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죽어서 살아왔는데, 한번 죽지 두번 죽나요? 사실 시설에서 절대 살고 싶지 않아요. 갈 곳만 있으면, 주거지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나와 살고 싶어요."
각종 비리로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석암재단이 운영하는 석암재단베데스다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정민수(47·가명)씨는 "한땐 원장님이 최고인 줄 알았어요. 근데 지금은 원장님이 우리보다 더 불쌍한 사람 같아요. 이 사건 터니고 나서 한다는 말이 자기는 깨끗하다고 믿어달라고 했지만 사실은 정반대였어요"라고 말했다.
정씨는 "살면서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비록 시청 앞에서 잠을 자고,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서명을 해달라고 말을 하다보면 입이 얼고 몸이 아파요. 하지만 여기엔 자유가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정씨를 비롯해 서울시청 본관 앞에서 지난 3월 25일부터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노숙농성을 17일째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자신들이 받은 차별과 설움의 세월을 속속들이 꺼내놓았다.
이른바 증언대회라고 이름붙인 10일 행사에서 장희수(37·가명)씨는 "내가 뭔가 하고 싶은데, 여기선 무조건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자유롭다고 할 수 있겠어요. 이건 사람 사는 게 아니에요. 장애인이 지금처럼 사는 건 밥만 먹고 똥만 싸는 기계랑 다르지 않아요. 그리고 내가 그렇게 살아왔고요"라고 말했다.
김민철(52·가명)씨는 "시설가면 다 친척이예요. 친족끼리 이사장, 원장, 선생 다 해먹는 거죠. 여기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개만도 못한지, 시청 농성장에도 가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장애인이니까 만만하게 보는 거죠"라고 말했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가하는 장애인들은 석암재단에서 20여년을 생활해온 장애인당사자들이다. 이 대회를 주관하는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은 탈시설 대안으로 수용시설이 아니라 자립생활을 원하고 있는 장애인에 대해서 자립홈 제공, 탈시설의 장애인의 초기 정착금 지원, 활동보조의 생활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의 협조를 받아 이날 행사에서 공개된 장애인들의 증언 전문을 릴레이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