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일에 넘어가고 특정일에 맞이하는 해가 특별한 건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임의 작품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우리가 하는 다짐은 분명 의미있지 않을까. ⓒpixabay
특정일에 넘어가고 특정일에 맞이하는 해가 특별한 건 자연이 아니라 인간의 임의 작품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우리가 하는 다짐은 분명 의미있지 않을까. ⓒpixabay

다사다난(多事多難;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음).

매해 연말 진부한 표현같다고, 어느 해는 안 그랬냐고 되물을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대한민국의 2024년을 요약할 사자성어로 충분히 적절하고도 남겠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날, 제주항공 여객기의 착륙 과정 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179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참사가 일어났다. 같은 날 경기도 평택시에서는 상가 건물에서 큰 폭발 화재 사고가 일어나 여러 사람이 크게 다쳤고, 서해대교 부근에서 선박 화재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해 끝나가는 날까지 이렇게나 사건사고가 계속되었다.

나라의 탄핵 정국은 국무총리의 탄핵소추가 가결되어 초유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를 맞이해 있고, 앞날을 마음 편히 알 수 없는 안갯속 시간이 계속되는 한편 국가의 신용도와 직결되는 주식, 환율 등의 경제지표는 위기를 코앞에 두고 있다. 흔히 나오는 말대로, 다시 겪고 싶지 않은 2024년, 그렇지만 잊으면 안 되는 한 해로 남을 것이 확실시된다.

강렬했던 12월이었다. 그래서 1월부터 11월까지의 기억이 벌써부터 흐릿해질 것 같다. 그래서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가을이어야 할 날짜에 유난히 늦더위가 끝을 모르고 꺾이지 않던 시기, 시도때도 없이 재난문자로 놀라던 북한 오물풍선 소식들, 도널드 트럼프의 (재)당선으로 한국으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 미국 대선, 그리고 황금세대로 불리는 현 한국 남자축구 A대표팀의 감독직과 운영을 비롯한 여러 잡음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고 1년 내내 한국인들이 어둡고 걱정 많을 소식에만 잠겨있던 것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의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있을 것이다. 5.18과 4.3을 장편소설로 다루었던 그의 작품들을 떠올린다면, 불과 노벨상 수상 몇 달 뒤의 한국을 보는 지금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대한민국이 인기 구기종목 본선출전을 하지 못해 인기는 저조한 편이었지만 양궁에서 여전한 위력을 과시한 파리 올림픽이 벌써 한참 흘러간 옛 일인 것만 같다. 그 외에 한강고양이 뉴스 유행으로 시작해 밤양갱 노래, 민희진 기자회견, 원영적 사고, 티라미수 케익 BGM 쇼츠 유행, 아파트 노래 등 대중문화적인 유행도 막힘 없이 흘러왔던 2024년이었다.

우리는 곧 새해를 축하하며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를 말하기에도 어쩌면 지쳤고 그럴 분위기도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이렇듯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그 시간에 맞는 환경은 바뀌어 왔기에, 2024년을 뒤로 하고 2025년을 맞이해야만 하는 차가운 운명에 마주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는 필자를 비롯한 여러 이들의 장애계 활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 일이다.

필자의 경우는 부족한 글솜씨로 올해 첫 에이블뉴스 오피니언에 글을 쓰게 되었고, 내년에도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점 늘 영광이고 스스로에게 조금은 더 자신이 있게끔 돌아보면서 발전하겠노라는 계기로 생각하게 된다.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성실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된 또 하나의 계기였으니, 내년에는 잘 실천하겠다고 꼭 '내년에는 금연해야지' 같은 느낌의 새해 첫 목표를 세우게 된다.

4월에 정신건강의 악화로 (당시 근무하던) 공공근로의 정상 출근마저 힘든 채 정신과 입원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실제로 진료의뢰서를 받아 병상이 있는 병원에 갔었던 기억도 있었다. 그리고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를 비롯해 내가 활동하는 단체 및 연대단체의 활동, 자조모임들에서 함께해 온 유익함과 사람들이 있다.

이미 진행했거나, 내년에 진행될 정신적 장애 당사자 행사에 대해서 함께 구상에 참여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개인이 아니라 단체의 일원으로서였지만, 인권위 미팅과 UN 장애인권리협약 탈시설 가이드라인 위원님과도 연이 닿아 대면 회의를 가졌다. 그간의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부족한 사회 경험으로 살아오다가 여러 공적 절차를 비롯한 '어른의 일'로 여겨지던 사회의 규범 수행을 많이 접하고 해보게 되다 보니 이제는 견문을 쌓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것만 강조하기보다는 실행하는 힘을 보여주어야 할 시간이라는 현실적인 감각이 많이 와닿았다고 할 수 있었다.

과한 긴장으로 스스로를 속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언제까지 준비만 하고 스스로를 웅크려서는 역량의 성장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느낄 만큼은, 나 자신이 거기까지 왔음을 안다는 걸까. 어느 정도는 오만이 필요할 때의 자신감이라도, 그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아는 게 그릇이라는 것 또한 새삼 실감하게 된다.

당연히 배우겠다는 자세조차 없이 나설 수는 없다. 그렇기에 배워야 한다. 아무 것도 갖춰진 것이 없이는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취할 수 없는 법이요, 이것의 반복은 스스로의 불운함만 탓할 수는 없을 일이다. 큰 목표를 그리고,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고, 자리에 사람들을 모으는 모든 것에는 배우는 자세가 필요했다. 여기에 더해 생각의 깊이, 책임의식, 목표에의 집중 등 삶의 많은 가치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시간들을 가졌다고 2024년을 총결산하게 된다.

지친 한 해였다. 모두들 지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는 서로 마음을 토닥일 때는 토닥여 주고, 함께 일할 땐 함께할 수 있도록 기운이 살아날 그런 2025년을 그린다. 이렇게도 어쩌면 흐리고 불안한 길 속에 밝은 빛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그렇게 나서는 여정을 그간 함께해온 분들, 앞으로 함께할 분들과 갈 수 있기를 어찌 바라지 않을 수 있을까.

다소 진부해도 함께 과거를 기억하고 배워서 현재에 충실하고 함께 미래가 있자고 말한다. 장애계에서의 움직임 또한 그러리라고 말하며 올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다짐을 그려나간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지금을 살아가고 또 사색하는 청년 신경다양인이 ‘그럼에도 우리답게’ 이야기한다. 따뜻하고 강하게 성장해가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신적 장애인이 주체적인 삶으로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그리며, 우리들의 삶이 때론 지칠 순간을 마주해도 그래서 틀리고 나쁜 것 되진 않는단 걸 공감으로 꼭 담아 전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