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권리협약 비준안에 빠진 것들
정부가 제출한 국제장애인권리협약 비준동의안이 국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입법조치도 예산조치도 필요 없다고 명시했지만, 장애인계는 고쳐야할 법과 제도가 수두룩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이 2007년 12월 내놓은 국제장애인권리협약과 국내 장애인 법제도 비교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①헌법에서 정한 장애인 인권수준 미약
홍익대 김주환(법대) 교수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려면 헌법부터 개정해야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장애인 문제를 헌법 제11조 제1항과 제34조 제5항에만 의존해 해결하고자 하는 현행 헌법상의 장애인 인권 보장 수준은 그 범위와 강도에 있어 협약에 비해 매우 미흡한다는 주장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대한민국헌법 제34조 제5항)
김 교수는 장애인 관련 법률을 전체적으로 볼 때 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구제에 있어 매우 상세하면서도 광범할 뿐 아니라 권리보장의 수준도 최근의 법이론적 연구성과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장애인의 실질적 평등권을 실현하고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가 관점에 따라서는 비장애인에 대한 역차별 논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을 법률이 아니라 법률보다 상위에 있는 헌법에 적극적으로 규정해야한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1994년 장애인의 권리를 명시하기 위해서 헌법 개정을 진행해 "누구도 장애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한 독일의 사례를 언급했다.
독일이 헌법에서 장애인에 대한 불이익만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 "헌법에서는 장애인차별만을 금지하고, 그동안 법률을 통해 인정됐던 장애인에 대한 혜택을 계속 존속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즉, 즉각적 이행의무로서의 강도 높은 차별금지는 헌법에서, 점진적 실현의무의 구체적 내용은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1조 제1항 제2문에 장애인 차별금지를 명문화해야한다고 구체적 개헌 방향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이 규정에 장애인차별금지를 명문화함으로써 독일의 경우처럼 장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헌법정책적 표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국민의 의식변화를 유도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