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장애인·노인을 위한 보조기구 지원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안 제정을 위한 토론회’. ⓒ에이블뉴스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이 장애인과 노인의 보조기구 지원을 확대하고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장애인·노인을 위한 보조기구 지원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안’은 풀어야할 과제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 법률안은 보조기기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방안들이 담겨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법의 실효성과 내용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미비한 점이 많다고 지적됐다.

이날 토론을 맡은 서인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윤두선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회장, 권혁철 대구대 재활공학과 교수, 황보익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고용개발원 보조공학센터장의 발제를 통해 어떤 점들이 보안돼야 하는지 살펴본다.

▲용어, 어떻게 정립해야 할까?=이명수 의원이 마련한 법률의 명칭은 ‘장애인·노인을 위한 보조기구지원 및 산업육성에 관한 법률’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법안 명칭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왔다.

먼저 서인환 총장은 “보조기구라는 용어가 합당한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노인영역에서는 고령친화산업, 친화제품 등을 사용하기도 하므로 통일이 필요하다. 사업과 지원을 합쳐 재활공학지원법이라고 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고 제시했다.

권혁철 교수는 “이 법안에서는 보조기구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보조기구란 용어가 적절한지를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보조기구라 용어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보조기’와 매우 혼돈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포괄적으로 보조공학기기로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권 교수는 또한 “장애인등이 원하는 것은 기구지원, 교육·훈련, 생활적용 등을 포괄하는 보조공학기기 서비스이다. 그런데 ‘보조기구지원’이라고 국한한다면 단순히 보조기구를 보급해 주는 것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법명을 ‘장애인·노인을 위한 생활편의용 보조공학기기 서비스지원 및 산업육성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효과적인 전달체계란?=이명수 의원 법안에서는 보조공학기기를 효과적으로 보급·지원하기 위해 보조기기 지원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국무총리 소속의 ‘보조기구의 지원개발 및 산업육성위원회’를 설치하고, 보조기구 전시 및 지원, 보조기구 연구개발 등을 실시하는 ‘보조기구지원센터’를 설립토록 규정하고 있다. 토론자들은 이들 기구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먼저 산업육성위원회에 대해서 서인환 총장은 “현 정부에서는 위원회를 통합·축소해 나가는 방향성을 갖고 있는데,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위원회가 실제로 가능할까 하는 염려가 된다.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치를 잘 잡아야한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교수는 “위원회라는 기구가 보조공학과 관련된 종합계획의 수립, 집행, 사후관리 등을 총체적으로 수행하기 곤란하므로 전담 지원부서로 가칭 ‘국가보조공학정책기획단’을 설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 기획단의 인적구성은 정부기관 담당자, 장애인당사자, 관련단체, 학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돼야 한고, 역할과 업무내용은 하위 법령에서 정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황보익 센터장은 “위원회 설립은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사전 협의 정도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경우 관계 부처 간에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의견 통합 및 조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산된다. 과거 국무총리실 소속 복권위원회에 관련부처 차관이 위원으로 참석하여 민간위원과 함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과 같이 이 위원회에도 관련부처 공무원을 참여시켜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조기구지원센터에 대해 권혁철 교수는 “보조공학 기기서비스가 활성화 되려면 설립주체를 국가와 지자체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공익법인 및 개인에게도 허용해야 한다. 국가수준의 국립보조공학기기 서비스지원센터, 지자체수준의 ○○시 보조공학기기 서비스지원센터, 법인이나 민간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보조공학기기 서비스지원실 등으로 세분화하여 운영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센터의 운영체계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황보익 센터장은 “이명수 의원 안에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보조기구지원센터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보조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으나, 강제력이 없어 재원확보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보조기구지원센터의 실질적 운영을 위해서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지원을 강제조항으로 조문화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나?=법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많았다.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나 벌금부과 등을 규정한 법문조항들이 대부분 임의조항이라는 점과 소비자의 참여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이 부실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서인환 총장은 “기관장의 편의제공 의무는 편의증진법과 차별금지법과 중복된다. 이전 법령에서도 이미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지원책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문구는 ‘할 수 있다’라는 문구보다는 강제성이 있어 보이나 실효성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국회에 보고하는 등의 절차도 타 법에서 이미 많이 봐왔던 구조이며, 형식적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두선 회장은 “이 법안을 보면서 법안의 집행력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법의 중요한 쟁점의 대부분을 위임과 임의로 명문화시켜 높고 있다. 물론 법안 제정의 신속성과 법률의 유연성을 위해서 그럴 수 있다고 하겠지만, 지난날의 경험에 미뤄 결국 법으로서의 실효성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윤 회장은 이어 “장애인의 문제를 가장 잘 알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당사자이다. 그런데 이 법안 어디에도 장애인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지 않다. 기껏해야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되어있을 뿐이다. 장애인당사자의 참여가 있어야 위원회나 센터의 운영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보익 센터장도 “국가나 지자체가 법안에서 규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강제할 수 있는 규정과 이행 시한의 미비로 의무조항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지므로, 이행 의무화를 보장할 수 있는 다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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