생각했을 때 나라도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 수치심이 들 것 같다. 여기에 부모님과 함께 경찰 조사를 받겠다고 한 것까지 보면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동물학대를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도 당시에 없었다고 하니, 범죄의 명백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주거가 명확했기에,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는 체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CCTV에서 진압이 과도하고 폭력까지 있었다니 이건 현행범 체포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않은 거다. 경찰이 장애인인지 몰랐다고까지 하니, 장애 식별 등에 관한 훈련 수준의 교육까지 받지 못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불법적이고 강압적인 체포 시도가 있었던 거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체포하는데, 한쪽은 전직 대통령이란 신분, 부상 우려 등의 명목 때문에, 정당한 체포 시도를 포기했지만, 다른 한쪽에선 장애가 있는 사람을 체포할 때, 불법 체포를 넘어, 과도하게 진압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더군다나 필자가 봤을 땐 윤 전 대통령의 불법공천 의혹보단 장애가 있는 사람의 죄질이 약하고 사실 죄가 없음에도 전자가 체포를 당하지 않았다는 게 상당히 이해되지 않고, 의아스럽다.
장애가 있는 사람의 경우 사회적 차별을 받는 사람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이 두 사례를 비교했을 때 사회적 신분과 권력에 따라 법이 평등한 게 아닌 다르게 적용된다는 의심이 강하게 들고, 이를 지울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모든 사람에게 법은 평등하지 않은 거다.
윤 전 대통령 체포와 관련해 비교하는 사례로 하나만 들긴 했지만, 사실 힘이 강하거나 돈,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뭘 잘못하고, 잘못했다는 의심이 들어도 집행유예나 벌금형, 징역을 살아도 형이 길지 않다던지, 사면된다든지 하는 식으로 특혜를 누리다시피 한 현실이 우리나라에선 적지 않았다. 하지만 힘이 약하거나 사회적으로 차별을 받거나,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들에 비해 정도가 약한 잘못이나 범죄를 저질러도, 법의 잣대가 엄격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내용이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에 나와 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사회적 신분, 장애 등으로 사람을 차별하고 차별받는 사람을 불공정하게 억압하는 게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공정하게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깨지게 된다. 오히려 내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보다 더 낫고 정의로운데, 이들이 처벌받지 않거나 처벌받아도 솜방망이 처벌이니, 차라리 개인적으로 사적 복수하고픈 욕망만 커져만 간다. 법질서와 원칙이 무너지고, 남는 것은 사적 복수와 무질서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니 사적 복수를 주제로 하는 모범택시 시즌제 드라마 같은 게 인기를 얻는 거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김도기로 나오는 배우 이제훈이 사적 복수를 의뢰받는 자신이 없어도 돌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드라마에서 남겼던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러기에 '법 앞의 평등'은 우리 사회에 정말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법 앞의 평등'을 위해 ▲장애,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다양성을 존중하고 식별하며, 이를 고려한 비강압적 수사가 이뤄지는 것, ▲정당한 체포영장을 집행하면 누구든 순응하고 집행에 불응하면, 공권력이 명확히 경고하고, 제압 후엔 즉시 의료조치를 하는 등 불응 시 제압 절차 구체화, ▲경찰관에게 폭력 최소화 방안 등의 전문 교육 강화,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권고하는 시민 옴부즈만 제도 도입, ▲범죄 정도에 따라 누구든 합당한 형벌을 받는 것 등... 이런 것들이 ‘법 앞의 평등’으로 향한 일환일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1항이 말만이 아닌 살아 숨쉬는 조항으로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작동될 때 민중은 비로소 국가를 신뢰하고 국가는 질서를 되찾아나갈 거다. 이번 윤 전 대통령 체포 실패를 통해 ‘법 앞의 평등’을 다시금 생각하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기를. 더불어 장애인이 강압 체포·수사를 받지 않고, 비강압적으로 공정하게 수사를 받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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