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조현대 칼럼니스트】 40여 년 전, 필자는 맹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운동을 즐겼다. 시각장애인 축구, 시각장애인 야구, 일본에서 도입된 키파볼까지. 주말이면 선후배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땀을 흘리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기숙사에서는 다섯에서 여섯 명이 한방을 쓰며 호수별로 키파볼 대회를 열었고, 그 과정에서 우정과 단합이 깊어졌다.

하지만 졸업 후 이런 활발한 운동은 꿈같은 이야기가 됐다. 운동을 위해서는 공간과 시설이 필요한데, 필자가 사는 곳에는 그런 환경이 없다. 축구를 하려면 적어도 10명 이상의 시각장애인이 모여야 하는데, 모이는 것도 어렵고 장소를 찾는 건 더더욱 힘들다. 시각장애인 탁구인 쇼다운도 일부 장애인자립센터에서만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시각장애인복지관과 자립센터가 있지만, 운동 프로그램은 부족한 편이다. 일부 체력 단련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다. 운동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해결책은 없을까?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공간을 빌려 야구, 축구 동호회를 활성화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소수 인원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 탁구대를 설치해 필요시 소수의 인원끼리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에도 시각장애인복지관이 여러 곳 있는 만큼, 이러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갖춰진다면 시각장애인 축구와 야구가 활성화되고, 소규모 대회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서로 쉽게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운동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사람들을 이어주고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수단이다.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많은 장애인이 운동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복지관이나 자립센터에서 활발한 생활 체육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 운동할 기회조차 갖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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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장애인을 알아’, ‘기억의 저편’, ‘안개 속의 꿈’,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출간하고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의 어려움을 사실적으로 다루고 불편함이 불편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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