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이동욱 칼럼니스트】 “장애인을 어떻게 부르느냐”는 질문은 곧, 그 사회가 장애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장애인을 ‘결단의 사람들(People of Determination)’이라 부른다.
이 명칭은 단순히 언어의 전환이 아니다. 이는 국가적 가치관을 담은 선언이다. 약함이 아니라 의지, 결핍이 아니라 가능성을 말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드문 이 표현은, UAE 사회가 장애를 바라보는 방식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에선 질문이 생긴다. ‘이처럼 고유한 접근이, 국제 기준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을까?’

UN 장애인권리협약, 그리고 그 기준선

2006년 채택된 UN 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바라본다. 단순한 복지를 넘어서, 교육, 고용, 건강, 자립, 접근성, 정보, 표현의 자유 등 전 영역에서 동등한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

UAE는 2010년 이 협약을 비준했고, 이후 연방법령 제29호(2006), 포용교육 정책, 보조기기 확대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권리 중심의 제도를 정비해왔다.

 결단의 사람들에서 권리의 주체로, UAE 장애정책과 UN CRPD의 교차점. ©Unsplash
 결단의 사람들에서 권리의 주체로, UAE 장애정책과 UN CRPD의 교차점. ©Unsplash

“UAE는 포용적 교육 시스템을 통해 장애 아동의 학습 접근성을 보장하고 있다.”

‘결단’이라는 언어가 이끄는 문화적 전환

UAE의 ‘People of Determination’은 CRPD의 기준에도 부합하는 언어다. 하지만 동시에, UAE의 정체성과 철학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는 능력 중심의 시선 전환, 다시 말해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적 언어이다.

이런 언어의 변화는 때로는 제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언어는 곧 정책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현실 속의 구현: 고용과 자립을 위한 발걸음

CRPD가 강조하는 권리 중 하나는 경제적 자립이다. UAE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고용 정책을 확장해왔다. 장애인 대상 직업 훈련, 고용 인센티브, 공공부문 의무 고용 등은 모두 실효성 있는 정책들이다.

특히 Dubai Disability Strategy 2020–2030은 단기 지원을 넘어 자립과 사회적 참여의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결단의 사람들에서 권리의 주체로, UAE 장애정책과 UN CRPD의 교차점. ©Unsplash
결단의 사람들에서 권리의 주체로, UAE 장애정책과 UN CRPD의 교차점. ©Unsplash

"UAE는 장애인의 자립과 고용을 위한 직업 재활 정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UAE의 과제는 제도만이 아닌 ‘균형’에 있다

‘People of Determination’이라는 표현은 사회를 따뜻하게 만든다. 그러나 감성적 상징만으로는 권리를 실현할 수 없다.

CRPD는 결과 중심의 실행을 요구한다. UAE는 자국의 문화와 철학을 존중하면서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정책 평가 시스템과 이행 체계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포용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여야 한다

UAE는 자신만의 언어와 방식으로 ‘포용’을 구현하고 있다. 그 방식이 완벽하지는 않을지라도, 그 과정은 하나의 도전이자 선언이다.

결국 중요한 건 방향이다. ‘권리의 주체’로서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그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있는가?

이제 남은 것은, 이 설계가 하나의 사회적 구조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실천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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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M42(Mubadala Health) 소속으로, 작업치료(Occupational Therapy), 연구(Research), 교육(Education), 그리고 의료의 질(Quality) 향상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The Ohio State University, Northwestern University, Icahn School of Medicine at Mount Sinai, Shirley Ryan AbilityLab, Hines VA Hospital, RTI International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국 센소리엘 아동발달센터 & 아이성장연구소의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또한 세계작업치료연맹 중동 지역 학술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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