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설 내 장애인 인권탄압과 수급비 횡령 사건이 인천 강화군에서 터졌다. 이번 적발된 모 선교원(시설장, 정 모 씨, 79세, 목사)은 경기도 안양에서 시설과 교회를 운영하다가 약 18년 전인 1991년 무렵 지금의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금월리에 자리잡았다. 선교원은 노인시설로 인가받아 조건부생활시설로 운영해오다 미신고시설의 양성화 정책으로 2005년 8월 장애인 2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개인운영신고시설로 인가받기 위해 약 8천만원 가량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아 공사하는 척만 하고 지원금을 횡령했다는 것이 제보자들의 주장이다.
변기와 함께 마루 반, 흙 반 생활
인천시 강화군 소재 모 선교원에서 쇠사슬로 장애인을 묶어 감금하는 인권유린과 운영비 횡령, 생활인 수급비 횡령 및 착취가 자행돼 왔다는 선교원 내부자의 제보가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들어왔다.
지난 6일 강화군의 한 개인시설에서 장애인 10명이 족쇄, 언어폭력 등 인권탄압을 받고 있으며 짐승 같은 생활환경 속에 방치돼 있다는 제보를 받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소, 함께걸음의 활동가와 취재진 8명이 강화군 현장을 확인한 것은 지난 10일이었다.
선교원의 생활인은 총 10명으로 지적장애인 6명, 뇌병변 장애인 1명, 지체장애인 2명, 청각언어장애인 1명이 생활하고 있었고 그 중 1명은 여성이었다.
생활환경은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으며 문 앞에 있던 개집과도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축사를 개조한 생활환경은 창문조차 없었고 공사를 벌여 놓고 중단된 지 몇 개월 동안 방치해 놓아 흙 반 마루 반인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던 지적장애인 앞엔 도망다닌다는 이유로 쇠사슬이 놓여져 있었다.
지적장애인 발목엔 쇠사슬 자국이 선명
피해자인 최 씨의 발목엔 지난 3개월간 쇠사슬로 묶였던 자국이 선명해 선교원 측이 장애인 보호를 빙자한 강박이 수개월 동안 계속 자행되고 있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시설 장애인들은 “식사시간과 화장실 갈 때 외엔 최 씨를 하루 종일 묶어놨다”고 증언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여기저기서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 시작했다.
선교원에서 활동보조를 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는 “지적장애인 이 모 씨의 경우 한 쪽 눈의 상처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실명 상태”라며 “재 때에 치료했으면 저 정도까진 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자식들에게만 돈을 쓸 줄 알았지, 시설인들에겐 무관심했던 원장이었다”며 “그 돈이 그렇게 쓰라고 나라에서 주는 돈이 아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밥, 국, 반찬, 과일 등 시설장애인 건강을 위해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식사는 푸드뱅크에서 지원받아 거의 모든 끼니를 때우게 했으며 냉장고와 조리대 곳곳에는 유통기간이 지났거나 유통기간 자체를 매직으로 지워버린 식재료나 조미료들은 딱딱한 상태로 굳어 있었다.
연구소 활동가와 취재진의 움직임들을 피해자인 시설생활인들은 말없이 고개 숙인 채 눈치만 보고 있었다.

생활인 7명, 인근 요양시설에서 임시 보호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자 강화군청과 신원면에서 담당 공무원들이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했다.
연구소 인권국 최희정 활동가는 “오늘이 금요일이라서 토, 일요일 동안 여기서 머무르게 할 경우 생활인에게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오늘 당장 나가야 할 것”이라며 과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불이 났던 경험을 얘기했다.
최 활동가는 “본인의사에 따라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묻고 확인해 줄 것”을 군청 담당자에게 요구하며 “간석동 사회복지회관 대강당으로 임시 거처를 정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했다.
쇠사슬에 묶이는 등 인권유린의 피해를 입은 최 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2명은 선교원에 잔류했고 나머지 7명은 인근의 중증장애인요양시설 색동원에 임시보호가 오후 5시경 완료됐다.
오후 10시쯤 시작된 영수증 확인 작업을 통해 활동가들은 시설장애인의 수급비 월 500여만 원의 대부분이 정 목사 부부의 병원비, 약값, 카드연채 대금, 교회운영비, 보험료, 대출이자 등에 쓰였음을 확인했고 시설 장애인들을 위해 많이 쓰여야 할 식재료비, 의복구입비, 병원비 등에 관한 영수증은 거의 없었음을 밝혔다.
인장연 이광세 인권팀장은 “장부에 기재된 내용과 다른 영수증이 상당히 많았으며 돈을 내지 않은 고지서도 영수증에 포함돼 있었다”며 “정 원장의 월수입은 장애인 수급비, 시 지원비, 개인후원금을 합할 경우 월 6~700만원에 달함에도 시설생활인을 위해선 월 20만원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개인시설의 생활인들 나와도 갈 곳이 없다
강화군청 서회복지과 한 담당자는 “개인 신고 시설에서 비리가 터져 생활인들이 전원조치된다 하더라도 장애인 시설은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해 갈 곳이 없는 것이 현실인 반면 노인시설의 경우 여유가 있다”며 “최근 복지부의 장애인, 노인 요양제도의 통합에 대한 중장기 계획은 올바른 정책”임을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적장애가 심하신 분들은 사실 받아 주는 데가 거의 없어서 또 다른 개인시설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장연, 인천시청 등 관계자 고발 기자회견
지난 13일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인장연)와 사회복지시설생활인인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 시설 내 인권유린 등을 방치한 선원면사무소, 강화군청, 인천시청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김호일 인장연 교육팀장은 “상황이 이 지경인데 선교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면사무소는 시설 장애인의 인권유린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얼마 전 선교원의 회계장부를 확인했다고까지 밝혔지만 정작 영수증 한 장 확인해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한 “선교원을 개인운영시설로 양성화시키기 위해 인천시로부터 8천여만 원이라는 보조금이 지원돼 건물 신축을 했는데도 강화군청은 전시용 건물에 결과적으로 속은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신영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현재 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엔 과거 시설에서 살았던 동지들이 많은데 그들의 얘기인 즉은 과거 일주일에 한명씩 죽어나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며 “인천시는 인권유린 등의 비리의 온상을 둑실동에 다시 지으려 한다”고 비난했다.
장애인생활신문 이재상 기자 / 에이블뉴스 제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