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를 잃어버린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며...

12월 3일은 제16회 세계장애인의 날이다. 1981년 세계장애인의 날이 선포되고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의 현실은 변함없이 비참함과 울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고 여전히 이맘때쯤이면 차가운 여의도 길 한복판에서 천막을 치고 노숙농성을 하며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날을 기다리는 것이 벌써 수년째이다. 하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메아리조차 없는 상황에 장애민중들을 절망하고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장애인이 교육현장에서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모님들과 당사자를 비롯해 특수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오랜 시간과 끈임없는 투쟁으로 만들었던 ‘장애인 등의 대한 특수교육지원법’ 이 이명박 정부의 무관심하고 기만적인 정책으로 무용지물이 되어 종이호랑이와 같은 있으나 마나한 법으로 전락하려 하고 있고 장애인의 고용정책 역시 정부는 말도 안되는 2배수고용제로 많은 장애인을 마트에서 덤으로 하나 더 끼워 주는 물건쯤으로 취급해 버리고 그저 기업의 이익창출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고용에서의 차별과 배제는 장애인들의 생계마저 위협하며 극빈곤층으로 내모는 요인중하나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이 극빈곤층으로 내몰리는 문제를 더 이상 개인과 가족에 문제로 치부해 버려서는 안될 것이며 정부는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위한 장애인연금제도입에 힘써야 한다.

또한 가장기본적인 권리중에 하나인 이동권의 확보를 위해 그동안 참고 기다려 온 저상버스 도입 마져도 더욱 더 뒤로 미루려 하고 있고, 중증장애인의 기본적 생존권의 확보를 위한 활동보조제도 역시 정부는 현실을 왜곡하고 시대를 역행하는 거꾸로 가는 정책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2% 부자들의 세금은 감면해 주고 돈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을 위한 쥐꼬리만한 사회복지예산을 축소해 버리는 지금의 정부에게 그 어떤 면죄부도 없을 것이다.

지난 11월 26일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이 가결되었다.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함께 우리나라 장애민중의 전무했던 권리구제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번역본을 보면 현실에 맞지 않거나 장애관련용어를 잘못 번역하여 원래 조항의 취지를 변질되거나 왜곡하는 조항이 많다. 이는 번역자가 협약제정의 취지와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장애인 사회에 대한 이해 부족의 결과로 보여지지만 이를 감지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면치 못 할 것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시대를 거꾸로 역행하는 도태된 지금의 정부에서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는 것에 이미 의미를 상실했고 기대도 없어진지 오래다. 우리의 가열찬 투쟁소리에 귀 기울이고 장애민중에 요구를 받아들이는 정부,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소외된 서민을 생각하고 장애인의 권리와 생존을 위한 정책을 펴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2008. 12. 3

(사)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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