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국들은 일반적인 대중들이 처하는 위험의 상황에서 […와 같은 상황들을 포함해] 장애인들은 특히 취약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집단임을 인정하고 이들의 보호를 위한 모든 실행 가능한 조치들을 취해야한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의장안 제11조 '위험 상황'의 전문이다. 달랑 한 문장으로 이뤄진 조항이지만, 이 조항의 내용을 둘러싸고 현재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갈등이 적지 않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대괄호안의 '…와 같은 상황들을 포함해'라는 표현 때문이다. '외국 군대의 점령 상황, 전쟁, 자연재해 등 주요한 위험상황을 나열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와 '하나하나 열거하면 끝이 없지 않느냐, 조약은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어야한다'는 논리가 충돌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약소국들은 전자의 논리를 지지하고 있으며, 강대국들은 후자의 논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질까?
강대국들이 '외국군의 점령 상황', '전쟁'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자신들이 저질러놓은 잘못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금 현재 약소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자신들의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는 자국이 곤란해지지 않기 위해 '조약 간결론'을 내세워 반대하고 있다는 것.
이날 위험상황을 나열하지 말자고 주장한 국가는 유럽연합,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 이에 맞선 국가는 수단, 카메룬, 파키스탄, 이란, 인도네시아, 요르단 등.
특히 강대국들은 위험상황을 열거하는 것을 '쇼핑 리스트'(Shopping List)라는 표현을 써가며 폄하했다. 이것도 사고 싶고 저것도 사고 싶어 쇼핑 리스트가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약소국들은 외국군의 점령 상황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위험상황이며 사실 외국 국가가 점령하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않는다면 열거 문제에 대해 우리가 논쟁할 필요조차 없지 않느냐고 맞섰다.
돈 멕케이 의장은 "위험 상황 이슈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적절한 용어를 찾기 위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비공식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보자"고 말했다.
